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작은 서점이 생겨서 한번 방문해 봄


근처 커피숍에서 산 커피 가지고 들어가려는데 음식물은 두고 가야 한다고 해서 쩔수 없이 버리고 갔음


평소에 문학을 많이 읽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문학 코너로 감


제법 있을 건 있는 느낌이었음


지난달에 완독했던 두 새 헤엄터에서 그리고 싱의 바다로 가는 이들


W. H씨의 초상이나 예이츠 시집도 있어서 좀 놀람


규모에 비해서 보유 서적도 많고 정돈되어있었달까?


서점 분위기도 좋아서 만족하는데 진짜 무슨 미녀 레메디오스를 닮은 여자 알바생있는거임


약간 남미? 혼혈 느낌의 누나가 한국말로 책소개 해주는 거


나 말고 다른 손님 둘 있었는데 나도 그 사람들 가면 그 누나한테 물어보려고 좀 기다림


다 기다리고 말을 한번 걸어봤는데 내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만




카를로스 푸엔테스...를 아시나요?


아 네! 물론이죠 그분 책 찾으세요?


아니 후안 룰포...


라틴 문학 좋아하시는구나!


아니아니 가르시아 마르케스, 바스께스? 그것도 아니고 훌리건 코르타사르, 모르게스(보르헤스), 뿌익(마누엘 푸익 말하려다가 삑사리남)...




찐따 행동 나와버려서 분위기 갑분싸 만들어버림


근데 알바 눈나가 그래도 어떻게든 분위기 살리려고 나한테 중남미 문학 코너로 데려가더니


되게 친절하게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역사부터 현대소설까지 맞춰서 말해주는 거임


그래서 혹시 중남미문학 전공이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


눈나가 나한테 최근에 읽은 책을 물어보길래 아직 읽지도 않은 율리시스 다 읽었다고 했는데 눈빛이 달라짐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작품이 되어버렸죠 율리시스말이에요… 하핫 그리고 주로 저는 빅토리아 시절 영국 소설이나 아일랜드 소설을 좋아해요


그래?


누나 근데 저희 사귈래요?




이정도면 빌드업 완벽한 플러팅이라고 생각했음.


근데 갑자기 누나가 그냥 내 목을 물어버림.


그리고 왜 그랬냐고 물어보려다가 갑자기 누나가 내 목을 차버려서 목이 뜯김




누나 근데 왜 그랬어요?


나는 너가 진짜로 존 밀링턴 싱과 예이츠, 플랜 오브라이언 무엇보다 조이스를 존경하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잖아


맞아요 사실 저는 율리시스를 읽어보지도 못했어요 저는 지금껏 블룸과 디덜러스가 연애하는 소설인 줄 알았고 9장에서 디덜러스가 제시한 햄릿의 아버지인 햄릿 왕은 사실 셰익스피어의 유령이라고 말한 가설에 코웃음 쳤어요 그래도 제가 누나한테 고백했을 때 누나의 대답에서 율리시스 마지막 장 속 마리온 블룸이 다시 블룸과 재결합하겠다는 결심의 때에 끊임없이 독백한 그 단어(yes)가 나오기를 예상했어요. 맞아요 저는 예이츠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선언하는 시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나온 소변의 리듬이 더 달콤했고, 존 밀링턴 싱의 극보다는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가 더 임팩트있었죠. 와일드의 셰익스피어 남친에 관한 소설보다는요 예? Psyche: A Journal of Entomology에 게시된 나보코프의 논문 Notes on Neotropical Plebejinae (Lycaenidae, Lepidoptera)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넌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아니요.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의 모티프가 된 인물의 이름과 섬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 쿠바.

손턴 와일더가 쓴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의 배경은?

페루.

나보코프가 작성한 논문의 제목은?

신열대구 플레베지나에(부전나빗과, 나비목)에 관한 보고

너는 여전히 중남미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내가 중남미 문학을 설명했을 때 너의 빛나는 눈빛을 봤지만 이상한 자의식에 빠져서 아일랜드 문학에 심취한 청년 컨셉으로 나에게 다가왔지 나는 그걸 믿었고 그래서 너의 고백을 받아주려고 했는데 너는 나를 배신했어. 너의 마음이 순수한 남미 어린이였다는 사실만 알려줬어도 너의 목을 차서 죽이진 않았을텐데…!



나는 전율했다.

"자 말해봐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할까?"

"말해봐 뭘 읽어야하냐고"

나는 이 순간에 이르는 데 이십오 년의 세월이, 내가 살아온 이십오 년의 일각일각이 필요했다. 대답하는 순간 자기 자신이 더럽혀지지 않았고 솔직하며 무적이라고 느꼈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이거 한 권 맞으시죠?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