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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이 쓴 '근대문학의 종언' 텍스트와 함께 대담과 좌담이 수록된 책이다.


'근대문학의 종언' 텍스트의 내용 자체는 상당히 진부하다. 문학이 대의를 위해 기능하기엔, 그러니 참여문학이 가능하기엔 시대가 변했다. 참여문학이 가능했던 조건 자체가 역사적이다... 뭐 그런, 포스트 어쩌고의 종말론 내용이다. 특기할 점은 한때 문예평론가였던 그가 문학을 저버렸다는 것이고, 상찬할 점은 단순 종말론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탈구축의 시대에도 칸트에게 사사받은 비판 개념을 바탕으로 마르크스를 새로이 음미해 들뢰즈-데리다 체계와는 다른 토양에서, 지젝과 바디우의 교조주적인 그것과는 다른 마르크스주의의 전선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대담 부분에서 가라타니의 이런 면모를 자신 또한 자각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시 '근대문학의 종언'으로 돌아와서, 위에서 언급한 이 글이 갖는 두 특성은 하스미 시게히코가 '영화붕괴전야'를 주창하면서도 영화를 끝까지 옹호하는 태도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분야에 대한 애정 문제보다도 하스미는 표층비평의 방법론을 채택해 영화의 사회적 실천을 옹호하지만, 가라타니의 경우 다소 주제론적인 방법론으로 문학의 실천에 접근했다는 차이가 큰 것 같다. 왜냐하면 한 매체가 대중들에게 특정 영향을 끼친다 상정하려면 비평가는 자신이 작품에서 발견한 가치를 대중들이 알아차린다고 가정해야 하는데,  이는 주제론적 비평에서는 당연시되는 것이지만 표층비평의 경우 성립하지 않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문학에 애정과 관심이 적은 나이지만 접근법만 달리해도 문학을 여전히 옹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