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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수 있다면 핑크 플로이드의 Comfortably numb의 폼페이 라이브 버전을 4분 20초부터 켜놓고 들어주셈. 나도 이거 들으면서 감상 썼음 ㅋㅋㅋㅋ
어떤 작품을 읽고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건 아마도 오닐의 이 작품, 밤으로의 긴 여로가 처음이였던 것 같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수험생 시절,백년 동안의 고독, 마의 산, 닥터 지바고 같은 뛰어난 문학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나가다 어느덧 손에 잡힌 이 책은, 그리도 애착이 갔다.
지금도 앞자리가 겨우 바뀐 처지지만, 한창 번민하던 고3 넘어가는 겨울방학에 맛보았던 <밤긴여>라는 작품은 그 감성 덕분에 가끔 기억 저편 너머에서 떠오르기 마련이다. 느릅나무가 그렇지 않은걸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더욱이 특이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볼때 오닐은 미국문학의 GOAT는 아닌 듯하다. 영미문학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피츠제럴드나 멜빌을 꼽아도 괜찮을 것 같고, 어쩌면 PKD 같은 이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희곡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오닐을 고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지닌 특유의 감성. 침잠이란 말이 어울리는 묘한 씁슬함과 텁텁함, 이유 모를 지리멸렬한 절망감, 뭐라 차마 부르기도 힘든 형언불능의 슬픈 감정, 그리고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연민적인 감동. 이러한 것들이 분명 명작이란 찬사로는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기에, <밤긴여>라는 작품에 그리도 애착이 가지 않았나 싶다.
일단 그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건, 작가인 유진 오닐의 생애에 관련된 짧은 이야기다.
도스토옙스키보다 불우한 생활을 해온듯한 유진 오닐의 생애 자체에 관해 말하자는건 아니고, 이 작품을 오닐의 삶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 잠깐 넣었다.
온갖 불행에 시달려오던 오닐의 경험은 이 작품 곳곳에서 엿보인다. 호텔 방을 전전해야했던 생활, 선원 일을 하다 부랑자로 떠돌며 결핵에 걸린 경험. 이런 요소들은 모두 오닐의 과거였다. 오닐의 생애와 경험이 엿보이는 그러한 이야기가 이 작품엔 아주 많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오닐의 경험이 깊게 묻어나오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 대체 누구에게 오닐의 모습을 투영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위에서 설명한 작가의 경험을 미루어보자면 물론 에드먼드에게 중점을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읽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다른 답을 내리자면, 아마 모두일테다. 이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은 분명 오닐의 가족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모두의 면모에선 오닐이 엿보인다. 그 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오닐이 이 작품을 아내에게 바치며 했던 헌사, '내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극' 이란 말과 오닐이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용서를 구한다 했던 이야기에서 결국 이 작품이 가족에 대한 용서임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연민 섞인 용서임을 알 수 있다. 이건 짧게 줄이고, 이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제목에 대해 먼저 말해보자. 영어를 잘 못하기에 미약한 실력으로나마 해석해보는 원제인 Long day's journey into night는, long day's journey는 딱딱하게 번역하자면 긴 날의 여정, 여행일테고, 이 문구는 into 덕분인지 밤으로 파고 들어가는듯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여로라고 번역한 점에서 굉장히 칭찬을 하고 싶은데, 여정은 어떤 서사시적인 의미를 담고있는 것 같고, 여행은 어딘가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헌데 여로는, 이 작품의 번역명에 담긴 이 여로라는 말은 적당히 무거우면서도 오닐이 이 작품을 통해 하고싶었던 그러한 주제를 담고있는 듯한 단어다.
이들은 가식으로 점철된 환한 빛 아래서의 삶을 포기하면서 일부러 외면해오던 과거의 단절을 끊어가며 고통스럽고 어두컴컴한 밤으로의 여행길에 오를 것을 택했다. 마치 에드먼드가 가족을 이해하려 결심한 것처럼 오닐 또한 눈물 흘리면서도 어두웠던 안개를 들춰 스스로 이 긴 여로를 만들며 연민을 표현한다. 비로소 이 밤으로의 긴 여로가 오닐이 택한 화해의 방식이자 타이론 일가가 걸어나갈 길임을 알게된 독자에게 메리의 독백 이후 이어지는 안개고동은, 더 이상 소름 끼치는 소리처럼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타이론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밤을 채우는 이 소리는 이들이 걸어나갈 그 긴 여로를 축복하는 유진의 마음을 담아 밤을 깊게 침잠시키며 막을 내리게 된다.
옛날에 썼던 감상에 담아놓았던 문장이다. 이건 연극을 보고나서 쓴 감상이라 원작과는 다른 면이 있다. 안개고동. 작품 내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은 요소인 이 안개 고동은 무대 위 연극에서 어두운 밤을 상징하듯 기괴한 소리로 타이론 가족에게 겁을 주기도 하지만, 마치 그들을 위로하듯 다가오기도 한다. 이 원작에서는 밤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그 역할을 수행한다. 타이론과 제이미, 에드먼드 세 명의 대화가 등장하는 후반부까지의 밤은 어쩌면 죽1음을 의미하는 것 같이 어두컴컴하고 부정적인 인상만을 심어준다. 도저히 걷고 싶지 않은 여로의 종착치로서만 읽힌다.
