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일본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 살포 사건이 일어난 날은 1995년 3월 20일 월요일이었다. 일본사회는 플라자합의로 정점을 찍고 이제 막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위에 있었다. 이 사건은 낙하하는 롤러코스터의 브레이크였을까, 가속페달이었을까?
하루키는 '피해자'라고 하는 표정 없는 회색의 집단으로부터 서로 다른 목소리와 표정과 삶을 가진 '개인을 발굴'해 내고자 하였다. 목차에는 모든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고, 각각의 장에는 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따서 제목처럼 사용했다. 마치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인터뷰의 내용은 단지 사린 사건만을 한정하고 있지 않다. 사린 사건 이전에 한 개인의 일상적 삶을 먼저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사건 전후 개인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더 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글은 각각의 개인에 집중한다. 피해의 경중에 관계 없이 최대한 그 사람의 말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사건은 더 구체화되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라고 뭉뚱그려 통칭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표정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개인을 발굴'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밝히는 작업이다. 개인은 전체에 의해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개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요체이며, 개인이 존재함으로써 사회는 단일체가 아닌 그야말로 개별의 총합(또는 그 이상으로서의) 社會가 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매일 펼쳐지는 출근길의 일상을 묘사한다. 사린 가스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장면 못지 않게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출근길의 풍경 또한 끔찍하다.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 없이,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한 채 도시민들은 지하철에 실려 돈을 벌러 간다. 도심의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사람들은 도시의 외곽에서 출퇴근을 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서 두 시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일터로 향한다. 옴진리교의 테러도 악마 같은 행위였지만, 매일 경험하기는 까닭에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우리의 고통스러운 (아니 고통스럽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일상도 비극적이다. 어쨋거나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그 고통을 무감각하게 견뎌내는 현대인은, 일찍이 카뮈가 지적한 바대로 '시지프가 받는 형벌'의 모습 그대로이다. 우리는 옴진리교의 만행에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이런 지옥 같은 출퇴근길을 방치하는 사회(정부와 기업을 포함한)에 대해서도 분노함이 마땅하다. 사회가 옴진리교보다 도시의 출퇴근 시민들에게 고통을 덜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근길 아침 사린이 살포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기어코 회사로 출근했다. 지하철이 조금 늦어지자 공중전화로 사무실에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을 했고, 비틀거리며 의식을 잃을 때까지 회사를 향해 걸어 가기도 했다. 시야는 어두워지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기침을 하고,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가며, 간신히 호흡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기어코 회사를 향하고 있었다. 좀비가 된 회사인간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지난 해 출근길에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한 직장인이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지각을 할 것 같다며 회사에 전화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것은 비극이라기보다 공포영화에 가까운 장면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배가 침몰해서 수백 명의 승객이 끔찍하게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 와중에도 코앞의 집무실로조차 출근하지 않은 박근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공포일 것이다.
이 사건은 옴진리교라고 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일으킨 것이다. 교주 아사하라의 명령으로 광신도 몇 명이 테러를 실행하였다. 몇 년의 수사와 재판 끝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고 범인도 체포되었다. 피해자들이 범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격렬한 분노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의외로 범인들에게 별다른 분노나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났을까? 사건이 밝혀지고 이미 법적인 처벌을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분노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어쨋거나 일본 정부는 범인을 잡아서 처벌했고 분노의 대상도 명확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불명확하고 대통령의 일곱 시간은 여전히 '시크릿'으로 남아 있다. 배는 바닷 속에 잠겨 있고, 침몰한 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 우리는 대체 어디에,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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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