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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에 들어가기 앞서 잠깐 잡설이나 좀 하고 가자. 이 작품 모음집 <달밤>, <해방전후>에 수록된 작품들은 각각 36편, 28편 (장편으로 분류된 농토 포함)으로 64편인것에 반해, 성북구립도서관에서 공개한 자료 기준 이태준의 작품은 장편 제외 콩트 포함 총 73편이 있어야한다. 저 자료에서 콩트로 분류한 <모던걸의 만찬> 같은 것도 모음집에 포함된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작가의 월북으로 인한 작품 자체가 소실되었거나 사정으로 인해 못 넣은 작품들이 몇개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없는 작품들을 일일히 대조하며 찾아보니, <법은 그렇지만>, <즐거운 기억>, <너>, 일어로 쓰여진 <제1호선박의 삽화>, <첫전투>라는 단편에 포함된 4편, 월북 이후의 작품들이 8편 있었다. 다만 저 자료에서 보이지 않는 6편이 작품 모음집 2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이 자료가 완벽한 자료라고 신뢰하기는 조금 어려워보이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참고 정도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사실 단편은 감상으로 딱딱 이게 좋았다 하며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64편의 감상을 다 적어내려면 몇시간이 필요할지, 몇번에 나눠서 적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기에 그렇다. 그리하여 이태준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과 특별히 좋았던 몇몇 작품만 따로 적으려한다.


  당대엔 이태준을 "조선의 모파상"이라고 불렀다는데, 모파상을 읽어보진 않은 지금으로썬 이태준은 오 헨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위트 있고 깔끔한 마무리. 오 헨리라는 작가 이외의 단편에선 보기 힘들었던 그런 느낌이 이태준의 단편 곳곳에는 녹아들어있다. 다만 오 헨리처럼 글이 빠르고 익살스럽다기보단, 레이먼드 카버처럼 차분하고 무미건조하고 체호프처럼 곳곳에는 유쾌한 비극성이 엿보이기에, 아마 이태준을 부른다면 누구의 이름을 붙인다기보단 그저 있는 그대로로 표현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분명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작가일터이니.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태준은 무엇보다도 마무리에 집중해야하는 작가다. 이태준 이상으로 국문학에서 마무리란 범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리 섬세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란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작가는 지금까지, 현대 국문학의 추세를 보면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아마 당대 단편 작가 셋을 꼽아도, 국문학사 전체에서 단편 작가 셋을 꼽아도 똑같을 라인업의 이태준, 현진건, 채만식 세 작가 중에서도 단연 이태준의 마무리는 소설 내에서 그토록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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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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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철로>


 굳이 추가적으로 설명할 것도 없이, 이태준의 마무리는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다만 씁쓸하면서 아련한 감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위의 사진에서도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있으리라 생각된다. 이태준 하면 문장일 정도로 그는 문장 자체를 굉장히 잘쓰는 편인데, 들어가야할 위치에 들어가야할 단어를 꽂아 넣은듯한, 마치 퍼즐을 맞춘 문장 같은 방식의 문장은 이러한 단편과 산문들에서 진정한 힘을 발휘해낸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정지용의 산문 또한 지금 읽어도 좋을 정도로 잘 쓴편이지만, 당시에는 이태준에게 비교당하는 처지였다는 것을 들어보면 그의 문장은 잘 쓰는 이가 넘쳐났던 그 시절에도 명성을 떨칠 정도로 뛰어났다는걸 알 수 있다.


 단편 중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쭉 나열하고 그 특징에 따라 좀 분류해보자면, 물론 다 좋긴하지만 그래도 일단 몇개만 꼽자면, 단편선 <달밤>에선 그림자, 누이, 고향, 봄, 서글픈 이야기, 아담의 후예, 달밤, 방물장수 늙은이. 단편선 <해방전후>에선 삼월, 복덕방, 코스모스 피는 정원, 장마, 철로, 패강랭, 영월 영감, 농군, 밤길, 농토. 몇개만 꼽겠다고 해놓고 너무 많이 꼽은건 아닌가 싶긴하지만, 마음 같아선 모든걸 소개하고 싶었다는걸 알아주길 바란다. 


 당시 국문학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인 비참함은 그의 모든 작품에 들어가있긴하지만, 순수히 그 주제가 심화되는 작품은 <고향>, <봄>, <삼월>, <농군>, <밤길>, <복덕방> 정도인것 같다. 이 중에서 일제강점기 자체로 인한 압제를 다룬 작품은 고향 하나밖에 없고, 이태준이 다루는 비극은 소시민들의 비극에 집중하는 쪽이 조금 더 인상 깊었기에 그런 작품들을 좀 가져왔다. 


 최서해의 탈출기가 연상되는 농군이 제일 인상 깊기야 했지만, 심리적으로 쬐이는 느낌이 들었던 작품은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을 그린 삼월, 아내 잃은 아비로서의 슬픔을 보여주는 밤길, 봄 등의 작품이 아니였나 싶다. 복덕방 또한 물론 마찬가지지만 이건 시대의 비참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방물장수 늙은이의 경우 작품의 양식이 독특한 편이며 그 애환이 잘 녹아들어있기에 몹시 재밌었다.


 마무리가 돋보이는 작품은 <달밤>, <서글픈 이야기>, <철로>, <패강랭> 이였다. 문장 자체로 아름다운 달밤의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섭섭한 마음을 허탈한 웃음소리로 감추는 서글픈 이야기, 옛말을 인용하여 미래를 예언하는 패강랭, 애달픈 마음을 외워둔 역 이름으로 대변하는 철로까지, 마무리로 이런 감탄을 자아내는 작가는 아마 이태준 밖에 없으리라.


 어딘가 희망이 보이는 작품은 코스모스 피는 정원, 아담의 후예 두 작품으로 둘 다 희망찬 결말이 난다는 점이 좋았다. 그냥 읽어보는 편이 좋을테다.


 솔직함이 가미되어있는 단편 역시 많다. <장마>, <해방전후>, <농토>. 장마는 그 시대에 함께 살아왔던 작가며 인간군상에 대한 자세하고 솔직한 묘사가 인상 깊었고, 해방 전후와 농토에선 목적없는 충성심을 가질 수는 없었던 작가의 고뇌가 드러난다. 농토와 해방전후에서 그는 사회주의가 변해버리면 어쩌지 하는 주인공이 지닌 일말의 망설임을 곳곳에 집어넣는다. 카프의 그 교조적인 작품들과 달리 그는 문학이라 부를만한 작품을 쓰는 작가였기에, 그렇기에 사회주의를 마냥 좋게만 묘사하진 못하였던 이태준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씁쓸한 이야기다.



 여튼 이태준의 두 단편선은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매우 즐거운 경험이였다. 서문을 쓴 고명철은 이태준의 소설을 '삶의 청량제'라고 표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은 '삶의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많은 몰락과 죽음, 희망등을 통해, 그리고 그 아름다운 마무리를 통해 이태준이 던지는, 당신은 어떤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으로 독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듯한 그의 작품들을 나는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이태준은 무엇보다도 마무리에 관한 작가라고, 그리 평가하며 이 쓰잘데기 없이 긴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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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이 긴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태준의 마무리는 굉장히 좋다. 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