다만 세 명의 대화가 이어지고 난 뒤의 밤은 다른 의미를 띄기 시작한다. 이 가족의 각자에겐 변명할 거리가 넘쳐난다. 가난함에 인색해야했던 아버지, 의사 때문에 마약 중독에 걸려버린 어머니, 그 어머니의 증오 때문에 망가져버린 제이미의 냉소, 그 냉소 때문에 더더욱 망가져버린 에드먼드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입히는 이 가족들은, 각자 변명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불쌍한 존재들이다.
다만 그렇게 오직 변명으로 넘어가고 서로를 증오한다면, 이들은 밤으로의 긴 여로를 걸어나갈 수 없다. 그 힘든 여로를 걷기 위해서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이 삶 자체를 인정해야만 한다. 어머니의 독백이 끝나고 막이 내려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가족은 이제 다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시작해야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제 밤이 아니라면 타이론 가족을 위로하고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어두컴컴하고 끔찍하지만 마주해야하는, 연민이 가는 밤이라는 것을 통해야만 타이론 가족은 다시 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걸어왔던 밤으로의 긴 여로, 끔찍하기만 했던 그 여로와 달리, 앞으로 타이론 가족이 걸어가야할 밤으로의 긴 여로는, 어쩌면 용서의 의미를 띌지도 모른다. 서로의 아픔을 이젠 이해하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자기 연민에만 휩싸여 살지 않고 서로를 용서하기로 결정했으니 이 밤은 어쩌면 이제는 꽤 부드러울지도 모른다. 이제는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길고 긴 막은 잠시 내려진다.
유진이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용서를 구한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진은 결국 이 피로 쓴 진혼곡을 통해 그들을, 또한 그때의 자신이 담긴 옛날을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오닐 자신 또한 그들처럼 다시 한번 밤으로의 긴 여로를 걷기 위해 고통 섞인 눈물을 흘려가며 이 책을 집필했고, 그 생애의 결과와 상관 없이 이 진혼곡은 모두를 감동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이유가 아마, 이 작품이 품고있는 길고 긴 여로에 담긴 절절한 용서. 지극히 있는 그대로의 연민 덕분임을,이 작품을 읽고 난 뒤의 우리는 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통해 깨닫게 된다.
유진 오닐의 슬픈 생애와 언젠가 모두가 걸어나가야할 밤으로의 긴 여로가 담긴 이 작품. 어딘가에 매몰되어있던 수험생 시절 다가와 위로를 주었던 이 아름다운 작품이 언젠가 그런 힘든 여로를 또 다시 걸어가야할때, 어쩌면 다시 한번 위로가 되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래주길 바라며 이 애매모호한 감상을 마치고 이제 술이나 한잔 하려한다. 어딘가 위로가 되길 바라며. 또 용서합시다.
쓰고나서도 제법 웃긴 감상인게, 정작 작품의 내용에 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음. 제이미와 타이론의 대화에서 엿보이는 갈등과 화해 같은건 일절 다루지 않았을 정도로 외부적인 요소에만 집중한 감상인데, 아마도 그건 유진이 그려준 이 도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것에 집중하느라 발생한 일일테니 바보 같은 놈이 썼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세줄요약
밤긴여는 무적이고
유진 오닐은 신이다
깝치지마.
수험생 시절에 이런 작품 읽으면 치명타임 ㅋㅋㅋ 나도 수험생 시절 체호프의 갈매기를 우연히 책장에서 발견하고 읽었다가 라스트 씬 땜에 한동안 허우적거린 적 있었음. 그 뒤로 체호프 작품이란 작품은 다 찾아 읽었지 ㅋ 이거 말고도 요즘 단편집에선 안 보이는 등불이라는 단편 or 중편도 있는데 갈매기 읽고 나서 이거 읽는 바람에 연타로 때려맞아서 더 허우적거렸지 ㅋㅋㅋㅋㅋ
등불 궁금하네 함 찾아봐야겠다
호텔 방에서 태어나 호텔 방에서 죽다니...
묘한 멋이 있는 유언인것같음
나도 이 글 써도 됨?
엄.. 이 감상 말씀하시는거면 넹
ㄱㅅㄱㅅ
@스터브 근데 이런 감상이 어디에 쓸곳이 있을까용
나도 밤긴여 가지고 감상문 쓸려고
@스터브 옹 영광입니다 ㅋㅋㅋ
ㅈㄴ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
극찬 감사합니다
유진 오닐은 신이야!
나도 좀 어렸을때 작가 생애랑 겹쳐보면서 매우 인상깊게 봤었는데 오랜만에 생각이 드는구만 - dc App
이런 작품의 서사보다도 불행한 오닐의 삶이 있었기에 작품이 더욱 인상이 깊었던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