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가 읽는 모든 번역서는,
번역가의 손에 의해서 재 가공되어 2차적으로 전달되는 형식이다.

한국어는 일단 도끼의 번역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한국어 자체가 언어 자체 표현력에서 상위1티어 언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든, 번역자가 각잡고 한국어로 옮기면 밋밋하게 씌여진 영어책 조차도 꽤 괜찮게 옮겨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국어가 한국어이니 이것에 대해 아예 생각해볼 여유도, 능력도 없었을 것이다.(그 능력이 되려면 타국어를 원어민 까진 아니더라도 깊게 해서 타국가인들의 입장에서 느끼고 바라보기가 가능해야함)


반대로 영어는 거의 3티어 수준의 밋밋한 언어다.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인건 영어라는 언어자체가 극 실용적인 언어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걸로 문학을 못하는건 아니고 결국 영미작가들이 이 영어를 가지고 최대한을 뽑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언어가 직선적이다. 한국어로 각잡고 욕을 하려면 주어동사 형용사 부사 위치를 바꿔가며 100가지도 넘는 변주가 가능한데
"야이 멍텅구리 같은 말미잘 위에 올라타있는 더러운 하등생물의 발톱 때만도 못한 ㅂ러지야"
변주-> "더러운 저급생명체의 발톱 때보다도 못한 말미잘 위에 올라탄 더러운 멍텅구리 같은 ㅂ러지놈!"

영어
"Fuck you!"
변주 "motherfucker!"  "Bastard"

대충 이렇게 이해하길바란다. 1티어와 3티어가 아니라 진짜 따지고 보면 1티어와 4티어수준 차이다. 그만큼 영어는 직선적인 언어이다.
1티어 언어중에는 프랑스어도 있다. 굴절어라고 하는데 끝에 지들 입맛대로 e é ê ë ē ė -> 뭐 이딴걸 넣을 수 있다.(영어와는 그 변주적 측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프랑스가 유독 예술이 발달하고, 영국놈들이 유독 실용,과학집착하고 이런것들 다 언어의 차이도 무시못할정도로 크다.

반면에 영어는 변주가 아니라 표현을 통째로 외우거나 어떤 상황에 딱 쓸 수 있는 문장이 아주 융퉁성 없게 제한되어 있다.
(영어 그 자체로 하도 할게 없다보니 제임스조이스 이래로 아예 형식을 파괴해버리는 쪽으로 문학이 발달함)


러시아 원어, 한국어로 읽으면 지루한 도끼의 소설이 엄청나게 각광받은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영어로 옮겨지면서 도끼의 지루한 장광설이 깔끔한 영어 형식 안에 기가막히게 담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읽었을 때 그 특유의 과잉되고 지루한 도끼 느낌이 있는데, 영어로 옮기면서 그게 다 날라가버린다.

도끼가 읽을만해진거다.

도끼는 결국 영미권에서 번역버프로 뜨고 최고 위1상에 등극한 뒤, 한국으로 역수출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발자크,졸라 같은 프랑스 소설은 영어로 옮기면 프랑스어 굴절어로 표현해둔 온갖 천재적인 표현,말장난들이 다 밋밋하게 죽어버리는 바람에 영미권에서 잘 안 읽히고 평가절하 당했다.

반면 프랑스 작가중에도 영미권에서 알아주는 스탕달은 문체 자체가 기름기 싹다 뺀 헤밍웨이식 서술이라 영어로 옮겨도 기똥차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장 위대한 작가랍시고 도끼 책을 집어드는 한국 독붕이들중 반이상은 나가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그 독붕이들의 문제인가? 그들이 문1해력이 딸려서?

난 아니라고 본다.
원래 도끼가 노잼이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어가 도끼 원전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언어라
도끼 특유의 음침함과 어두움들을 제대로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 대신 노잼이다.


도끼에서 예스잼을 발견하는 독붕이들은 다른 꿀잼 작가들을 읽으면 신들린듯 날라다니게 될 것이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차라리 철학텍스트가 더 재밌을정도로 과잉된 부분이 많다.

그만큼 도끼는 원래 지루하고 길다.
(도박빚 갚고 도박하려고 일부러 엄청 길게쓰고 퇴고도 안함.)
러시아 애들도 도끼 소설 지루해서 못 읽는다.(문체도 19세기 러시아어라 더 심함) 나보코프가 괜히 깐게 아니다.

오히려 영어 최신판본들은 그 지루한 도끼 문체를 1870년 러시아 문체->2010년 영어 최신문체로 바꿔버렸으니 읽을만한건데

러시아 애들은 도끼 원전 자체가 1870년 문체라 다시 최신 러시아어로 번역 할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영어로 읽으면 읽을만해진다.
도끼는 아주 위대한 심리학자다.
그 심리극을 천천히 읽는 재미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위대함과 별개로 도끼가 지루한건 팩트다.

문학 좀 읽으려 했다가 가장 유명하다는 도끼 책 집고 독서 접지말고,
쉬운 헤밍웨이,피츠제럴드 등부터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

나보고 도알못이라고 욕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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