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버전으로 쓴거라 컴으로 봐야 잘 보일듯


만요슈 선집, 800년대 천황의 명으로 집필된 만엽집 4500수 중 몇 수를 뽑아놓은것을


한국어로 재번역해 나온 책임 (상권인데 하권이 안나오고 있음)


이 책이 재밌는 점은 와카의 정통 방식인 57577을 살리지 않은 번역이라는 것인데


백인일수에도 꼽혀있는 지토 천황의 와카를 임찬수 교수가 번역한 방식은


전통적인 57577을 살린 형태의 (현대 히라가나)



'봄이 지나고 はるすぎて


여름이 온듯하다 なつきにけらし


가구산에서  しろた


새하얀 옷을 ころもほすちょう


널어 말린다 하네 あまのかぐやま'



이런식으로 끊어 읽어 운율감이 느껴지는 정통 방식이라면


이 책의 저자가 번역한 방식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 듯하네


새하얀 빛깔 옷을 널어 말리네


아름다운 가구산'


(일본어를 못해 표기가 안되는 점 양해부탁합니다..)



이라 비교해서 보는 맛이 있었음


이 쪽이 조금 더 한국적으로 읽기는 좋지 않았나 싶네요


백인일수가 대중적으로 유명하기에 그를 예로 들긴했지만


만엽집은 백인일수보다 약 400년 가량 앞서 있기에


앞의 몇수를 제외하고선 중복되는 일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저거 말고 딱히 비교해볼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백인일수의 집필은 후지와라노 사다이에 (테이카) 한 명만이 했지만


고금와카집이나 만요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기에


조카- 소몬카- 반카 이런 식으로 안에서도 세분화 되니만큼


다루고 있는 와카의 양이 많아서 이번에 다루는건 아주 아주 일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고금집이나 백인일수도 최대한 자주 자주 소개하려하니


심심할때 다들 읽어보았으면 해요..!






다루려는 사람은 1장의 두 명, 덴지 천황과 누카타 공주


이 두명은 엮여있는 과거가 아주아주아주 복잡한 편이라서 천천히 설명해보고


여튼 둘 다 와카 짓는 솜씨가 대단했던 것 같은데


일단 각각의 좋았던 와카 먼저 살펴보자면


덴지 천황의 시 (권1-14)



'가구의 산과


미미나시의 산이


서로 다툴때


직접 보러오셨던


이나미 들판이여.'



자기가 지은 삼산의 노래에 반가로 지은 이 와카가 특이한 점은 무엇보다도


말을 거는 화자 쪽에 치중되어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이나미 들판이여.' 로 맺음하는 와카이기에


그냥 자연물에게 말을 거는게 아닌가 싶겠지만


반가의 내용과 같이 읽어보면 이 두 산의 싸움을 말리러온


이즈모의 아보노오카미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것을 알수있음


해설자는 이 서술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산문적인 통속성을 탈피했다고 평했지만


그리 길게 보지 않아도 그저 아름다운 시라는 점이 좀 더 중요할 것 같음


개인적으로 이 와카보다 좋아하는건 역시 이 시 (권1-15)



'드넓은 바다


웅대한 구름 위로 석양 비치니


오늘 밤 뜨는 달은


분명 청명하리니'



방금의 와카 이후에 담긴 이 쪽이 표현면에서 직설적이여서 좋았던 것 같음


드넓은 바다의 경우 아마 마쿠라코토바에 준하는 무언가로 읽히는데


마쿠라코토바는 5음절로 와카 첫구절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수식어를 뜻함


이 어구와 비슷한 것들이 후대의 백인일수 곳곳에 나타나는 점에서 그걸 유추할 수 있을듯함


또한 시의 종언 부분의 청명하리니를 희망과 추측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갈리는데


추측으로 두는 청명할 것이다. 와 청명하길 바란다. 는 희망


양쪽의 방식으로 모두 해석해보면 더욱이 맛이 살아나는 시가 아닌가 싶음





오오카미는 중요 인물 중 하나로


일본의 거대 가문이였던 후지와라 씨를 번성시키기 시작한


후지와라노 후히토의 모친이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인데


다만 이게 역사서마다 이야기가 다르니 반 정도는 흘러넘겨도 될 것 같고


그게 아니더라도 중요한 인물인건 맞는게 오오키미는 38대 천황인 덴지 이전에 


40대 천황이 되는 덴무 덴노와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이것도 역사서마다 다름)


덴지와 함께하는 연회에서 허락 하에 둘이서 주고 받은 와카와 답가가 있으니 그게 바로



'붉게 빛나는 자초


가득 피어난 금단의 들판


망보는 이 없을까


소매 흔드는 그대'



'자초와 같이 아름다운 그대가


정녕 싫다면


남의 아내이기에


이리 마음 끌릴까."



(권1- 20,21)


애초에 오아마 황자 (덴무 덴노)와 먼저 사랑했던 그녀가


황자의 모습을 보면서 설렜던 기억을 되살려 적은 와카로,


소매를 흔든다는 말은 멋을 뽐낸다는 뜻이지만


그저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행동으로 읽을 수 있을테고


망보는 이와 금단의 들판을 통해


이 관계가 지금은 허락되지 않음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어딘가 현 남편 앞에서 하긴 좀 이상한 내용을 담고 있음


덴무의 답가도 마찬가지로 


그럼 내가 너 유부녀라서 좋아하겠냐는


현대인의 발상으로는 불가능한 드립에 가깝기에


굉장히 재밌게 느껴지는 와카와 답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걸 보면 와카는 그저 딱딱하기만한 시가 아니라


그저 생활 하나 하나에도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친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오카미 혼자의 시만 하나 더 소개하자면 아마도



'기이국의 산


넘어서 가다보면


나의 임께서 일찍이 서 계셨다던


신성한 나무숲길'



를 꼽지 않을까 싶은데


시에서 말하는 기이국은 그들이 머무르러온 온천의 위치였고


나무숲길도 그 근처에 있던 엄청나게 큰 떡갈나무를 가리킨다고 하며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님 또한 당시 교토에 머물던


오아마 황자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하니


덴지 천황이 불쌍한 사람이였다는걸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각 구를 놓고보면 만엽집에서도 손을 꼽을만한 작품이라 하는데


정작 일본어를 못해서 그정도인가 싶긴하네요..


그럼에도 아름다운 작품인 것에는 이견이 없을듯합니다





친구한테 선물 받은거라서 나도 아주 초보자니만큼


그리고 역사의 경우 역사서마다 이야기가 달라서 


혹시 틀린 정보가 있어 댓글로 말해주시면 빠르게 수정하겠음


일본어도 못하는 삣삐니 너그러이 봐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