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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속에서
엄마의 엄마의 눈썹이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엄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쌀 때
손바닥에 달라붙는 찐득찐득한 엄마의 엄마의 태반

죽음을 임신한 엄마가 복대를 풀면
쥐구멍보다 따뜻한 구멍에서 내가 얼굴을 내밀었다
(태반은 아기의 것일까 엄마의 것일까)

(나는 기억해 엄마가 나에게 생리대를 빌리던 때를)
(나는 기억해 엄마가 나보다 인형 놀이 좋아하던 떄를)
(나는 기억해 엄마가 나를 낳고도 키가 자라던 때를)
(나는 기억해 나보다 어린 엄마가 백발이 된 날을)

내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면
손가락을 비집고 삐져나오는
또 하나의 얼굴
내 손가락엔 그 얼굴의 숨을 끊은 오싹한 촉감

백 년 전의 모녀와 천 년 전의 모녀를 생각해
이 모든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생각해

늙은 엄마들이 자기보다 더 젊은 엄마를
엄마 엄마 부르며 죽어가는 이 세계

눈썹을 파르르 파르르 매미의 날개처럼 떨다가
불길처럼 솟구쳐 오른 젊은 엄마가
늙은 딸의 얼굴을 불태우고 가는 이 세계
- 먼동이 튼다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아야 하나?
지구는 마더 네이처로 읽을 수 있고 달은 딸로 읽을 수 있다
엄마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엄마 어떡해 엄마 어떡해 해야 되나?
김혜순은 이 시집의 절반을 죽어가는 어머니를 돌보며 썼다고 한다

냉장고가 잘 안고 있겠지. 냉장고의 어깨는 크니까. 그러다 냉장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냉장고를 방문했다. 냉장고를 열자 냉장고가 1년간 참은 숨을 내쉬었다. 몸을 버려두고 홀로 떠난 엄마가 거기 있었다. 엄마의 얼어붙은 숨. 벌어진 턱뼈. 엄마는 먹기 좋게 나누어져 들어 있었다. 이를테면 깨끗이 결빙한 두 발, 웅크린 핏물. 수은처럼 맺힌 눈물. 엄마는 정말 많았다. 처음 것을 꺼내면서 유리창이 덜덜 떨기 시작했는데, 유리창이 다 깨지도록 엄마가 계속 나왔다. 엄마의 결심처럼 굳은 것. 불안을 냉동한 다음 기절한 것들이 말했다.

자 얼른 옷 벗고 들어오세요.
같이 누워요.

걸칠 옷도 없는 몸뚱이만 있는 것들의 저 마음먹음.

나는 냉동된 엄마를 꺼내어 대패로 갈았다.

(절벽에 매달린 호텔의 방문을 열어젖히듯 문을 열자 1인분씩 나누어진 고기들이 방마다 쌓여 있었다. 어느 봉지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가 오면 먹이려고 한 것 같았다. 어깨를 구부리고 고기를 써는 엄마의 등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생을 끝낸 고기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런지 위엄이 있었다. 몸뚱이만 있는 것들은 눈꺼풀이 없었다.)

나에게서 플러그를 빼자
생고기로 만든 호텔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냉장고 호텔

엄마는 죽었지만 냉장고에 살아 있다
고기처럼
먹힌다?
곤충들이 새끼를 낳고 자기는 먹히는 그런?
모성은 자기 살을 내주는 것?

엄마는 나를 두 번 배신했다
첫번째는 세상에 나를 낳아서
두번째는 세상에 나를 두고 가버려서

엄마가 죽기 전 나는 이미
배신자의 배신자가 되어 있었다

배신자의 기저귀를 갈아드린다
두 팔에 안고 진정제처럼 안아드린다

팬티를 치켜올린다
엄마! 왜 이래? 이건 아니야! 소리친다

눈물을 닦아드린다
떼쓰지 마! 꾸짖어드린다

이제 무게밖에 남지 않은 배신자에게
쓰라린 내 가슴을 한 술 두 술 먹여드린다

이제 이 배신자를 키워서 시집도 보내야지 마음먹는다
아빠에게는 두 번 다시 안 보내 단호하게 생각한다

마주 앉아 서로에게 뿌리를 내린 채
나뭇가지를 얽었으니 한정 없이 매년 이파리를 쏟았으니

(새는 알을 낳을 때 통증을 느낄까?)
(새는 날개를 펄럭일 때 통증을 느낄까?)

배신자의 배신자가 되어 엄마엄마 불러보니
엄마라는 단어에는 돌고 돈다는 뜻이 있다

(시계 안에서 째깍째깍 엄마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엄마는 축지법을 쓴다 엄마가 초침처럼 나를 찌른다

그렇게 엄마는 내 앞에 괘종시계처럼 늘 있었다
시간은 나를 늘 엿봤다

나를 낳지 말란 말이야
내가 시간의 손깍지를 푼다

노을의 붉은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 나온다
내가 내 따귀를 갈긴다

결국 엄마는 나를 두 번 배신했다
첫번째는 세상에 죽음을 낳아서
두번째는 세상에 죽음을 두고 가버려서

(왜 신생아는 태어나서 새끼를 빼앗기고 만 어미 새처럼 울까?)

이윽고 나도 엄마를 두 번 배신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엄마 조심히 가 하고 죽은 엄마를 낳아서
두번째는 나만 남아서
-엄마란 무엇인가

시인은 당시 엄마의 죽음이 "세상 모든 사람이 지닌 슬픔의 무대를 느끼게 했다"고 회상했다

1부는 그래도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써서
그나마 이해할 만 했는데
2부 3부는 좀 어렵다

느낌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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