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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으려고 했는데 저기서 끊겼군...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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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과 흑 / 스탕달 / 민음사


플로베르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경계에 있다면, 스탕달은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경계에 있는 것일까

괴테의 베르터나 스탕달의 쥘리앵이나 둘 다 낭만적 성격을 지녔지만, 전자가 사랑을 추구한다면 후자는 출세를 추구한다 (재밌게도 두 인물 모두 자기중심적 성격이 짙다)

스탕달의 문체는 나폴레옹 법전을 바탕으로 다듬어졌다는 일화에서 드러나듯 군더더기 없이 속보로 움직인다

다만 이것 때문인지 이상한 데서 급전개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 문제는 32장에서 느닷없는 [스포일러] 선언으로 정점을 찍는다

스탕달은 자유주의자이면서도 동시에 귀족적인 면을 가진 덕에, 이 두 사상의 문제를 모두 꿰뚫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결말의 방향성은 비단 당대에도 명백해 보였을 역사의 앞으로의 흐름 때문이라기보단 스탕달 본인의 신념에서 기인한 것이리라는 믿음이 있다


2.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민음사


간혹 범세계적으로 명작이라 대우받는 작품들에서조차 이건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 하는 감상을 가지고는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고전이란 칭호는 허투루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백 년을 가는 가문의 역사와 그 속에 수액처럼 흐르는 고독의 역사... 너무나 거대한 작품인지라 감상을 얘기하는 것조차 벅차다...

수많은 마술적 일화들이 페이지 페이지마다 드러남에도 글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리얼리즘이라는 줄기가 탄탄하게 글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사조의 본질은 리얼리즘에 있고 마술이란 그것의 껍질인 뿐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 껍질이 아름답기에 과육이 탐스러워 보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3.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민음사


마르케스의 초기 중편, 백년의 고독에서 본 익숙한 이름들이 자주 나와 반가웠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기보단 그냥 리얼리즘에 가까운 소설로, 권태의 분위기가 잘 묘사되어 있다

다만, 그저 중편으로 끝나지 말고 제대로 된 장편으로 확실하게 끝을 내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4. 좋으실 대로 / 윌리엄 셰익스피어 / 한국외대


이런 주먹구구식 희극마저 이렇게 광낼 수 있기에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이 이렇게 높아진 것일 터이다

그냥 해피해피한 희극일 뿐인데 연구자도 아닌 내 눈에 보기에도 논문 소재가 쉴 새 없이 보인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편함을 남기고 끝낼 수 있었음에도 제목을 따라 유쾌하게 끝내는 이 모습...

조지 버나드 쇼가 지적한 대로 'As You Like It'의 You는 바로 우리 관객이 아닐까...


5. 페드로 파라모 / 후안 룰포 / 민음사


마르케스가 너무 좋아해서 아예 통째로 외워버렸다는 그 책이다

실제로 마르케스에게 영감을 줬을 소재들이 페이지마다 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그렇게 인상 깊은 작품이 아니었음

형식과 문체의 고유한 특징들이 처음에는 인상 깊게 보일지라도 책장을 넘길 수록 이게 그렇게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거기다 아무리 제목이 '페드로 파라모'지만 제발 주인공 서사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안되려나...


6. 셰익스피어의 기억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민음사


솔직히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픽션들이나 알레프의 수준 낮은 단편들 비슷한 급의 비율이 좀 높구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이 인간 폼 안 죽었구나 싶기만 했다

사족으로, 중간에 러브크래프트 오마주한 단편 하나가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보르헤스는 원래 자기가 자주 쓰던 '자히르'니 '알레프'니 '모래의 책'이니 '셰익스피어의 기억'이니 하는 소재들이 제일 코스믹 호러스럽지 않나 싶다

'의회'는 작가 본인이 정말 만족한 글이라던데, 나한테는 좀 아쉬웠다

개인적인 최애 단편들: 울리카, 거울과 가면, 원반, 모래의 책, 파란 호랑이들, 셰익스피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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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과업을 하나 끝내서 술을 좀 마시고 있다

실시간으로 취해가며 결산 글 쓰고 있는데 내일 봤을 때 쪽팔린 글이 되지만 않길...


다음 달에는 발자크와 로렌스 스턴을 좀 읽어볼까 싶었는데, 어쩌면 오스카 와일드를 읽게 될지도...?

하지만 보르헤스와 마르케스도 더 읽고 싶은데...

책은 나의 삶을 위해 충분한데 나의 삶은 책을 위해 충분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