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니 일이니

항상 방해물이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집을 팔아 버리고

이 큰 원룸을 구했지, 보다시피

공간과 빛이 있는 방이야.

내 평생 처음 창작할 공간과 시간이

생긴 거야."


아니야, 이 양반아.

창작 의지만 있다면

창작은

하루 열여섯 시간 탄광 일을 해도

애 셋을 데리고

단칸방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도

몸과 마음이

일부 망가져도

눈이 멀어도

절름발이가 되어도

정신 줄을 놔도

고양이가 등을 기어올라도

지진으로, 폭격으로, 홍수로, 화재로

온 도시가 초토화되어도

할 수 있다네.


여보게, 공기와 빛과 시간과 공간은

창작과 아무 관련이 없고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아.

새로운 변명거리를 찾아낼 만큼 

살날이 길다면

또 모르지만. — 공기와 빛과 시간과 공간



난 내 예술을 위해 굶주렸고,

망할 놈의 5분, 5시간

5일을 버느라 

배를 곯았어

내가 원한 건 그저 글을 쓰는

거였지.

명성, 돈은 중요하지 않았어.

난 그저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들은 내게

공장 생산 라인

펀치 프레스 앞에 서라고

백화점 창고 직원이

되라 했어.


죽음이 걸어 다니며 하는 말, 어쨌든 난 당신을 데려갈 거요,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든 말이지.

작가든, 택시 운전사든, 포주든, 도살업자든

스카이 다이버든, 난 당신을

데려갈 거요.......


그렇고 하쇼, 형씨,

나는 그에게 말하지.


새벽 1시가 새벽 2시로

스며드는 지금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고 있어.

그때가 언제인지

죽음만이 알겠지만, 나는 그를

속여 넘겼어, 적어도 5분,

그 망할 놈의 시간을 더

얻어 냈다 

이거야. — 죽음이 내 시가를 피우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배를 곯을 때는

지옥은 닫힌 문이다

가끔 문 열쇠 구멍으로

그 너머가 얼핏 

보이는.

젊든 늙었든, 선량하든 악하든

작가만큼

서서히 힘겹게 죽어 가는 것은

없다. — 지옥은 닫힌 문이다



나는 죽어 가고 있었다.

내면의 무엇이 속삭였다. 저지르라고, 죽으라고, 잠들라고

그들처럼 되라고, 받아들이라고.


내면의 또 다른 무엇이 속삭였다, 안 돼

가장 작은 조각을 살려 봐.

많이도 필요 없어, 그냥 불씨만 살려 둬.

불씨 하나가

숲 전체를 태울 수 있어.

그냥 불씨 하나만.

그걸 살려 둬. — 불씨



여태 무얼 거래하고

무얼

지켜 왔길래

시간이란

놈들이

압박해 올 때

우리가

빼앗길 만한

것이

그저

목숨뿐인가. — 승리



간혹 타자기 방에서 이 작은 발코니로

나오면

밤이 있고 서늘한 검은 공기가

있다.

슬리퍼, 반바지, 속셔츠 차림으로 서서

작은 담배를 빨면, 고부라진 하버 고속도로에

휘도는 자동차 불빛들이 보인다.

오고 또 오는 불빛들, 결코 멈추지 않는 것들.

정말 궁금하다, 삶이 아직 여기 있는지.

그 세월을 거쳐 우리의 오류와 우리의 미약함

우리의 탐욕으로 점철된 구렁텅이를 거치고도

아직 있는지.

우리의 이기심, 우리의 비통함에도

삶은 아직 여기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우쭐해진다.

물론 장시간 타자를 친 터라 지금 좀

멍하다.

(......)

간밤에는 아주 해괴한 짓을 했다.

시 몇 편을 찢어 버린 후

타자기를 덮고는

몸을 숙여 녀석에게 입 맞추고 말했다.

"고맙다, 아주 많이."

50년간 경기를 치르고 나서야

타자기에게 감사를 표하다니.


이제 다시 녀석 앞에 앉아 녀석을 팬다. 나는 살살 치지

않는다. 팬다. 패는 소리를 듣고 싶다. 녀석이 재주 부리는 걸

보고 싶다. 녀석은 최악의 여자들과 최악의 남자들과

최악의 일터에서 나를 구해 주었다.

악몽을 맨정신으로 바꿔 주었고


바닥을 기던 나를 사랑해 주었고 실제의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으로 느끼게끔

해 주었다.


나는 녀석을 팬다. 나는 녀석을 팬다.


이제는 그 작가들의 심정을 알겠다.

일이 술술 풀릴 때, 신바람이 날 때 어떤 기분인지.


죽음이여, 내가 당신의 양팔, 양다리, 머리를

잘라 냈다오.


미안하구먼, 당신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저 짖어 대는 개한테 미안해지는군.


하지만 지금은

요녀석을 팬다.

