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칠성단에서 제갈량은 바람을 빌고 삼강구에서
주유는 불을 놓다
이때 주유가 산마루에 서서 한동안 바라보다가 홀지에 뒤로 나
가자빠지며 입으로 피를 토하고 인사불성이 되니 옆에서 그를 구호
하여 장막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장수들이 모두 문병하러 와서는 다들 깜짝 놀라 서로 돌
아보며
《강북의 백만대병이 범처럼 도사리고앉아서 동오를 삼키려 하
는판에 이제 도독이 이러하시니 만약에 조조군사가 한번 이르는 날
에는 대체 어찌한단 말인고.》 하고 황망히 사람을 보내서 오후에게
이 일을 알 리고 일변으로 의원을 청해다가 병을 보게 하였다.
이때 로숙이 주유가 병으로 누운것을 보고서 마음에 근심이 가
득하여 공명을 찾아보고 주유가 급병으로 누운 일을 이야기하니 공
명이 있다가
《공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이는 바로 조조의 복이요, 강동의 화지요.》 하고 로숙이 대
답하자 공명은 웃으면서
《공근의 병은 나도 고칠수가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로숙은
《진실로 그렇다면 나라에 이만 다행이 없겠습니다.》 하고 즉
시 공명에게 청해서 함께 병을 보러 갔다.
로숙이 먼저 들어가서 주유를 보니 주유가 머리우까지 이불을
들쓰고 누워있다.
《도독의 병세가 좀 어떠하십니까.》 하고 로숙은 물었다.
《가슴과 배가 쥐여뜯는것처럼 아프고 때때로 정신이 혼미하외
다.》 하고 주유가 대답한다.
《무슨 약을 써보셨나요.》
《구역이 나서 약을 도무지 삼킬수가 없소그려.》
《바로 지금 공명을 가보았더니 그의 말이 자기가 능히 도독의
병환을 고쳐놓을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밖에 와있는데 청해들여다
가 한번 보이시는것이 어떨가요.》
로숙이 말하자 주유는 청해들이라고 이른 다음에 옆에서 붙들
어 일으키라고 해서 그는 자리우에 일어나 앉았다.
공명이 들어와서 그를 보고
《그간 여러날 뵙지 못하였는데 이처럼 귀체가 불안하실줄은
몰랐습니다그려.》 하고 인사말을 해서 주유가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화복이 있다〉고 하니 어찌 능히 보전
할수가 있겠습니까.》 한마디 하니 공명이 웃으면서
《〈하늘에는 불측한 풍운이 있다〉고 하니 사람이 또한 어찌 헤
아릴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꾸한다.
그 말을 듣자 주유는 금시에 낯빛을 변하고 신음하는 소리를
내였다.
《도독은 가슴속이 답답하지나 않으십니까.》
《답답합니다.》
《그러면 서늘한 약을 써서 풀어야 합니다.》
《서늘한 약은 이미 써보았습니다마는 전연 효험이 없습니다.》
《그러면 먼저 기운을 다스려야 합니다. 기운만 순하게 되고보
면 곧 절로 낫습니다.》
주유는 공명이 필시 그 뜻을 알고있으리라 짐작하고 마침내 한
마디 건네여보았다.
《기운을 순하게 하려면 어떤 약을 먹어야 할가요.》
공명이 웃으면서
《저에게 한 처방이 있으니 도독의 기운을 곧 순하게 해드릴수
있습니다.》 하고 말한다.
《바라건대 선생은 가르치심을 내리십시오.》 하고 주유가 청하
자 공명은 곧 종이와 붓을 달라고 한 다음에 옆사람들을 물리치고
남모르게 종이에다 글자 열여섯개를 썼다.
조공을 깨치려면
화공을 써야 하리
만사가 구비하되
동풍이 빠졌구나
다 쓰고나자 그는 종이를 주유에게 내여주며
《이것이 곧 도독의 병근원이외다.》 하고 말하였다.
