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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내가 선정하는 순번이 되어 종의 기원을 골라 완독했습니다. 이주정도 쉬는 시간이 순삭되었습니다.

진화론은 여태 반박되지 않은 확정적인 가설인데, 과학기술이 지금과 같지 않던 때에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었는지 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과학자를 할 것도 아니니 최신 동향은 기사나 에세이 등으로 겉핥기나마 접하면 될 일입니다만, 일상생활에서 과학적 사고를 하는 건 내 삶을 다소 윤택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과학적 사고라는 것은 타당한 근거를 통해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라 한다면 말입니다. 어쨌든, 오히려 그래서 근대과학자의 책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많이 공격받고 결국에는 더 화려하게 살아남은 책일수록.

책은 지독한 편집증이 느껴집니다. 삶의 모든 초점이 자신의 학문에 맞추어진 사람의 지독한 집요함이 소름끼칩니다. 그러나 비약이 없습니다. 비약이 없는 게 이 책의 묘미입니다. 이 비약이 없다는 의미가 진정 와닿게 될 수 있도록 인덱스를 붙여놨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이어 인덱스를 붙여놓은 두번째 책이자 두번째 과학책이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인덱스를 따라가며 과학적 상식을 외울 작정으로 붙여두었고, 이번에는 다윈의 논증을 따라가며 그 맛을 음미하기 위해 붙여두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읽을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고전의 깊이와 양은 항상 나를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어느 세월에 다 읽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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