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상이라 부르는 것은, 일이 터지기 전이 아니라 터진 후에 발생한다.

맨 먼저 사상은 우연과 충동으로 야기된 행위를 변호하기 위해 등장한다. 사상이라는 변호인은 그 행위에 의미와 이론을 부여하고, 우연을 필연으로, 충동을 의지로 둔갑시킨다.

사상은 전봇대에 부딪힌 맹인의 상처를 치료하진 못하지만, 상처의 원인을 눈먼 탓이 아니라 전봇대 탓으로 돌리는 힘이 있다. 행위 하나하나에 사건 발생 이후의 이론이 붙으면 이론은 체계가 되고, 그 사람, 행위의 주체는 온갖 행위의 개연성에 지나지 않게 된다. 

가령 그에게 사상이 있다. 그가 길가에 휴지를 버렸다. 그는 자기 사상에 따라 길가에 휴지를 버린 것이다. 이처럼 사상을 가진 자는 자기 힘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상의 감옥에 갇히고 만다.





쓴 사람 : 미시마 유키오.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