팬다.


그리고 기다린다. — 서늘한 검은 공기



내 나이 일곱 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보가 되야겠어.


사람들이 '바보'라

부르는 이들은

동네에 몇 명 

있었다.


그 바보들은

무시는 당해도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전혀 없어서

더 평화롭게 사는 듯했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입가에 침을 약간 흘리며

거리 모퉁이에 선 나를

상상했다.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는 

나를.


그리고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내가 처음 주목받은 곳은

학교 운동장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욕을 하고

나를 놀렸다.


아버지마저 주목했다.

"이 녀석이 꼭 바보처럼

구네!"


선생님도 내게 주목했다.

다리가 길고 비단결 같던

그레디스 선생님.


그녀는 번번이 수업 후 나를

남게 했다.


"왜 그러니, 헨리?

선생님에게 말을 해 보렴....."


그녀는 양팔로

나를 

감쌌고

나는 그녀를

밀어냈다.


"말해 봐, 헨리, 무서워

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할 때까지

여기 있어도 돼

헨리.

말하지 않아도

좋아....."


그녀는 내 이마에

입 맞추었고


나는 손을 내려

그녀의 비단결 같은

다리를 살짝

만졌다.


그레디스 선생님은

섹시한 인기녀였다.


그녀는 거의 매일

나를 방과 후에

남게 했다.

모두 나를

미워했다.

하지만 그때

로스앤젤레스에 살았던

열한 살짜리 놈들 중

나만큼

황홀한 꼴림을

맛본 놈은

없었을 거라

믿는다. — 바보



헤밍웨이도 이러지는 않았다


그는 원고가 가득 든 서류 가방을

기차에서 잃어버리고

영영 찾지 못했다고 한다.

세상에 그런 고통이 또 있을까.

요전 밤 나는

컴퓨터에 3쪽짜리 시를 써 놓고

게으름과 훈련 부족 

탓으로

제어판 명령어를 조물락거리다 그만

그 시를 영영 날리고

말았다.

초짜도 저지르기 어려운 짓을

그 어려운 것을 내가

해낸 

것이다.


그 3쪽짜리가 불후의 명작이라

할 수는 없지만

신들린 듯 펄떡이던 시구 몇 줄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좀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와인 병을 쳐서 넘어뜨린

심정이었다.


그 일에 대해 써 봐야 좋은 시가 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적어도 여기까지 읽은 이들을 위해 한마디.

차차 더 나아질

겁니다.


그렇게 희망적으로 생각합시다

당신과 나를 

위해. — 헤밍웨이도 이러지는 않았다


"당신은 술에 취했어요. 당신은 펠빙턴 씨를 남자 탈의실에 가둬놓고 내보내주지 않았단 말이에요. 당신은 그분을 삼십 분 동안이나 감금했어요." "제가 그분한테 무슨 짓을 했습니까?" "밖으로 못 나가게 했어요." "그분이 누구신데요?" "이 호텔의 부지배인이세요." "제가 뭐 다른 짓을 한 건 없습니까?" "당신은 그분에게 이 호텔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강의를 했다더군요. 펠빙턴 씨는 이 호텔 사업에 삼십 년간 종사하신 분 이란 말이에요. 당신은 매춘부들은 꼭 일 층에다 등록시켜야 하 고, 정기적으로 위생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대요. 이호 텔에는 매춘부들이 없단 말입니다. 치나스키 씨." "오, 저도 그건 압니다. 펠빙턴 부인." "패링턴이에요." "패링턴 부인." — 팩토텀



난 지금 지하에 홀로 있다.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다시 취한다. 이하 생략. —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난 굶주린 채 글을 썼다. 몸무게가 86킬로그램에서 62킬로그램으로 줄었다. 이도 헐거워져서 손가락으로 앞니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정도가 되었다. 껌을 씹자 치아는 더 헐거워졌다. 어느 날 밤 놀다가 뭔가 떨어지는 걸 느껴서 살펴보니 이가 빠져서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오른쪽 윗니였다. 난 이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이를 향해 건배했다. — 같은 책



그리고

난 내 빌어먹을

셋방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발작과 고통과 공포에 경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죽어서 너희와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너희 정직하지 못한 죽은 것들아

내 인생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그걸 너희에게 집어넣어

영원히 잠들게 할 것이다. —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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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너무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부코스키를 읽어보시길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5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채찍으로 맞고 자라난 아이

학창시절 성적은 항상 D와 F

우체국 도축장 노가다 선로 건설자 등 안해본 일이 없고

매일 싸구려 술집에서 싸우고

번 돈은 전부 경마에 때려박고

대신 도서관에 틀어박혀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수많은 시와 소설을 쓴 남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반송되면 찢어 버리고

다시 썼던 남자

미국 문학계의 김성모

읽기도 쉽고

존나 천박하고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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