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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용의 구성에 대하여

켈트인의 꿈의 전체적인 구성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다른 저작 <<염소의 축제>>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염소의 축제는 상원의원 카브랄과 그 딸의 이야기, 독재자 트루히요와 그 측근들 이야기, 트루히요를 암살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세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켈트인의 꿈은 홀수 장 (1, 3,... 15장까지)에서는 사형 선고 후 감옥에 수감된 시점에서부터 시작하고, 짝수 장(2, 4, ... 14장까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콩고 시절, 아마존 시절, 아일랜드 독립운동 시절, 그리고 종래에는 영국군에 잡혀 체포되기까지의 시점을 다룹니다.


전기소설로서 이런 구성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케이스먼트의 인생을 단순히 어린시절부터 죽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다루기만 한다면 그건 전기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전기겠지요. 게다가 순차적으로 진행했을 경우 케이스먼트의 여러 가지 측면(인도주의자적 측면, 독립운동가적 측면, 동성애자적 측면 등등)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기 쉬울 겁니다. 반면 이 책은 홀수장과 짝수장을 번갈아 제시하면서 케이스먼트의 여러 가지 측면을 일관성 있게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예컨대 동성애자적 측면을 보여줄 때, 홀수장에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적도, 경험할 수도 없게 만드는 자신의 성적 성향과 인생을 한탄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짝수장에서는 아마존에서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그저 간접 성경험 내지 자위, 상상에 의존해서 성욕을 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홀수 장을 통해 감옥 속에서 자신의 어떤 측면에 대해 고뇌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다음 장에서 그 측면에 대응되는 과거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극도로 다면적인 이 인물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줍니다.


2. 케이스먼트와 그 주변부 인물 묘사에 대해

이 소설에서는 케이스먼트의 내면 세계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그의 독백이나 머릿속 생각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이를 통해 그가 어떻게 콩고와 아마존의 인도주의자이면서 한편으로 무장 독립운동까지 생각하게 되었는지 등을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또한 내면세계에서의 독백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이지만 동경하고 있는 가톨릭으로 진정으로 개종하기 위해 어쩌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신부에게 고백해야한다는 고민 등, 케이스먼트의 일생을 아는 사람이라도 생각지 못했을 측면도 보여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케이스먼트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두드러집니다. 그를 옛 아일랜드의 문화와 게일어의 세계로 초대했던 앨리스 스태포드 그린, 독일에 있을 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었던 크로티 신부,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케이스먼트의 반역 행위에 완전히 등을 돌려버린 허버트 와드, 콩고 시절 같이 발맞추어 참상을 고발했던 에드먼드 딘 모렐 등.. 이들의 말과 행동은 케이스먼트의 내면세계에 기여하는 바도 있지만 한편으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가 위세를 떨치던 20세기 초의 사회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던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허버트 와드는 케이스먼트와 같이 콩고에서의 잔학상을 규탄하던 박애주의적 인물이었지만, 점차 과격해지는 케이스먼트의 아일랜드 민족주의에 갈등의 조짐을 보입니다. 그는 원래 국기(flags)나 국가(anthem) 등으로 묘사되는 국가주의에 대해 조소를 보내는 인물이었지만(-, 계몽주의적 성향이 다분한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아들이 1차 세계대전 중 전장에서 사망하고 케이스먼트가 조국에 반역을 하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케이스먼트에게 완전히 등을 돌려버리고, 본인이 그토록 조롱하던 국가주의적 상징(국기)을 옹호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케이스먼트는 와드와 함께 아일랜드의 거리를 거닐며 즐기는 상상을 하지만, 이내 상상은 상상일 뿐임을 떠올립니다.


제국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후안 티존(Juan Tizon)은 케이스먼트에 관한 다른 전기나, 아마존 참상에 대한 다른 도서에서는 아예 다루지 않거나, 케이스먼트와 동행했던 인물로서 한줄 정도로 짤막하게 소개되는 인물인데 비해 이 책에서는 꽤나 비중 있게 나옵니다. 이 인물은 PAC(Peruvian Amazon Company)의 중역이었지만, 이 회사가 아마존에서 역겨운 잔학행위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은 인물입니다. 그러다 케이스먼트와 동행하며 참상의 실체를 알게 되자, 케이스먼트의 조사행위에 동참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줍니다.


이후에 그는 케이스먼트에게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PAC에 투자했기 때문에 PAC가 청산되면 자신의 재산도 증발해 버림을 알고 갈등했음을 고백합니다. 결국 그는 회사의 몰락으로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PAC의 악행을 알리고 양심을 선택한 데에 흡족해 합니다.


제국주의 하에서 수많은 유럽인들은 곧잘 거짓된 환상 속에 사로잡혔습니다. 정부의 고위 관료와 기업인들은 식민지 확장의 실체가 수탈이 아니라 교역이고, ‘학살이 아니라 교화이며, 야만적인 원시이교도들에게 크리스트교를 전파하는 것으로 속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의 실체를 알게 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내던져가면서까지 양심을 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후안 티존의 결단은 자신이 누리던 안락함이, 부조리함에 기반하고 있을 때 이를 내던질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 외에도 앨리스 스태포드 그린을 통해 독립의 낭만과 좌절을 읽을 수도 있고, 크로티 신부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는 종교인의 모습 또한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 있는 말들은 20세기의 초의 여러 풍경- 제국주의적 침탈, 국가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둘러싼 내,외부의 갈등 등등-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믿음, 양심, 갈등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와 성찰을 보여줍니다.



3. 아쉬운 점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소설이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전기소설임을 감안하더라도 무미건조한 서술이 많다는 점입니다. 콩고나 아마존의 풍경 묘사를 짤막하게 하는 것 이외에는 문학적인 기교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걸핏하면 “~~~, ~에서 ~하고 ~했다.” 와 같은 서술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물론 이 소설의 주요 주제가 케이스먼트의 삶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의 열정, 갈등, 몰락을 묘사하는 것이지 표현의 아름다움을 염두에 둔 소설은  아니기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