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2025.10.08)
별점 :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를 읽고 네 번째 한강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책을 4월에 처음 폈는데 잠깐 읽다가 독서를 쉬게 되었다. 어제 오늘 해서 한번에 다 읽었다.
일단 한강 특유의 느리고 감상적인 문체와 소설의 전개 방식이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은 주인공인 경하가 제주에 있는 인선의 집을 찾아가서 제주 43사건의 흔적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특정 사건에 대한 자료(인터뷰 자료나 신문 기사 스크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제주 43사건에 대한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중심이 되는 사건인 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각 인물의 시점에서 서술되었다. 반면에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인선이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를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그래서 인선은 죽었는가? 라는 질문으로 독서록을 시작하려고 한다.
2부에서 다시 등장한 인선은 그래서 영혼일까?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생사의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손가락이 절단된 인선과 인선의 반려 앵무새 아마, 심지어는 주인공인 경하조차 살아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마침내 연결되었다. 인선아, 하고 부르는 동시에 나는 귀를 세운다. 인선의 속삭임 대신 다급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이따 전화하세요, 이따가.
삽시간에 통화가 끊긴 액정 화면을 나는 멍하게 들여다본다. 간병인의 음성이었던 것 같다. 그 병실의 것이 아닌 듯한 소란이 다급한 목소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117p
무딘 칼로 눈을 도려내는 것 같던 두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나는 깨닫는다.
127p
경하가 인선의 집을 찾아가다 길에서 미끄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로 두통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마 이 시점에서 경하는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한다. 인선의 혼이 책에 나타나는 시점은 이 장면 이후이기 때문에 서술 트릭이라고 해야하나? 경하가 이 곳에서 죽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설 초반부에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고통만이 묘사되고 있다. 경하가 악몽을 꾸는 장면, 인선의 절단된 손가락을 봉합하기 위해 3분마다 바늘로 찔리는 고통을 겪는 장면, 경하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일상적인 두통.
경하가 눈길에서 굴러 떨어진 장면 이후로는 현실적인 고통이 아니라 과거의 고통, 혹은 어떤 집단의 고통만이 묘사된다.
또한 이 장면 이후로 비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인선이 본인의 집에서 나타난 것, 아마를 묻었는데 돌아온 것) 생각한다면…
그래서 죽은 두 인물이 재회하는 것으로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선의 어머니가 겪었던 제주 43사건의 상처가 인선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심지어 죽은)경하에게 전달되고, 독자에게까지 전달된다. 개인의 상처는 앞으로도 작별하지 않을 것이다.
경하의 악몽(검은 나무가 등장하는 꿈)은 작중에서 경하와 인선을 이어주고 경하가 인선의 집까지 가게 해주는 매개체로만 작동하는 건가? 이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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