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니체로 불 탔을 때도 그랬지만.


낭만주의 경향의 인문학은 특히 분위기에 휩쓸려서 빠지는 사람들이 좀 많은 것 같다.



인간의 이성으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합리주의나


진리의 확신을 유보하고 엄밀한 지식을 추구하는 회의주의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임.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이 유려한 건 맞는데,


현실적으로 그 유려한 문장을 걷어내고 나면 그 인문학적 깊이는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나 오에 겐자부로에 비하면 확실히 무게가 부족하고 탐미적 성취에 몰두한 느낌.




물론 탐미주의가 나쁘다는 것만은 아님.


나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좋아함.


그런데 야스나리가 그저 인간과 자연이라는 주제를 통해 문학의 탐미성을 추구했던 것과는 다르게


미시마가 추구한 탐미주의에는 대단히 위험한 사상이 내포되어 있음.




애당초 2차세계대전 후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재무장과 천황의 절대권력 부활을 주장했다는 것부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할 법한 게 아님.



괜히 하루키가 질색하며 선 그은 게 아님.




미사마 유키오는 끝까지 어린 시절 병약했던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했던 사람이고


거기에 더해 천황을 위해 목숨 바치지 못한 어린 시절의 후회를 마지막에 그릇된 방식으로 풀고 죽은 것뿐임.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은


쉽게 말하자면 20세기 일본의 돈키호테에 불과함.



철 지난 기사도(사무라이 정신)에 빠져서,


자신이 일본의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서,


풍차로 돌진하듯 일본 경무청에 가서 무력시위를 하고 죽은 것뿐임.




현실적으로 난 미시마가 살아 있었다고 해도 노벨문학상을 과연 받았을까 의문스럽다.


그렇게 점점 극단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내뱉고 있었던 차에.


물론 그런 정신나간 짓을 해서 지금 이렇게 독갤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것이겠지만.




미시마는 그냥 기믹으로만 소비하고,


위대한 문학가의 반열에는 글쎄...


넣는다 치더라도 딱히 상석에 자리할 사람은 아니라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