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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롤 영화 의식의 원작이 복간 됐다길래 읽어봤는데 처음 든 생각으로 아 영화가 원작에 충실했구나인.

다만 차이점이라면, 원작이 훨씬 더 극단적이고 노골적이라는 점이다. 원작은 기본적으로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지만 결말을 미리 알려준 채 시작하기 때문인지 작가의 자의적인(?) 진술이 자주 등장한다. ‘어떻게 했어야 했다’는 가능성의 이야기나 시선의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직접 인용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한 번 예를 들어보자면, “유니스 파치먼은 돌을 줍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있으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지만 그녀는 돌을 주웠어야만 했다. 돌을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두 번 다시 그 길을 걸을 수 없었다.”라는 식으로 덧붙인다.
혹은, 여기선 직접 인용해보자면 "유니스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란 표현이 있으면, “유니스는 방에서 나갔다. 조지는 눈치껏 조용히 굴어준 그녀가 고마웠다”, “유니스는 이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최소한의 반응도 하지 않은 채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같은 식의 대사와 진술이 등장하고 충돌한다.

이렇다 보니 가끔은 일부러 문장을 늘여 쓴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재밌는 점은, 대부분의 일이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일어나는 데 내러티브의 우연은 곧 필연이기에 또 저런 진술들 또한 중심인물들로 귀결되는 점에서 의외로 쓸데없다고 여겨지지는 않고 페이지터너의 기능을 이행한다.

노골적인 원작과 달리, 샤브롤의 의식 (1995)은 한층 더 거리를 둔다.
샤브롤의 카메라는 — 우상인 히치콕과는 다르게도 — 직접적인 시선을 보내기 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대신에 인물들의 몸짓을 경유한다.
예컨대, 어떤 권위의식이 없어 보이는 멜린다마저도 더러워진 손을 닦기 위해 빌린 손수건을 쓰고는 대충 던져버린다. 그리고 소피(가정부)와 잔(우체국 직원)은 손가락을 쪽쪽 빨거나 씹던 껌을 벽에 붙인다. 무심한 계급적 폭력과 무심한 반항의 몸짓을 경유해 계급에 종속된 인물을 그린다.

그나저나 원작을 읽으면서 느낀 게 가정부는 영화와 묘사가 달라서 연상되는 부분은 없었지만 그 친구인 우체국 직원의 묘사는 영화에서 위페르가 연기한 것과 잘 어울려서 내내 위페르가 연상되던.


+ 착각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작중에서
방에 붙여진 새뮤얼 버틀러의 문구를 유니스가 보자
Why should the generations overlap one another at all? Why cannot we be buried as eggs in neat little cells with ten or twenty thousand pounds each wrapped round us in Bank of England notes, and wake up, as the sphex wasp does, to find that its papa and mamma have not 온리 left ample provision at its elbow, but have been eaten by sparrows some weeks before it began to live consciously on its own account?
그녀가 아는 몇 개의 단어 중에 egg와 why을 알아보고 계란을 떨어뜨린 실수를 꾸짖는 거라고 오해하는데, 몇 안되더라도 단어 몇 개를 안다는 설정이라면 이런 약간의 유머스런(?)장면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이거 보고 궁금해서 원문도 찾아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