주유는 보고나서 크게 놀라
《공명은 참으로 신령같은 사람이다. 제가 내 마음속을 벌써
환히 알고있고나. 이렇게 된바에는 실정을 고하고 청할밖에 없다.》
이처럼 속으로 생각하고 마침내 웃으면서
《선생이 이미 내 병의 근원을 알고계시니 장차 무슨 약을 써
서 고쳐놓으시렵니까. 사세가 위급하니 곧 가르쳐주셔야만 하겠습
니다.》 하고 청하였다.
공명이 대답한다.
《제가 비록 재주는 없으나 일찌기 이인을 만나서 기문둔갑천
서를 전수받아 능히 바람을 불게 하며 비를 내리게 하는터입니다.
도독이 만일에 동남풍을 쓰시겠다면 남병산에다 단을 하나 모으되
이름은 칠성단이니 높이가 구척이요 모두 삼층이라 군사 일백이십
명을 내여서 저마다 기를 들고 단을 둘러싸게 한 다음 제가 단상에
올라가 술법을 써서 삼일삼야의 동남풍을 빌어다가 도독이 군사를
쓰시는데 도움을 드릴가 하는데 어떻습니까.》
《삼일삼야도 그만두고 단지 하루밤만 바람이 크게 불어주어도
대사를 가히 이룰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일이 바로 목전에 있으
니 늦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십일월 이십 갑자일에 바람을 빌어서 이십이 병인일에 그치
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주유는 크게 기뻐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즉시
령을 전하여 정예군사 오백명을 남병산으로 보내서 단을 모으게 하
고 또 일백이십명을 내여 기를 들고 단을 지키며 령을 듣게 하였다.
공명이 주유를 하직하고 밖으로 나와 로숙과 함께 말을 타고
남병산으로 가서 지세를 살펴본 다음에 군사들을 시켜서 동남방의
붉은 흙을 파다가 단을 모으게 하는데 단의 주위가 이십사장이요
매층의 높이가 삼척이니 모두가 구척이다.
제 일층에는 이십팔수 기를 세우니 동방의 칠면 청기는 각, 항,
저, 방, 심, 미, 기를 응해서 청룡의 형상으로 벌려세우고 북방의
칠면 흑기는 두, 우, 녀, 허, 위, 실, 벽을 응해서 현무의 형세를
만들고 서방의 칠면 백기는 규, 루, 위, 묘, 필, 자, 삼을 응해서
백호의 위엄을 보이고 남방의 칠면 홍기는 정, 귀, 류, 성, 장, 익,
진을 응해서 주작의 모양을 이루었으며
제 이층에는 주위에 황기 륙십사개를 세우되 륙십사괘를 응해
서 여덟방위로 나누어 세우고
제 삼층에는 네사람을 쓰되 매 인이 속발관을 쓰고 조라포를
입고 봉황무늬가 있는 옷에 넓은 띠를 띠고 모가 난 치마에 붉은
신을 신은 차림으로, 앞쪽 왼편에 선 사람은 손에 긴 장대를 들었
으니 장대끝에는 닭의 깃을 달아서 바람의 방향을 잡게 하고 앞쪽
바른편에 선 사람도 손에 긴 장대를 들었으니 장대우에는 북두칠성
을 그린 신호띠를 매달아서 바람의 형세를 표시하게 하고 뒤쪽 왼
편에 선 사람은 손에 보검을 받들고 뒤쪽 바른편에 선 사람은 손에
향로를 받들며
단아래 있는 스물네명은 각기 장목기와 일산과 큰 민눌창과 긴
창과 누른 도끼와 흰 소꼬리기와 붉은기와 검은 득기를 들고 사면
으로 둘러서게 하였다.
공명이 동지달 스무날 갑자일에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부정을
피한 다음 도의를 입고 발벗고 머리 풀고 칠성단앞에 이르러 로숙
을 보고
《자경은 군중에 들어가서 공근이 군사포치하는것을 도우시되
혹시 나의 비는바가 효험이 없더라도 괴이하게 아시지는 마십시
오.》 하니 로숙은 그와 작별하고 돌아갔다.
