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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개할 수 있다니 정말이지 행복하네요!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제가 너무 좋아해서 번역된 모든 책을 다 산 몇 안되는 작가인데
이제 새로운 번역들이 계속 나올 것 같아서 기대가 되네요 흑흑
어쨌든, 라슬로라는 작가를 읽어볼까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듯해서 (사실 저도 좀 꺼드럭대보고 싶고) 이렇게 부족한 필력으로도 글을 씁니다..!
1. 벨라 타르와의 협업
이미 여기 계신 분들에겐 유명한 사실이겠지만 - 라슬로는 사실 시네필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진 작가입니다!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와 <사탄탱고>,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토리노의 말> 등등 많은 작품을 협업해왔거든요(<사탄탱고>,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 <저항의 멜랑콜리> 로 출판됨 - 는 라슬로의 원작 소설이 국내에 번역됨)! 그래서 러닝타임만 7시간이 넘어가는 영화 <사탄탱고> 의 더 빠른 이해를 위해 라슬로의 원작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어찌되었건, 이 듀오는 정말이지.. 대단해요! 서로가 서로의 작품이 가진 황량함을 가장 잘 이해하는 듀오입니다.
2. 음악적인 텍스트
벨라 타르와의 협업을 논외로 치고 라슬로 본인의 텍스트만 놓고 보더라도, 라슬로의 글은 정말로 종합예술적입니다! (단편집 <서왕모의 강림> 에서는 공예, 건축, 화가 등 여러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이어나가기도 했어요!)
특히 라슬로 음악의 형식을 많이 빌려왔는데, <사탄탱고> 에서는 여섯 스텝 앞으로 가면 여섯 스텝 뒤로 오게 되는 탱고 음악의 형식을 소설 속으로 빌려와 인간 군상의 황량함을 드러냈고, <저항의 멜랑콜리> 에서는 무너지는 공동체의 모습을 하모니의 붕괴를 통해 표현했어요!
3. 아주 지독한 만연체
라슬로 하면 떠오르는 아주 지독한 만연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특히 <서왕모의 강림> 같은 작품에서는 특히 20페이지 가까이 되는 긴 문장들로 글을 쓰기도 했는데요, <저항의 멜랑콜리> 의 제사 ‘흐르지만 흐르지 않는다’ 는 어쩌면 라슬로의 만연체를 잘 드러내는 문장일지도 모르겠어요!
라슬로의 만연체는, 우리가 순간으로 생각하는 기억의 파편들이 단지 거대한 흐름의 한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해주는 듯해요. 소설집 <세계는 계속된다> 나, <서왕모의 강림> 에서는 ‘한 번 발을 담근 물에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다‘ 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유명한 헤라클레이토스가 반복되어 언급되는데요, 라슬로의 만연체는 우리가 부분으로 인식했던 시간의 흐름을 - 왠지 그런 임무는 시네마나 음악에 맡겨진 것처럼 보였는데 - 문학적으로도 제시한 훌륭한 시도였네요!
이 만연체는 특히 단순하게 문장을 늘여쓰기만 하는게 아니라 작가 본인의 박학다식함을 정말이지 끝도없이 티를 내는 그런 문장들이라 - 그래서 어쩐지 보르헤스 같은 면도 있는데요 - 특유의 읽는 재미가 더 있어요!!
4. 파멸
그리고 그런 음악적이고 현학적인 흐름의 끝이 언제나 파멸로, 거대한 온점으로 끝나게 되는게 라슬로의 대부분 작품의 특징이에요!
라슬로가 본인의 작품에 제사로서 인용/언급한 작가가 셋 있는데, <사탄탱고> 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성> 의 문장을(‘그렇다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 <서왕모의 강림> 에서 토마스 핀천의 <낮에 대항하여> 의 문장을(‘모든 시간이 밤이다. 그렇지 않다면 빛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라스트 울프> 에서 미시마 유키오를 인용/언급했었어요!
샤라웃한(?) 작가들에서 왠지 실존적 파멸로 향하는 한 인간군상을 느끼실 수 있다면, 라슬로의 작품에서도 그런 파멸이 변주된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도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요컨대 <사탄탱고> 에서는 한 개인의 카프카적인 파멸이 공동체 전체의 파멸로, <서왕모의 강림> 에서는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 에 등장하는 ‘Waste’ 같은 느낌의, 기저에 존재하는 거대한 힘이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변주되어 등장해요!
5. 그래서 뭐 읽어야함?
제가 글 솜씨가 안좋기도 하고, 간단하게 소개만 하고자 이 글을 썼기 때문에 얼마나 와닿으셨을진 모르겠지만.. 진짜 좋은 작가거든요 라슬로는
이번 기회에 라슬로를 읽어봐야겠다!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기 때문에 입문작으로 <사탄탱고> 와 <저항의 멜랑콜리> 를 추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작품들이 흥미로우시다면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이나 <서왕모의 강림> 도 정말 좋아요!! 전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슬로 소설이고, 후자는 <이세신궁 천년식궁> 같은 단편이 너무 좋거든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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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든 책이 다 좋은
@포제션 매력이 정말 대단한.. - dc App
세계는 계속된다는 의외로 평이 다들 그냥 그렇네
세계는 계속된다도 무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안에 있는 단편 중에서 <구룡주 교차로> 도 정말 훌륭하고, <헤라클레이토스의 길 위가 아니라> 같은 글은 짧지만 라슬로 문학의 핵심적인 텍스트 같기도 하고요..! - dc App
@Pialya 다만 워낙 다른 훌륭한 글들이 많기도 하고 난해한 텍스트들도 많은 작품이라 언급할 엄두를 못내더라고요,,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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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슬로 외에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누구 있삼
카프카, 미시마, 페소아 정도가 떠오르네요!! - dc App
불안의책 어때? 페소아말이야 문동버전이랑 배수아번역중에 추천하는거는 뭐양?\
문동은 다 읽었지만 배수아 번역은 다 읽어보진 않았고 일부분만 발췌해서 봤었는데, 상대적으로 문동 버전이 건조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만 그랬어요! 저는 직역본이 있다면 가능하면 직역으로 읽는게 왠지모를 안정감이 느껴진다 생각해서 문동을 조금 더 추천해요! - dc App
@Pialya 우와아앙 고마워요! 미시마는 역시 봄눈이 추천이야? - dc App
@generous4527 네 미시마 처음 읽으시면 금각사나 봄눈이 좋은 것 같아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