[앞부분의 줄거리] 한 아이가 경성에 있는 화신 백화점 진열창 앞에서 그 안을 기웃거리다가 쫓겨난다.
‘저건 뭘까?’ 아이의 눈은 또 쌍꺼풀이 졌다. ‘과자! 과자 곽들!’ 아이의 상큼한 턱 아래에서는 아직 여물지도 않은 거랭이 뼈가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였다. ‘뭐! 사 원 이십 전! 저것 한 곽에!’ 아이는 멍청하니 서서 지전 넉 장하고 십 전짜리 두 닢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돈을 생각해 보는 마음은 이내 꿈속 같이 생기를 잃은 머리에서 지저분스러운 여러 가지 추억을 일으켰다. 한 달에 팔십 전씩 석 달치 월사금* 이 원 사십 전 이 변통되지 않아서 우등으로 육 학년에 올라가긴 했으나 보 통학교를 고만두고 만 것, 좁쌀 값 스무 몇 냥 때문에 아버지 가 장날 읍 바닥에서 상투를 끄들리고 뺨을 맞던 것, 그리고 어머니가 동생을 낳다가 후산을 못 했는데 약값 외상이 많다 고 의사가 와 주지 않아서 멀쩡하게 돌아가신 것……. 아이는 눈물이 핑 어리고 말았다. 그래서 울긋불긋한 과자 곽들이 극 락에 가 비단옷을 입고 있는 어머니로 보였다. ‘엄마!’ 아이는 마음속으로 불러 보았다. ‘그래, 걱정 말아. 내가 네 옆에서 언제든지 봐줄게……. 이 돈으로 어서 뭐든지 사 뭐.’ 하는 소리가 아이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어디? 어머니?” 하고 둘러보면 어머니는 간데없고 요란한 전차 소리 만 귀를 때린다. 아이는 저는 몰라도 남보기엔 한편 다리를 약간 절었다. 그 건 발목을 삐인 때문은 아니요 힘에 부친 먼 길을 여러 날 계 속해 걸어서 한편 발바닥이 부은 때문이다.
- 이태준, 「 점경 」 -
짧은 부분인데 많은 게 느껴져서 여운이 깊게 남음
젠장 또 이태준이야 나는 숭배해야만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