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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도서상, 필립 k. 딕상 후보에 선정되기도 한


 명실상부 K-SF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정보라의 『아이들의 집』을 읽었음.


 단편집 『너의 유토피아』 이후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장편소설임


 평가부터 내리자면 어...음... 많이 별로다.


 일단 출판사 소개글이나 언론에 개재된 기사들을 보면 이 작품의 장르를 '근미래 디스토피아 SF' 라고 칭하는데


 직접 읽어본 바로는 딱히 SF스럽지가 않다. 이건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 차원이 아니라, 정말 SF라고 할만한 요소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물론 SF스러운 설정들이 있기는 하다. 인공수정이라든지, 원통형 가사도우미 로봇이라든지.


 근데 인공수정의 경우, 작품 후반부쯤에 그냥 사이비종교의 구라라는 걸로 밝혀지기 때문에 쓸모없고,


 로봇의 경우가 그나마 SF요소라 할 수 있는데 이럴거면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 강아지가 등장하기만 해도 SF로 인정해줄건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SF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기대하는 감각은 단연 '경외감' 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의 미래상을 생생하게 구현하거나, 아니면 도발적인 사고실험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등,


 그야말로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한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독자를 충격에 빠트리는 그런 감각말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이런 감각은 SF장르가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매력이라 생각함.


 그런 점에서 이 『아이들의 집』 은 딱히 생생하지도, 도발적인지도 않은


 그냥 여타 다른 K-SF들처럼 식상하고 허접한 느낌이 듬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두 가지. 하나는 볼륨이 너무 작다는 거. 또 하나는 정반대로 볼륨이 지나치게 크다는 거.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을텐데 설명해주겠음.


 우선 이 작품은 인공수정,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보육시설, 아동학대, 무분별한 해외입양, 해결되지 않은 미제사건같이 충분히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들이 대거 등장함.


 문제는 대거 등장하기만 하지, 작가가 딱히 깊이 파고 들어가지도 않고 피상적인 인상만 그리는데 그침.


 소재 하나하나가 따져보면 복잡하고 생각할거리가 많은 소재들인데도 그냥 겉핥기로 쓰윽 훑어보는데 그쳐서 매우 짜침.


 가령 작중에 '아이들의 집' 이라고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보육시설이 등장하고,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의무적으로 이 보육시설에서 봉사활동해야 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좀 더 파고 들면 그럴듯한 디스토피아물이 탄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작가 역량의 한계인지, 아니면 애초에 파고 들 생각이 없었던건지 아무런 고찰 없이 '국가가 양육과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 는 주장을 위해 소모되어버림


 한마디로 모든 소재들이 작가의 주장을 위한 발사대로 전락해버림.


 근데 위에서 말했듯, 이 작품은 또한 반대로 '이딴 내용을 이렇게 길게 쓴다고?' 라는 생각이 들만큼 쓸데없는 장면들이 많았음.


 집안일 하는 장면, 아이들이 노는 장면, 사이비종교 욕하는 장면... 무슨 의도로 쓴 건진 알겠지만 딱히 재밌지도 않고 이야기 전개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는 장면들이 자꾸 등장함.


 그중에서 가장 압권인 건 주인공과 주인공의 어머니의 과거사를 다룬 부분인데, 난 아직도 작가가 이 장면을 왜 그렇게 자세하게 썼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딱히 내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주인공도 별로 중요한 역할을 안함.


 여기서 또 다른 문제점이 등장하는데, 바로 등장인물들이 작품 전개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거임.


 중요한 지점들은 대부분 경찰과 같은 제3자가 해결해버리는 바람에, 작중 등장인물들의 역할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음. 이런 면에선 참 지독하게 현실적이랄까...


 차라리 살을 덧붙여서 작품의 볼륨을 키우든가, 아니면 필요없는 부분들은 다 쳐내고 중단편으로 발표하는 게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저번에 읽은 『너의 유토피아』 도 그렇고, 읽다보면 작가가 사회운동에 참 관심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작가의 글에서도 한국의 무분별한 해외입양을 비판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작가로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좋은 태도지만, 일단 작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다음에 관심 가지면 안될까?


 지금으로선 오히려 복잡한 사회문제들을 지나칠 정도로 가볍고 단순하게 다룬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임.


 『너의 유토피아』 는 그럭저럭이란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의 집』 은 정말...작품으로서 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