공명은 단을 지키는 군사들을 돌아보고
《함부로 제 자리를 떠나지 말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속살거리지 말며
함부로 지껄이거나 무엄한 소리를 말며
아는 일에 공연히들 놀라지 말라
만일에 령을 어기는자 있으면 참하리라.》 하고 령을 내렸다.
모든 군사가 다 그의 령에 복종한다.
공명은 천천히 걸어서 단우로 올라가자 방위를 살펴보고나서
향로에 향을 피우고 바리에 물을 붓고 하늘을 우러러 속으로 가만
히 축원하였다. 그리고나서 단을 내려와 장막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쉬며 군사들로 하여금 번갈아 밥을 먹게 하였다.
이렇듯 공명은 하루에 단에 오르기를 세번 하고 단에서 내리기
를 세번 하였는데 동남풍은 졸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주유는 정보와 로숙이하로 군관들을 장막안으로 불러들여
서 동남풍이 일어나는대로 곧 군사들을 포치하기로 하고 일변 손권
에게 보해서 호응하기를 청하였다.
이때 황개는 이미 불지를 화선 이십척을 준비해서 배머리에 큰
못을 빽빽하게 박아놓고 배안에는 갈대와 마른 섶을 가뜩 싣되 두
루 생선기름을 뿌리고 우에다 류황과 염초 등 불당길 물건들을 얹
어놓은 다음에 청포와 유지로 그우를 푹 덮어씌우고 이물에는 청룡
기를 꽂고 고물에는 각각 쾌속선을 매여놓고서 장막아래에 대령하
여 오직 주유의 호령이 내리기만 기다린다.
또한 감녕과 감택은 채화, 채중을 수중진안에다 붙들어놓고서
매일 함께 술을 마시며 단 한명의 군사도 륙지에 오르지 못하게 하
니 주위가 모두 동오군마라 물 한방울 새나갈 틈이 없게 하여놓고
는 오직 장막에서 호령이 내리기만 기다렸다.
주유가 바야흐로 장막안에 앉아서 일을 의논하고있는데 문득
정탐이 들어와서
《오후의 배가 수중진에서 팔십오리 떨어진 곳에 닻을 내리고
오직 도독에게서 좋은 소식이 있으시기만 기다리고계신답니다.》 하
고 보하였다.
주유는 곧 로숙을 시켜서 각 부하관원과 장병들에게 두루 알 리
게 하되
《모두들 배와 병장기와 돛과 노따위를 다 수습해놓고 호령이
한번 떨어지는대로 시각을 어기지 말게 하라. 만약에 어기는자가
있으면 곧 군법으로 다스리리라.》 하였다.
모든 군사와 장수들이 령을 듣자 저마다 주먹을 어루만지고 손
바닥을 비비며 적과 싸울 준비들을 하는데 어느덧 날이 저물고 밤
이 되였다. 그러나 하늘은 맑게 개고 가는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주유는 로숙을 보고 한마디 하였다.
《공명의 말이 거짓이요. 이 깊은 겨울에 어떻게 동남풍을 얻
어보겠단 말이요.》
그러자 로숙이
《내 생각에는 공명이 결코 거짓말은 안할것 같소이다.》 하고
말하는데 삼경때가 가까왔을 때 문득 바람소리가 들리며 기발이 휘
날렸다. 주유가 장막에서 나가보니 기발이 펄펄 날려 서북편을 가
리키며 삽시간에 동남풍이 크게 일어난다.
...
한편 류현덕은 하구에서 오로지 공명이 돌아오기만 고대하고있
는데 문득 한떼 배들이 들어오니 이는 곧 공자 류기가 몸소 소식을
알려온것이다.
현덕이 그를 적루우로 청해올려 자리에 앉히고나서
《동남풍이 불 때 자룡이 공명을 데리러 갔는데 이제 이르도록
오지를 않아 내 마음이 불안하이.》 하고 바야흐로 이야기를 하는중
에 군사 하나가 손을 들어 멀리 번구 포구쪽을 가리키면서
《저기서 순풍에 돛을 달고 들어오는 일엽편주가 틀림없이 군
사께서 타신 배올시다.》 하고 아뢰였다.
