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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재밌지만, 왜 이 책이 아서 클라크 상을 받아야했는지는 읽는 내내 의문이었다


물론 어떤 상이든 받을만한 소설이라고는 생각한다, SF와 관련된 상이라면.


그런데 아서 클라크는 좀 안 어울리는데


라고 생각했건만, 마지막에 그 이유를 납득시켜주는 전개가 나왔다


이걸 이렇게 엮는다라... 괜찮은 전개였다. 아시모프라고 해도 좋다. 하인라인은 얼마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이 책은 하드 SF로 분류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여러 분야의 생소하고 복잡한 과학적 사실과 정합적 논리로 만들어졌다


거기에 자본주의 비판과 인간 풍자와 장황한 영국식 농담과 넷플릭스 시리즈 스타일의 편집이 들어갔다


영상화가 이미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각색하는 작가들이 굉장히 편할 것 같다. 각 파트를 나누고 끝맺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오묘하다. 드라마 작가를 해본 건 아닐까


중반부의 후반에서 후반부의 중반까지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감안할 만한 수준이다


소개를 위해 프롤로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내용만 적어보겠다


배경은 지금의 우리보다 기술이 조금 발달한 근미래다. 통신과 소통 분야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된 정도의 발전을, 기계 공학과 유전학 분야에서 이루어낸 정도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스마트폰 이후로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지만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삶에서 결정적인 것들은 아직도 그대로다. 그런 정도의 기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이 우리 세계와 미세하게 다르다. 코로나는 24년에 일어났고, 미국은 볼드모트화되었고, 엡스타인 사건은 우연히 모두가 만족할만한 형태로 끝맺었다 (어떤 식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주인공은 카린과 핼야드 두 명이다


카린은 멸종 위기를 눈 앞에 둔 동물들을 보존하는 일을 하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미친 소명 의식 때문이 아니라, 보통 사람처럼 그냥 공부하고 구직하다가 도달한 직업이다


그렇다, 이 세계에는 멸종 산업이라는 것이 있고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키워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핼야드는 전세계에서 자원을 캐는 다국적 기업에서, 멸종 위기종이 있는 지역의 자원을 캘 때 일어나는 비용과 소란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는, 카린보다 연상인 남성이다. 나이가 나온 것 같은데 까먹었다


멸종 산업이라는 게 나올 정도로 지구의 환경은 황폐해졌고,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도 힘들다. 무슨 맛 쉐이크 같은 거나 먹어야 하는 신세다. 그런데 핼야드는 음식에 미친 미식가다


돈을 펑펑 쓰고 빚까지 내가며 미식을 즐기던 핼야드는 결국 회사의 돈을 유용하여 멸종 산업의 핵심 컨텐츠에 공매도를 시도한다


핼야드의 그런 사정과, 카린이 보존하고 방금 막 놓아주었던 멸종 위기종 독쑤기미가 엮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보면, 이게 재밌을 리가 있나 싶을텐데, 놀랍게도 재미가 있다


나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금융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다. 공매도라는 것도, 글자로 봐서 어떤 짓거리인지는 알지만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 지까지는 모른다 (웜홀이나 상대성 이론 등과 같은 식이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자본주의의 기능처럼 빚을 키우고 떠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빚을 만드는 걸 장려하기까지 하는 극악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런 끔찍한 것은, 역시 인류가 멸망해야 끝나려나...


하는 이야기였다


밝고 시니컬한 뚜껑으로 곪은 속을 가려놓은 것 같은 이야기


모두가 눈을 가리고 외면하고 있는 곳을 소리내어 가리키는 이야기 (이와 관련된 비유와 상황이 책에 여러번 등장한다)


마치 현대 사회와 같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