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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긴것밖에 안읽어서 다 감상이 2개씩인듯
애는 읽은지 세달되긴했는데 어쨌든
박상륭 죽한연은 대체 몇개로 쪼개야할지..
관촌수필은 기라성과도 같은 70년대 국문학 작품 중에서도 단연코 애착이 가는 소설임
그건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상기시켜주는, 저물어가는 시대의 인상을 그대로 옮겨온듯한
토속적인 어휘들로 재생된 옛 농촌의 풍경 덕분이 아닌가 싶은데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향수 위에서 비극을 표현하는듯한 형식을 띄고있지만
그 비극 때문에 좋았던 추억을 깡그리 없애버리진 않으면서
당시 소설들이 그저 비극적인 현실에만 집중해 묘사하던 것과는 달리
무언가 한국적인, 또 토속적인 인상을 담아내고 있음 (마지막 두 파트 제외)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건 소설이 묵묵하고 담담하다는 점임
너무 자극적이고 현란한 표현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기보단
진짜 수필의 형식처럼 잔잔하지만 그 내용 자체로 승부하는
어찌보면 하드보일드하다는 생각이 드는 몇몇 장면들도 있었음
여러모로 다채로운 소설이 아닌가 싶네
이태준에게서 느껴지는 마무리
1. 일락서산
서산에 지는 해라는 뜻의 제목인 관촌수필의 첫 작품, 일락서산은
8편의 소설 중에서도 단연 묘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였는데
그건 아마 페에엥 하며 늘 불평을 늘어놓지만 손자에겐 따뜻한 할아버지
그 시대와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한채로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분명 구시대의 엄격함이 남아있긴했지만 그자체로 아름다웠던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저물어가는 시대의 초상 같은 인물 덕분이라고 생각함
분명 지금 보면 답답한 면도 많은 꼰대고 엄한 스승이지만
회상으로나마 추억하게 되는 이인건 틀림 없는 인물의 생애를
초반부에선 최대한의 향수 가득히 그려내다가도
그 최후에 관해선 굉장히 짧게 서술하는 방식이
진짜 수필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몰입하기 좋았던 것 같음
묘사 또한 잠깐이나마 짚고넘어갈법한데
그야말로 적당하다는 말이 적절할듯한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퍼즐을 옳은 자리에 배치한듯한 표현으로 소설의 마무리마저
'그 너머 서산마루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지는 해가 있었다.'
독자에게 그저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이런 짧은 형태로 적으며 관촌수필이란 긴 연작의 도입부를 훌룡히 열어주었다 생각함
오늘 네 작품 중에선 제일 좋았던것같음
2. 화무십일
'엊그제도 한 차레 더듬고 갔으니 며칠 뒤에나 다시 들어보게 되겠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 늙은이 외치던 사설을 자신도 모르게 외어보는 버릇이 내게 붙어버린 것은.'
일락서산이 너무 재밌어서 비슷한 분위기로 가나하고 기대하며 펼쳤는데
너무 비극적인 내용으로 빠져버려서 당황했음
여튼 관촌수필 전체에 녹아들어있는 특유의
울컥하는듯한 잔잔한 표현들은 남아있었기에 재밌었지만
화무십일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면 몰락하는 일가 전체에 주목하여 읽어나가야하는 작품인데
자식 내외의 부분에서보단 두 노인들의 심리가 좀 더 흥미로워서
정작 중요한 비극엔 크게 눈에 안들어와서 일락서산에 비해선 별로였음
다만 표현 면에선 오히려 일락서산보다도 깊은 후회, 초탈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많아서
여러모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임..
3. 행운유수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몰락을 다룰 수 밖에 없는 작품인만큼
행운유수에선 일락서산때부터 동고동락해오던 소꿉친구 옹점이의 비극을 이야기 하고 있음
누구보다 잘 챙겨주고 어린 시절을 함께 해왔던 소중한 옹점이가
결혼 이후 별에 별 일로 트집 잡히고 소박 맞아 떠났다는걸 듣게된 '나'가
장터에서 그 고운 목청을 헛되이 쓰는 것을 보고 일종의 몰락을 체험하다 뛰쳐나오는
그리고 그와 대조적으로 제목인 행운유수는 그저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을 뜻하며
평화로운 시골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음
사실 내용적인 측면에선 집안이 풍비박산난 화무십일보다야 훨씬 약한편이지만
'나'가 가장 친하게 지내오던 옹점이의 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기에
'나는 눈앞이 캄캄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심신을 가눌 수가 없었다.'
같은 매우 직설적이고 강한 감정표현이 많이 나와 수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던 것 같음
어쩌면 '나'라는 인물이 가진 지극히 평범한 개인으로서의 감상이 담기지 않았나 싶은데
소설보다도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남의 이야기인 화무십일의 끝에선 그저 쓸쓸함만을 느끼지만
그저 있을법한 이야기인 행운유수의 옹점이의 모습에선 절망마저 경험하는 그 모습이
딱딱하고 초인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평범한 개인을 비춰주는듯해 그랬던 것 같음
화무십일과 같이 읽어서 더욱 재밌었던 작품
4. 녹수청산
그전까지는 한번도 언급이 없었던 것 같은 대복이가 등장하는데
재밌었음 막 이렇다할 특징보다는 대복이의 개심이나
다시 잡혀가는 장면이 좀 인상 깊었던 것 같은데
위의 작품들보다 호흡이 길어서 그런지 별로였음
딱히 쓸 말이 생각이 안나네..
감상을 쓰면서 왜 이문구를 좋아하는지 좀 더 생각해봤는데
이문구는 기억해내야할 일들을 그려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그려냈기에
위에서 언급했던 타 작가들과 다른 그런 면모 덕분에
이문구가 유독 정답게 느껴지는 것 같음
다음엔 아마도 앞에 두편은 길게 쓰고
뒤에 두편은 짧게 쓰는 기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걸 읽고 나니 채털리 부인에 나오는 요크셔 사투리 뉘앙스를 다른 언어권 독자는 절대로 느낄 수 없겠다 싶더라 ㅋ 이 엄청나면서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충청도 사투리의 뉘앙스는 한국인이 아니라면 절대로 못 느낄 듯 ㅋ 한국 문학도 각 지역별 사투리 문학 대표작이 적어도 한 편 쯤은 있으니 꽤 괜찮은 문학 언어라 생각함
사투리 번역은 불가능한 일이지 ㅋㅋㅋㅋ 아쉽지만 우리만 즐길수있다 생각하니까 그것대로 기분좋음 ㅋㅋㅋㅋ
박상륭 이문구 둘이 비교하면 잼씀 - dc App
다음 감상 마지막에 쑤셔넣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