현덕은 공명을 영접하러 류기와 함께 적루에서 내려갔다. 얼마
기다릴것도 없이 배가 들어오며 공명과 자룡이 언덕에 내려서 현덕
은 크게 기뻐하였다.
피차 인사를 나누고나자마자 공명은 곧 현덕을 향하여
《지금은 다른 일을 말씀할 겨를이 없습니다. 제가 전번에 여
쭈어둔 군마와 전함들은 다 준비가 되여있습니까?》 하고 묻고 현
덕이
《벌써 수습을 다 해놓고서 오직 군사를 쓰시기만 기다리고있
는 길이외다.》 하고 대답하자 공명은 바로 현덕과 류기로 더불어
장막안에 올라가서 자리에 앉자 먼저 조운을 불러서
《자룡은 삼천군마를 거느리고 강을 건너 곧장 오림 소로로 가
서 나무와 갈대가 빽빽하게 들어찬 장소를 가려서 군사를 매복해놓
고있으면 오늘 사경이 지난 뒤에 조조가 반드시 그 길로 해서 도망
하여올것이니 저들의 군마가 반쯤 지나가기를 기다려 중간에서 불
을 지르고 내달으라. 비록 조조군사를 모조리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절반은 무찌를수 있으리라.》 하고 말하였다.
조운이 한마디 묻는다.
《오림에는 길이 둘이 있어서 하나는 남군으로 통하는 길이요
또 하나는 형주로 가는 길인데 저희가 대체 어느 길로 올는지를 모
르겠습니다.》
공명이
《남군쪽은 형세가 촉박해서 조조가 감히 가지 못하고 반드시
형주쪽으로 와서 그다음에 대군이 허창으로 갈것이야.》 하고 일러
주고 조운이 령을 받고 나가자 다시 장비를 불러서
《익덕은 삼천병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가서 이릉길을 끊고 호
로곡어구에 군사를 매복하라. 조조가 제 감히 남이릉으로 가지 못
하고 북이릉으로 오려니와 래일 비가 한차례 내린 뒤에 제가 반드
시 그리로 와서 솥을 걸고 밥을 지을것이니 연기가 일어나는것을
보는 길로 즉시 산기슭에다 불을 놓으면 조조는 비록 잡지 못하더
라도 익덕의 이번 공로가 작지는 아니하리라.》
장비가 계책을 받아가지고 나가자 이번에는 미축과 미방과 류
봉 세사람을 불러서
《너희들은 각자 배들을 타고 강을 돌면서 패잔병들을 사로잡
고 병장기들을 뺏도록 하라.》
세사람이 분부를 받고 떠난 뒤에 공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
자 류기를 대하여
《무창으로 말하면 빤히 바라다보이는데라 가장 요긴한 곳이니
공자는 이 길로 곧 돌아가셔서 수하군사들을 령솔하시고 강안을 지
키도록 하십시오. 조조가 한번 패하고보면 반드시 그리로 도망해오
는자들이 있을것이니 사로잡도록 하시되 결코 경홀하게 성을 떠나
셔서는 아니되오리다.》
류기가 그 즉시 현덕과 공명을 하직하고 떠나가자 공명은 현덕
을 보고서
《주공께서는 번구에다 군사를 둔쳐놓으신 다음에 높은데 올라
앉으셔서 오늘 밤에 주랑이 큰 공을 세우는것이나 한번 구경하시지
요.》 하고 말하였다.
이때에 운장이 바로 곁에 있었으나 공명은 전혀 못 본체 하고
있으니 운장은 참다 못하여 마침내 언성을 높여서
《관우가 형님을 따라서 싸움터에 나가기를 여러해포 하여오되
일찌기 한번이라도 남의 뒤에 떨어진적이 없는터에 오늘 모처럼 큰
적을 만나자 군사는 도리여 나를 쓰려고 하지 않으시니 이것은 대
체 웬 까닭입니까.》 하고 물었다.
