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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케이크, 아몬드 크루아상, 직접 짠 오렌지 주스 등이 놓여 있었다.

알트마이어는 내가 무슨 책을 쓰는지 묻지도 않고 인터뷰를 수락했다.
10년 전부터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독일 정치와 앙겔라 메르켈에 관해 묻는 평범한 인터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새 책 주제는 무엇입니까?"

알트마이어는 케이크와 크루아상이 담긴 쟁반을 내밀며 언제나처럼 정중히 묻는다.

"노르트스트림이요."

쟁반이 테이블 위에서 한동안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이어서 나는 '노르트스트림'이라는 단어가 터트린 너털웃음 소리를 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
"미안해요."

나는 그의 호탕한 웃음에 감염되고 말았다.

"그래서 죄인을 만나러 왔군요? 하하하하! 내가 죄인이군요!"

경악1

유럽을 향한 러시아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라인의 과반수 이상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한다.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동안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야망을 펼칠 수 없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를 지나가지 않고, 발트해 한복판을 가로질러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잇는 파이프라인이 생긴다면 어떨까?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이런 식으로 '지정학'적 맥락에서 러시아가 유럽을 가스로 중독시키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푸틴을 마치 '대마왕'처럼 묘사하고, 그 야망의 그림자 속 유럽 정치인들의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이 책은 "지정학 스릴러"라는 굉장히 독특한 장르를 가지게 되었다.



소련 스파이 출신 푸틴이 자신의 스파이 기술을 이용하여 유럽 정치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러우전 발발 전후 러시아의 가스 관련 주요인사들의 의문사 사건들 등이 특히나 스릴러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푸틴의 야망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체첸을 갈아버리고, 크림반도를 흡수하고, 돈바스에서 전쟁을 벌이며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발트3국 등은 러시아가 큰 위협이라고 끊임없이 경고한다.

"노르트스트림2가 완공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 벌어질 겁니다!"

그럼에도 독일은 러시아가 내미는 손길을 떨쳐내지 못했다.

노르트스트림은 그 독일인들의 어리석은 선택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되었다.



왜 독일은 러시아에게 속아넘어갔을까?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300p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분량 동안 바로 이 부분을 추적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의 입을 빌려 그들의 변명, 설명, 후회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돈에 매수되고, 누군가는 순진하게 속았고, 누군가는 다 알고있음에도 대안이 없어 러시아의 손을 잡게 된다.

그 결과 독일의 에너지 수입원 중 60%가 넘는 비율이 러시아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되었다.

노르트르트림은 러시아와 독일의 에너지 의존 관계의 상징물이고,
저주받은 이름이자 푸틴이 휘두르는 전쟁 무기의 이름이다.



이 강철의 뱀은 러우전 발발 몇 달 후 의문의 폭파공작에 의해 파괴된다.

매 챕터가 끝날때마다 한두페이지씩 할애하여 이 폭파공작 수사 과정을 추적하는데,

결국 범인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으며 노르트스트림의 이야기는 열린결말로 막을 내린다.

러우전이 끝나면 뒷이야기가 마저 완성될까?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에

책은 꽤나 재미있었다.

지정학, 전쟁사, 유럽사, 러시아사, 국제정치 등에 관심 있다면 흥미롭게 볼 것이다.

다만 독일 정치부분은 좀 진입장벽이 있다.

녹색당, 사민당, 기민연 등등 읽다가 이게뭐노 싶은 순간이 좀 있긴 하다.

그리고 독일 지명.. 이게 참 가독성 떨어뜨린다.

'매클렌부르크포어포데른주" 특히 이건 자주 등장하는데 줄임말도 없는지 계속 저 풀네임으로 등장한다 ㅋㅋ


그래도 작가가 글을 잘 써서 읽는 재미는 있었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문장들이 여기저기 많고,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을 "바닷속 강철의 뱀"이라 묘사하는 등 비유적 표현도 기억에 남는게 많다.


그리고 길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서, 이런 분야 관심있다면 한번쯤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노르트스트림'이라는 주제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다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