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꺽정>을 읽지 않은 사람과는 국문학을 논하고 싶지도 않다고 하십시오. 여기서 일단 절반은 떨어져나갈 겁니다.


2. 이광수와 김동인에 대해서는 무조건 욕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끔씩 취급은 해주는 게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무정> 대신 <흙>을 대표작으로 생각한다면 이광수도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을 거라고만 하십시오. 현진건이 거론될 경우 분명히 김동인보다 좋은 것 같은데 묘하게 김동인보다 재미없는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말로 회피하십시오.


3.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염상섭에 대해서는 이광수나 김동인 따위가 발끝도 못 따라올 대가로 치켜세우는 것이 관례였으나, 최근 들어 이 또한 일종의 스노브가 되고 있습니다. <만세전>과 <삼대>는 해방 이전 우리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상찬하되, 솔직히 이들에게 못 미치는 범작들을 너무 많이 쓴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이십시오. 별안간 <취우>를 언급하면서 그만이 쓸 수 있는 전후문학이라고 내세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4. 카프 문학은 이기영의 <고향> 하나만 알면 됩니다. 다만 그 작품은 다 좋은데 결말을 왜 그 따위로 꼬라박았는지 모르겠다고만 하십시오. 굳이 몇 마디 덧붙이고 싶으면 최서해 단편도 유치한 맛으로 보면 나름 재밌다거나 한설야의 <황혼>보다는 차라리 김남천의 <대하>가 더 추천할 만하지 않겠냐고만 하십시오.


5. 채만식에 대해서는 단편이나 <태평천하> 대신 <탁류>를 최고작이라고 말하고, 혹시 이유를 물어보면 '아마도 볼륨 때문이겠지요' 하고 씩 웃으십시오. 박태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중단편 대신 <천변풍경>을 내세우고 비슷하게 대처하면 됩니다. 드물게 <갑오농민전쟁>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생기면 과문해서 못 읽어봤는데 혹시 이기영의 <두만강>과 비교하면 어떻냐고 받아치십시오.


6. 이태준과 이효석의 경우는 5번과 반대입니다. <달밤>이나 <메밀꽃 필 무렵>은 우리 단편소설의 걸작이라고 상찬한 뒤, 반면 그들의 장편은 <사상의 월야> 하나를 제외하면 그 수준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질타하십시오.


7. 김유정의 소설은 밈으로 쓰이면서 대중화가 많이 됐기 때문에 <동백꽃> 등을 거론하는 건 지루합니다. <만무방>을 언급하십시오. 이상의 소설은 거론하는 것 자체가 스노비즘의 온상이기 때문에 아는 척하는 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소설은 읽어봤는데 대체로 어렵더라고 한 발 뺀 뒤 <권태> 같은 수필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면 점수를 따기 좋습니다. 이상 대신 최명익의 <장삼이사>를 내세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8. 김동리, 황순원, 안수길은 작품세계가 넓기 때문에 각기 받아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김동리는 관념적인 <사반의 십자가>, <을화> 대신 <산화>나 <동구 앞길> 같은 단편을 들면서 그가 리얼리즘을 넘어 페1미니즘에 닿아 있는 작가라고 주장하면 상대가 할 말이 없어질 겁니다. 황순원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리얼리스틱한 <카인의 후예>나 <나무들 비탈에 서다> 대신 초기의 <늪>이나 말년의 <탈>은 어떻냐고 하십시오. 안수길에 대해서는 그의 대표작인 <북간도>가 이후의 <통로>와 <성천강>으로 이어진다는 것만 알아도 고급 독자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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