공명이 웃으면서
《운장은 행여 괴이쩍게 아지를 마오. 내가 본래 족하를 가장
긴요한 액구에 보내려 하면서도 다만 구애하는것이 있어서 감히 가
라고 못하는것이요.》 하고 말하니 운장이 다시
《무슨 구애하시는것이 있어서 그러십니까. 아주 터놓고 말씀
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묻는다.
공명은 말을 해주었다.
《전일에 조조가 족하를 심히 후하게 대접해주었으니 마땅히
족하는 이것을 갚아야만 할것이요. 조조가 오늘 싸움에서 패하고보
면 반드시 화용도로 달아날터인데 만일에 족하더러 가라고 하면 필
시 조조를 놓아보내고말것이라 이로 인해서 내가 감히 가라고 못하
는것이외다.》
듣고나자 운장이
《군사는 참으로 다심하시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 과연 조조가
관우를 후대하여주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이미 안량을 베고 문추를
죽여 백마의 에움을 풀어서 저의 은혜를 갚아준터에 오늘날 만나서
어찌 홀홀히 놓아보낼 법이 있겠습니까.》
공명이
《만일에 놓아보내는 일이 있으면 어찌하겠소.》 하고 따지니
운장은 선선히
《군법을 받겠소이다.》 하고 나선다.
《그러면 문서를 들여놓으시오.》
운장은 즉시 군령장을 들여놓은 다음에
《그런데 만약에 조조가 그 길로 오지 않을 때에는 어찌하시렵
니까.》
공명이
《그럼 나도 족하에게 군령장을 놓겠소.》
운장이 크게 기뻐하는데 공명이 다시
《운장은 화용소로 높은 봉에다가 마른 풀을 쌓아놓고 불을 질
러서 연기를 일으켜 조조를 그곳으로 유인하도록 하오.》 하고 계교
를 일러주었다.
그 말에 운장이
《조조가 만약 연기나는것을 바라보면 매복이 있는줄을 알터인
데 제가 어찌 그리로 오려들겠습니까.》 한마디 물으니 공명은 웃으
면서
《병법의 소위 거짓으로 꾀를 꾸민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셨
소. 조조가 비록 군사 쓰는데 능하다고는 하지만 다만 이 계교에는
제가 속고말것이요. 연기가 일어나는것을 보면 제가 허장성세하는
것이라 하고 반드시 그 길로 해서 들어올것이니 장군은 결코 그에
게 사정을 두어서는 아니되오.》 하고 말하였다. 운장은 명령을 받
자 관평, 주창과 오백 칼 쓰는 군사를 거느리고 화용도로 매복하러
떠나갔다.
현덕이 있다가
《내 아우가 의리가 깊어서 만약 조조가 화용도로 오는 때에는
필경 놓아보내고말지나 않을가요.》 한마디 하니 공명의 대답이
《량이 간밤에 천문을 보니 조조가 아직 죽을 신수가 아닙니다.
그래 운장에게 한번 인정이나 쓰게 한것이니 이것도 역시 아름다운
일이겠지요.》 한다.
《선생의 신기묘산은 세상에 짝이 없을가 합니다.》 하고 현덕
은 탄복하였다.
공명은 드디여 현덕과 번구로 가서 주유의 지휘하는양을 보기
로 하고 손건과 간옹을 남겨두어 성을 지키게 하였다.
한편 조조는 병영안에서 여러 장수들과 일을 의논하며 오직 황
개에게서 소식이 있기만 기다리는데 이날 동남풍이 심하게 분다.
정욱이 들어와서 조조를 보고
《오늘 동남풍이 부니 미리 방비하시는것이 좋을가보이다.》 하
고 일깨워주었으나 조조는 웃으면서
《동지에 이르면 양기가 비로소 생긴다고 하니 다시 돌아올 때
에 어찌 동남풍이 없겠소. 괴이하게 여길 일이 아니요.》 하고 말할
뿐이였다.
그러자 군사가 홀연 보하되
《강동에서 작은 배 한척이 들어왔사온데 황개의 밀서를 가지
고왔다 하옵니다.》 한다. 조조는 급히 불러들였다.
