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이제 80페이지쯤 읽음
책 자체는 좋고 재밌는데, 읽다가 '이건 좀 아닌데?' 싶은 문장이 두 개 튀어나와서 다른 사람 생각은 어떤지 궁금함.
1. 진흙탕에서 '뽑아 낸' 인간?
원문:
And if a people goes through enough wars, pretty soon all that’s left is the brute, the creature that we—you and I and others like us—have brought up from the slime.
번역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같은 성질뿐이야. 나나 자네 같은 사람들이 진흙탕 속에서 뽑아 낸 그런 인간들 말일세
'brought up from'이 어떻게 '진흙탕 속에서 뽑아 냈다'가 되는 거냐?
이건 '우리 같은 학자들이 저 원시적인 진흙탕(slime, 즉 짐승의 상태)에서부터 인간성이란 걸 힘들게 '끌어올렸다(brought up)'는 거 아니냐? 겨우 교화시켜 놨더니 전쟁 때문에 다시 짐승으로 돌아갔다고 한탄하는 장면 아님?
근데 번역은 무슨 우리가 진흙탕에서 야만적인 놈들을 끄집어냈다는 것처럼 돼버림. 난 심지어 스토너 부모님 욕하는 건 줄 알았어.
의미가 완전히 반대가 되는 거 같은데..
2. 슬론은 독일군인가?
원문:
...and thought of Archer Sloane who wept at a defeat that 온리 he saw, or thought he saw...
번역:
...패배를 슬퍼하며 울던 아처 슬론의 모습이 생각났다. 정말로 그 모습을 자기만 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상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1차 대전 끝나서 학생들이 환호하고 축제 분위기인데 슬론 혼자 우는 장면임.
근데 번역만 보면 슬론이 무슨 독일군 편이라도 들었나 싶다. 모두가 기뻐하는 종전인데 '패배'를 슬퍼하며 운다니?
뒷부분도 이상함. 원문은 `a defeat that 온리 he saw...` 잖아.
직역해도 '그(he=슬론)'가 본 '패배'라는 뜻인데, "정말로 그 모습을 자기만(스토너만) 본 것인지..." 이라고 돼있음.
전쟁 끝났다고 이성 잃고 날뛰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기가 말한 짐승같은 성질을 발견 하고서 좌절하며 슬퍼한 것 같은데,
갑자기 슬론의 깊은 통찰이, 스토너가 '슬론 우는 걸 헛봤나?' 하는 시시한 착각 얘기가 됨..
작품의 핵심적인 비극성을 날려버린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움.
님이 맞는듯?
첫번째는 "we"가 누구냐에 따라 "brought up"이 두가지로 읽힐 수 있는데 그걸 착각한 듯 하고 두번째는 걍 실수한 거 같은데
1은 진흙탕 속에서 빚어 낸 인간의 원형적인 형태라고 해석하면 여지가 있어 보임. 너와 나를 '우리 같은 학자들'이 아닌 단지 그 비특질성이라 생각한다면 괜찮아 보이고. 2는 슬론이 관철했던 가치의 패배로써 해석한다면 별 문제 없어 보이고, that 0nly he saw는 확실히 오역이 아닐 수가 없네 - dc App
관철했던 가치의 패배라고 생각하면 그럴듯함..
1 we have brought up the creature from slime 에서 도치된 구문이라 번역이 맞는데
2는 나도 이상하다 느낌. 원문이랑 둘 다 읽긴 했는데, 대조는 안해봤고 그냥 한글로도 이상했음
그치? .. 읽다가 흐름이 끊길 정도로 어색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