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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고른 책인데

예상보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선형적이고 단계적인 역사 인식

즉 수렵채집유동민 - 밴드 - 족장제 사회 - 봉건사회 - 왕정제 - 공화국 ...

어쩌구저쩌구하는 식의 이런 인식은

지금까지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져왔고

대중에게 익숙한 책들, 유발 하라리, 제러드 다이아몬드, 스티븐 핑커 등의 책들 또한 이런 인식 위에 쓰여졌는데

이 인식 자체가 19세기 제국주의의 진화주의적 사고 방식 아래에서 배태된 것이며

지금 밝혀진 인류학적 고고학적 다시 말해 과학적 사실들과 합치하지 않는, 틀린 상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처럼 부의 분배가 불평등한 세계는, 또한 부의 유무로 인간 여부가 판가름되는 사회는, 인류의 전체 역사를 봤을 때 오히려 특이하고 이상한 것이지, ‘세계는 원래 불평등’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는 존나게 많고 길어서 대기도 귀찮다. 이거 다 읽다가 못 견디고 후반부는 훑은 뒤에 반납하러 왔다...

아메리카 대륙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권력의 중심지가 된 도시들의 바로 그 자리에도, 몇백년전에는 평등한 자치 공화국이 있었던 흔적이 있다고 한다

제국과 야만족, 관료제+농경+왕 이라는 폭력 단체 즉 국가와, 그에 반하믄 모든 것을 뜻하는 아나키스트들은,

국가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후에도

역사적으로는 항상 비슷한 비율로 존재했다

이 부분은 제임스 C 스콧의 논지와 유사한데 후반에는 직접 이름이 등장하여 반가웠다

이런 사회들은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은 무언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었다

맞지 않는다면, 떠나서 살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떠날 수 없다

이게 제일 문제다, 내 생각에는

꼬우면 북으로 떠나라 이기야 이런 소리나 하고 말이야

또, 르 귄 누나의 세계는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에 빚진 게 아주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르 귄 누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바래지는 건 아니지만, 여튼 좀 놀랐다

음... 어쨌든 그래서,

사실 이 책은 현실적인 답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좆같은 불평등이 정상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을 상당한 양의 예시를 들며 논하여 나를 설득시켜준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도망칠 곳을 찾아야한다... 세계 바깥으로 나갈 길을... 예전에는 분명히 바깥이 존재했단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