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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야 끝판왕은 이덕일이지만 그 사람 책은 특별히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거를거라 믿는다.
한명기 교수의 대중역사서라면 광해군과 인조, 병자호란 부분이다. 한명기 교수의 보인 한계는 인조실록이라는 사료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음.
다들 어느정도는 들어서 알겠지만 조선왕조실록은 1차로 작성되는 사료가 아니다.
사관들이 따라다니며 적는 사초, 왕의 비서 역할인 승정원에서 작성하는 승정원 일기, 의금부에서 작성하는 죄인심문 기록, 조정에 올라오는 장계, 각부서의 문서
등등을 총망라해서 '편집'해서 적은 사료임. 다시 말해 그 과정에서 누락되는 내용이 엄청나고
더 나아가서 해당 왕대에 대한 기억의 재구성을 (편찬 당시 집권층의 성향에 맞춰)'선택적'으로 해버리는 부작용이 있음.
이건 모든 실록이 공유하는 문제점으로, 실록만으로 해당 시대를 재구성하면 함정에 빠지기 쉬움.
그래서 2010년대들어 급부상한 사료가 '승정원일기'임. 왕의 비서실 승정원에서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을 싸그리 적어둔 1차 사료로 실록보다 훨씬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승정원 일기가 해독되면서 기존의 해석과 달리지거나 좀 더 상세해진 부분이 많음.
2000년대부터 대중들에게 선을 보인 한 선생님의 연구에서 조선 부분은 인조실록과 나만갑의 병자록 같은 개인기록류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헌데 승정원일기가 번역/전산화 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하고 있는 부분이 인조대, 특히 병자호란 부분임.
왜냐 인조실록이 2차례 호란을 겪은 조선 지배층에 의해 '기억 구성의 선택화'가 이뤄진 사료라서.
명나라에 대한 의리&명이 사라졌으니 이제 진정한 중화는 조선에 있다는 조선중화사상에 맞춰서 왕인 인조의 발언까지 싹 악마의 편집을 해버림
예를들어서
1629년 10월, 명나라 최후의 명장 원숭환에게 틀어막혀 요서 방어선을 뚫지못하던 청태종 홍타이지는 아예 북으로 멀찍히 돌아 몽골계 유목민들의 영역을 지나 북경을 기습 약탈했음.
이에 대한 소문이 조선에 전해지고 논의가 벌어졌는데 그 내용이 <인조실록>에서는
인조 :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도리상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최우선적으로 명을 돕는 방책을 정하자'
근데 왕과 신하들 말을 바로바로 받아 적은 1차 사료인 <승정원일기>에서는
인조: '아직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겠는데 내용 자체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명을 돕고는 싶지만 우리 형편상 불가능하니 어쩔수 없다.'
인조는 청군이 북경을 공격했다는 참인지 거짓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썰의 내용이 경악스럽다고 했는데 인조실록에서는 편집해서 북경이 공격당해서 경악스럽다는 내용으로 바꿈
곧이어 인조가 '약간의 병력으로 후방을 쳐서 도와줄수도 있지만 개털이라 못함' 이라고 했는데 이걸 <인조실록>은 '약간의 병력만 있으면 바로 파병 ㄱㄱ'로 말을 잘라먹어서 인조가 조선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는 부분을 쳐내버림.
이런 식으로 명에 충성하는 인조 정권 프레임에 맞춰서 현실 직시하고 했던 논의들을 싸그리 왜곡해버렸고
한명기 선생의 책들은 그런 인조정권의 서사를 그대로 반영해서 인조정권을 씹고있음. 당연히 실제와 엄청난 거리가 생긴다.
또 있음. 명의 군벌이었던 모문룡은 후금에게 깨지고 광해군때 조선으로 들어왔음. 광해군은 이들은 '가도'도'라는 철산 앞바다의 섬에 들어가게했음. 모문룡은 이곳에서 세를 불려 일종의 해적/군벌이 되어 후금과 싸움은 뒷전으로 하고 밀수, 약탈하다 사망하는데 그의 사후에도 잔당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음.
1630년 가도의 장수 유홍치라는 자가 자기 상관 진계성을 살해하는 하극상이 발생하고 인조는 가도를 공격해 토벌하려는 계획을 세움. 이 유홍치는 명을 위해 싸우는 대신 후금에 투항하려고 한 인간인데
한명기는 <인조실록>만 가지고 인조가 명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토벌강박증에 걸렸다며 마구 씹어댐. 근데 실제는?
<승정원일기>에서 인조가 가도를 토벌하려고 한 이유는 그들이 섬밖으로 기어나와서 조선 본토를 점령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함이었음. 그래서 명과의 관계가 틀어질수 있다는 지적까지 무시하고 토벌을 진행하려다 유홍치가 내통 시도를 눈치챈 한인들에게 암살당해서 접음.
전적으로 조선 영토 수호를 위해 했던 행동을 인조실록은 대명의리로 왜곡하고 한명기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함. 다 적지는 못하지만 전쟁사 관련 부분도 마찬가지임. 실록의 간략한 내용으로 그대로 수용해서 병자호란 기술 부분에 오류가 많이 발생함
결국 지금에와서 한명기 선생의 책은 인조실록에 대한 엄정한 사료비판이 이뤄지지 못해 틀리고, 낡은 주장이 너무 많아서 대중들이 이걸 읽는걸 내 시간 버려서 왜곡된 이야기를 읽는거 밖에 안 됨.
병자호란 부분을 알고 싶다면 차라리 구범진 선생의 최신저서 <병자호란 - 홍타이지의 전쟁>을 읽는게 나음.
인조실록 비판 부분은 학술지 <역사비평> vol.121에 수록된 조일수 선생의 <인조의 대중국 외교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참고했음
끝판왕 이덕일? 그 분의 발꿈치 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으련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