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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SF작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문제작 『크래시』 를 읽었다.
솔직히 이 작품이 SF인지는 의아하지만, SF의 하위갈래에 사변소설이 포함되어있고, 이 소설도 그런 성격이 강하니 엄밀히 따지면 SF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함.
줄거리는 다음과 같음.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밸러드는 퇴원 후, 우연히 사망한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아내인 여의사 헬렌을 만나 카ㅅㅅ를 나누게 됨. 이후 자동차가 주는 도착증적인 성적 쾌락에 눈을 뜬 밸러드 앞에 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그를 통해 자동차성애자들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스토리도 미쳤고 작중 등장인물들도 미쳤음. 자동차 사고현장에 방문해 흥분하며 발기한다든지, 아예 직접 교통사고를 잃으켜 오르가즘을 느낀다든지...압권인 건 본 이 ㅅㄲ인데 이 ㅅㄲ 꿈이 유명 여배우의 차와 부딪혀 여배우와 함께 죽는 게 목표이고, 소설 막바지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정신나간 놈임. 다행히 여배우는 살아남고 본은 사망함.
주인공 밸러드도 제정신은 아닌데, 이 ㅅㄲ도 본 따라다니면서 사고현장에 방문하고 피해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며 흥분하고, 뒷좌석에서 본이 창녀와 카ㅅㅅ하는 장면을 백미러로 쳐다보며 흥분하고, 심지어 나중에는 본에게도 흥분을 느껴 동성 성관계를 맺기도 함.
뭐, 이 작품을 향한 평가들을 보면 성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병리학을 날카롭게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솔직히 그런 건 모르겠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소설로 읽히지 않을까...
그래도 이 작품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님. 위에서 말한 평가가 어느 정도는 이해되기도 하고, 또 작중 묘사나 표현들을 보면 특유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묘하게 사이버펑키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면 괜찮게 느껴짐. 실제로 밸러드는 사이버펑크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하고. SF스러운 설정은 하나도 안 나오면서 SF스러운 느낌이 난달까.
여러모로 시대의 문제작이라는 평가가 어울리는 작품임. 영화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영화화한 작품도 있으니까 그쪽도 한 번 관심가져보길.
Sex Fantasy 맞네. 왜 SF 아니라고 하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