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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는 도서관 사서로 오래 근무하다가 나중엔 국립도서관장이 되었다.


보르헤스는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도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에서의 일은 그의 천직이었을 것이고,

도서관장은 거의 꿈의 직업이었을 것이다. 80만권이나 되는 책을 소유한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보르헤스가 한국인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보르헤스가 도서관 사서로 취직하고 몇일 뒤, 그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 직장에서 읽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것이 대출중이었다.

어느날 어떤 후줄그레한 아저씨가 그 책을 반납하러왔다.


보르헤스는 무덤덤하게 반납한책을 도서관 책장 빈자리에 놓는 대신, 도서관의 실질적 주인인 사서로서 그것을 자신의 업무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도서관 방문자들이 줄어들고 여유가 생기자 그는 웃으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래 이 맛이지.. 일도 하고 책도 읽고 심지어 저 책들이 전부 내 책이야.."


하지만 그가 책을 펼쳐들자, 머릿말에는 건조한 코에서 파냈는지 약간의 피와 코털 한가닥이 결합된 코딱지가 책 아랫쪽에 붙어있었다.


역겨움을 뒤로하고 코딱지를 제거한 뒤, 불쾌감을 억누르며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그곳엔 온갖 메모가 불규칙하고 지저분하게 적혀있었다. 

심지어 책 작가에게 메모로 훈수를 두기도 한다.



보르헤스는 그렇게 도서관 사서를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