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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을 둘러싼 고리를 이루는 구성물은 오래전에 폐퇴한 것이지만, 여전히 토성의 영향 아래에 있습니다. 토성이 있는 한 아마도 고리는 계속해서 그 언저리를 빙글빙글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도 많은 것들이(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도) 시간에 따라 노쇠하고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풍화와 퇴적의 형태로, 때로는 영적인 개념으로서 우리 곁에 알게 모르게 늘 존재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역으로 우리에게 크든 작든 어떤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력의 한 종류일지도 모를 멜랑꼴리를 품은 도보 여행을 작중 화자는 떠납니다. 여행의 목적지는 어쩐지 텅 빈 곳, 외로운 곳, 쇠퇴한 곳이 주를 이룹니다. 화자는 각각의 장소에서 과거의 활기와 움직임, 번성을 되짚습니다. 그것을 안타까워한다든지 그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소와 인물에 관해 기록된 부분과 기록되지 않은 부분을 담담하게 엮어나가면서, 그 자체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먹먹함과 무상을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이런 폐퇴가 무조건적인 허무인가. 작가는 글을 써나가면서 신비한 반복을 발견합니다. 4월 13일에 이루어진 수많은 역사적 사건, 마이클 햄버거와 훨덜린의 묘하게 일치하는 부분, 서력이 시작될 때의 이스라엘 성전을 손수 재현해보는 노인, 꿈과 분수 속 물방개의 겹침 등등. 허무 속에서 반복됨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괴와 스러짐 속에서 이상하게도 묘한 위로를 주는 듯도 싶습니다.
누에를 다루고 비단을 짜는 양잠업이, 동방에 위치한 어느 국가의 비밀스러운 수천년의 사업이 외국에서 온 두 수도사의 손에 들린 텅 빈 지팡이 속 몰래 숨겨진 누에알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갔듯이, 역사의 어떤 내밀한 부분은 무언가 불가해한 방법으로 널리 퍼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동일하게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종종 인류에겐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허무와 반복은 토성의 고리가 되어, 우리가 살아있는 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영영 떠나버리는 것도 아닌, 토성과 토성의 고리 사이의 간격의 거리 만큼, 약간은 넌지시 떨어진 채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재밌었습니다 쿸쿸…언젠가 재독을…! 하기 전에 이민자들, 아우스터리츠 등등 죄다 읽어볼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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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는 약간 다큐멘터리 보는 느낌 - dc App
재밌으려나 싶은데 또 은근히 빠져드는…
아우스터리츠도 ㄱㄱ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