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시 군부독재에 대한

메시지를 읽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내 눈엔 조백헌 원장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문둥이들이 사는 섬을 좋은

곳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선량하고 의지있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주목했던

점은 인간의 본능과 마음, 그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었다.

인간의 선한의지가 항상 옳은 결과물을 담보하지도, 순탄한

과정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나는 좋은 뜻에서 한 말이나

행동이 크나큰 오해를 사기도 하고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조백헌 원장은 어찌보면 자신만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섬을 바꾸어놓으려는 의지는 선한 의지에서 출발했지만,

그 동기나 심원은 진정으로 문둥병에 걸린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지는 못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내 기준으로만

해석했던 일이 없는지. 인간이 그래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타인에게만 엄한 잣대를 들이밀진 않았는지. 어쩌면 남을

내 기준에 맞게 고칠려고 하는 행동은 오만이자 독선인지도

모른다. 조백헌 원장의 그러한 독선을 보지 못하고 좋은

쪽만 보았던 것은 결국엔 나 자신이 그러한 인간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이청준은 이 소설을 군부독재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아마도 당시의 시대 분위기상 그러한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조원장을

군인으로 설정하면서도 선한 의지를 가진 인간상으로 묘사하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또한 그것이 이청준이 당시 군부독재에 바라는

희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 문둥병을 가진 사람들은 당시의 국민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 문둥이들은

좋은 쪽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발적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나약한 인간군상들의 표본에

다름이 없다. 그런 식으로 그들을 묘사한 이유는 이청준이

당시의 국민들에게서 느낀 어떤 실망감, 절망감같은 것이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소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믿음, 소통, 사랑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그 끈을 끝내 부여잡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 희망의 끈이 단단하게

동여맨 강렬한 희망이라기보단 어딘지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듯한 불안의 빛 또한 서려있다. 어쩌면 소설에서 말하는 천국이라는

것은 절대 현실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에 가깝다.

천국. 그것은 모두가 가고싶어하는 희망의 곳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미지인지도 모른다.


자유, 사랑, 희망 모두가 좋은 말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진리이다. 그러나 이 말들에 대한 지나친

신화화는 도리어 인간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함정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세상은 애초에 완벽하지도, 유토피아란

존재하지도, 인간이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험한 세상, 어딘가에선 악행이 벌어지고, 때때로

신문 뉴스에선 묻지마 살인사건이 나오고 탐욕에 눈먼

정치인이 뉴스 타이틀을 차지한다고 해도 그래도 이 세상이

완전히 멸망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그래도 어떤

작은 희망이라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천국은 없지만, 그래도 천국이 있다는

믿음으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지만, 그래도 큰 악행은

저지르지 않고 사는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 그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래도 웃고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곳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나도 이 세상에 작은 희망을 주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써놓고 보니 뭔소린지 모르겠다. 횡설수설

개소리를 늘어놓은 것 같다 ㅋㅋ 아 오글거려 ㅋㅋ

항상 좋은 책을 보고 반성을 하면서도 또 못된 짓을 하고

잘못을 하게 된다. 나란 놈, 어쩔 수 없나보다.


* 하루 만에 뚝딱 해치울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토드 브라우닝의 프릭스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고

약간 공포적인 요소도 있었고 미스테리적인 부분도 있어서

내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 좋은 영화와 소설은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꿰뚫는다.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걸작인 이유도 그러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인간의 간사함, 유약함, 심연 속에 잠재해있는

본성이 잘 묘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그런 점에서 좋은 소설이다.

물론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꿰뚫어야만 좋은 영화, 소설이라는

건 아니다. 각각의 작품엔 그 작품만의 고유가치가 있으니까.


*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반부의 친절한 설명조?는

다소 아쉽다. 때론 여백을 남김으로서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여지를 주는 것도 좋은데, 너무 친절히

다 설명해주니 약간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좋다. 내용이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