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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누가 착한 애고, 나쁜 애인지


누가 교활한 사냥꾼이고, 누가 먹잇감인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한 줄 요약

충실한 장르, 충실한 서사, 충실한 격리




에이플랫에서 나온 전자책 시리즈다. 추천 받아서 읽게 됐음. 단편인 데다가 장르가 장르이고, 말할 내용도 많지 않아서 길게 쓰진 못한다.


장르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는 scp류 격리픽션이다. scp 문서를 소설로 읽는다고 생각하면 편할 듯. 산타클로스라는 변칙개체에 대한 대응 수위를 격리에서 제거로 상향 조정해 제거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줄거리는 진짜로 이게 끝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반전과 각종 정보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곳에선 다루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걸 설명하려고 하면 줄거리를 다시 처음부터 풀어야 하는 데다가 장르가 전제하는 몇 가지 특징적인 부분들을 다 일일이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미 한 가지 특징이 나왔다. 그렇다. 이 작품은 굉장히 장르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장르적이란 말은...... 장르팬들을 위한 장르소설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 작품은 초장부터 위압감을 주는 문서를 박고 시작하며, 거침없이 전개를 해 나간다. 독자를 위해 설명하는 쉬는 시간 따위 없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 이제 상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같은 건 없다. 반전이 드러나고 상황이 종료된 후, 그러니까 결말부에 가서야 진상과 함께 독자도 숨 돌리며 그간의 정신 없는 경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달리 생각하면 작품이 친절한 부류는 아니다. 겉절이 장르소설들과 다르게 서술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문단들이 벽돌이라 느껴질 정도로 문장의 겹이 두텁다. 자칫하면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문장력과 서사를 끌고가는 힘으로 메운 케이스다. 앞에서 쉬는 시간 따위 없다고 했는데, 그게 일장일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두꺼운 벽돌을 읽으면 전개가 되고 진도가 빠지며 상황이 진전되니 어떻게든 참고 읽을 수 있는 셈. 그렇다고 작품 내내 참아야 한단 의미는 아니고, '그래서 그게 뭔데 씹덕아' 단계를 거치는 중반부를 넘기면 오히려 쭉쭉 빠지는 전개 속도에 탄력을 받아 금방 끝까지 읽게 된다.


결론은 작품의 단점이 초중반부에 몰려있다는 말(...)이다.


소재에 대해 말하자면, 산타클로스라는 소재 자체는 상당히 메이저하다 못해 '흔한' 쪽이지만, 산타클로스를 변칙개체화 시키면서 나타나는 작가만의 발상은 좋았다. 또한 변칙개체에 대한 묘사도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밍숭맹숭하거나, 그런 것 없이 인간의 이성을 벗어난 기괴한 존재를 인간의 이성으로 대응한다는 '격리픽션'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어서 몰입감 높게 읽었다.


작품 속에 반전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발상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추리해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하나는 추리 가능한 부분은 아니고, 서술 밀도에 파묻혀서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꽤 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잘 쓴 소설이냐? 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데, '추천할 수 있느냐?'라고 물으면 대답이 망설여지는 작품이다. 어쩔 수가 없다. 초중반부가 진짜 고비임... 격리픽션에 익숙하고 SCP를 좋아하면 K-SCP인 이 작품을 읽는 걸 추천함. 근데 이런 장르 잘 몰?루면 장르 입문작으로 추천하긴 좀 그런 듯. 벽돌 뚫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ok겠지만.


그래도 국내에 이런 벽돌 문체를 가진 사람이 귀한 것도 사실이니 너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취향이 아니라면 유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