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트가 <아우스터리츠>에서 한 남자가 부모를 찾는 모험을 서술의 동력으로 삼아 전통적 소설 구성에 더 근접하고자 할 때, 우리는 관습에 사로잡히지 않은 저자의 생각이 관습의 벽에 부딪히며 삐걱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발트가 새로 쓰려고 한 책은 초기작들처럼 자유롭고 음악적인 구성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구식 소설이 현대에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역설한 그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을 듯하다. "표준소설은 무언가 너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죠. 플롯을 진행시키기 위해 대화를 써야 했던 번거로운 일은 18세기나 19세기 소설에는 괜찮았지만 오늘날엔 좀 짜증나게 합니다. 이런 경우 반드시 소설의 바퀴가 힘들게 돌며 삐걱이는 걸 봅니다. 서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머리를 통해 나오죠. 독자로서 저는 그게 누구인지 또 어떤 자격이 있는가 하는 요소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시계는 관찰자에 따라 바뀝니다. 따라서 그런 요소는 소설 방정식의 일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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