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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때 봤었던 책은 매우 한정적이었음.
95%의 범주에서 문학이었음. 그것도 세계 문학전집에 이름이 올라와 있을 법한
유명하다 못해 말하면 진부하기까지 한.
대부분의 고딩들처럼 일상의 굴레가 학교와 집 그리고 시험 기간 내에 독서실 정도로
봤던 책만큼이나 좁은 생활 반경이었음.
유일하게 운동이라고는 어릴 때부터 키웠던 애완견 두마리 데리고 산책이었음.
둘 다 말티즈였는데 똑똑했음. 어쩌면 비싼 혈통 값과 숙달된 훈련사 덕에 예견되고 교육된 머리였을 듯.
오랫동안 키웠는데 곧 세상 하직할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통보받음.
정확한 병명은 기억 안 나지만 노쇠로 간에 구멍이 났었음.
진단하고 치료했지만 몇 달을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었고, 수의사가 말한 기간 내에 당연하다는 듯이 죽어버림.
십수 년 같이 지내면서 직접적으로 죽음이란 걸 처음 느꼈는데 이렇게 당혹스러울지 몰랐음.
죽은 모습이 꼭 역할이 끝난 소모품처럼 가볍게 보였다가, 가여운 생명으로 바뀌었다가
쟤는 죽는다는 걸 알았을까, 가족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조잡한 상상을 쟤 영혼도 동의할지
막연하고 단편적인 생각만 죽은 개 주변을 떠돌아 다님.
가족들 모두 비통해 하는 게 보였음.
당시는 풍조가 애완견 죽었다고 꺼이꺼이 울거나 시름에 잠길만한 거리가 안 됐음.
지금처럼 유튜브와 각종 사이트로 애완동물과의 교감을 공감하거나
전파로 쏟아내는 내용들이 폭넓게 작용하지 않아서 더 그랬었던 거 같음.
내가 그런 소통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음.
슬프고 충격적이었는데 주변에는 태연한 척으로 일관했었음.
이런 행동이 나이에 걸맞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는 어설픈 관념 지향이었음.
어느 날 길거리에서 잡지 단행본 같은 서적을 받음.
불교서적인데 개선문이라는 제목이었음.
그 내용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개 죽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문장이 하나 있었음.
'사람들은 지금 죽어가는 내 생명이 지구가 멸망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수천 명이 죽었다고 보도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문장이었는데 한낱 애완견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부족한 생각이나 하는 내 상황 같았음.
그러고는 과거 회상이 주를 이루던 고민에서 갑자기 모든 생명체의 죽음으로 사고가 바뀌어 버림.
책을 덮고는 계속 중얼거림.
눈에 들어온 후부터, 앞으로 머릿속을 장기간 지배하는
짜증 나는 글귀였음.
역사 속 누군가의 죽음을 공부하거나, 티비 인터넷 어디서든
죽는다는 상황만 보면 저 문장을 대입해서 공식처럼 읊조렸음.
죽기 전 했던 그들의 유언이나 행동들이 문장의 진리를 대변하는 양 바쁘게 보였음.
하지만 고정된 일상과 제도권 교육이나 받는 내 수준으로는 저 이기적인 문장을 가지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결론 짓고 잊을만한 답이 나오지 않았음.
그때부터 책에 대한 관심 판도가 문학에서 종교로 급격하게 기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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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는 듯 ㄷㄷ
원시인이든 현대인이든 인간이 종교를 만들어내고 벗어나기 힘든 건 결국 죽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음. 키우던 개든 친척이나 가족이든 친구든 그냥 아는 사람 혹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든, 죽음에 의한 충격은 반드시 찾아오고 사람은 반드시 영향을 받는 것 같어.
난 절대로 영향못받겠던데 외가쪽이 거의 기독교신자고 다녀온학교들도 거의 기독교쪽임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창조주와 구세주가 있으시다면 믿어온 신자들에게 그만큼의 댓가를 줘야지 절대적으로 신앙만을 요구하고 아무튼 믿으면 괜찮아질꺼임!하는 가약없는 외침에 의문이 들더라 게다가 내부의 비리를 보고 환멸마저 느낌
기독교를 잘 믿은 사람들 모두 인생은 비참했음. 일단 창시자인 예수 인생부터가 비참
오히려 정확히 말하자면 기독교는 인생의 비참을 지향함. 믿으면 괜찮아진단 개소리는 사이비임.
사실 외가쪽 식구들중 기독교열혈신자들분들은 거의 사별했거나 고아였거나 꽤 힘겹게사셔서 더욱 기독교에 매달리심
아니 힘들게 살아서 기독교에 매달린다 이건 기독교 자체가 극혐하는 '기복신앙'이라는 거고 그 말이 아니라 기독교는 '인생의 비참'을 지향한다고. 더 나아가 근원적으로 말하자면 그 비참을 비참으로 보지를 않지. 기독교의 본질은 '믿음의 종국엔 십자가가 있다' 이걸 기본으로 함.
ㅇㅎ
어린 나이에 사문유관이로구나
또 개주작글 쳐쓰고있노 에휴
이정도 정성은 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