그 사람이 글을 갖다 바치는데 그 글의 사연은
...주유의 방비가 심히 엄해서 이로 인하여 탈신할 도리가 없더
니 이제 파양호로부터 새로이 운반해오는 군량이 있어서 주유가 저
를 보고 순회하며 적정을 탐지하라 하여 이미 방편을 얻었으므로
강동의 명장을 죽이고 그 머리를 가져다 항복을 드리려 하옵거니와
오늘 밤 이경에 배우에 청룡기를 꽂고 가는것이 바로 군량 실은 배
인줄로 아옵소서....
대강 이러하였다. 글을 보고 조조는 크게 기뻐하여 마침내 여
러 장수들과 함께 수중진안의 큰 전함우로 나가앉아서 오직 황개의
배가 이르기만 고대하였다.
이때 강동에서는 어느덧 날이 저물자 주유는 채화를 불러낸 다
음에 군사에게 령을 내려서 그를 잡아 묶게 하였다.
채화가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자 주유는 곧
꾸짖었다.
《네가 대체 어떤 사람이관대 감히 내게 와서 거짓항복을 한단
말이냐. 내가 지금 기에다 제사를 지내려고 하나 다만 제물이 없어
서 그러니 아무래도 네 머리를 좀 빌어야만 하겠다.》
채화는 아니라고 잡아떼여보다가 안되니까 마침내 소리를 버럭
질러
《너의 편의 감택이와 감녕이도 다들 나하고 함께 모반하기로
했다.》 하고 웨쳤다.
그러나 주유는
《그것은 다 내가 시켜서 한 일이다.》 하고 말할뿐이다. 채화
는 후회하였으나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주유는 강변에 세운 도독기아래로 채화를 끌어내여다놓고 술을
올리며 종이를 사른 다음에 한칼에 그의 목을 베여 그 피로 제 지
내고나서 곧 떠나라고 령을 내렸다.
황개는 셋째 화선우에 홀로 몸에 엄심갑을 입고 손에 날카로운 칼
을 들고 기우에는 《선봉 황개》라고 크게 쓰고 순풍을 좇아서 적벽을 향
해 나아갔다. 이때 동풍이 크게 일어 파도가 자못 사나왔다.
조조가 중군에서 멀리 강건너를 바라보느라니까 이윽고 달이
떠올라서 강물이 환히 비추어 마치 일만마리 황금배암이 물결을 희
롱하는것 같다. 조조는 바람을 받고 앉아 크게 웃으며 바로 양양자
득해하였다.
그러자 문득 한 군사가 손을 들어 가리키며
《강남쪽에서 은은히 한떼 돛배가 바람을 타고 이편으로 옵니
다.》 하고 말한다.
조조가 높은데 앉아서 바라보니 다시 아뢰는 말이
《모두 청룡기를 꽂고있사온데 그중의 큰 기에는 선봉 황개의
이름이 크게 씌여있소이다.》 한다.
조조는 웃으며
《공복이 항복해오니 이는 하늘이 나를 도우시는것이다.》 하였다.
오는 배가 점점 가까와지는데 이때 정욱은 한동안 바라보고있
다가 조조를 향하여
《오는 배가 반드시 간사하니 수진가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
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무엇으로 아오.》 하고 조조가 묻자 정욱이
《배안에 군량을 실었으면 배가 반드시 무거울터인데 이제 오
는 배를 보매 거뿐하니 물우에 떴고 또 겸해서 오늘 밤에 동남풍이
크게 부니 만약에 간사한 계교라도 있다면 무엇으로 막겠습니까.》
하고 자기 소견을 말하였다.
조조가 깨닫고 즉시
《누가 가서 멈추어놀고.》 물으니 문빙이 나서며
《제가 물에 매우 익으니 한번 가보겠습니다.》 하고 말을 마치
자 작은 배로 뛰여내리며 손으로 한번 가리키니 순선 십여척이 문
빙이 탄 배를 따라서 나온다.
문빙은 배머리에 가 우뚝 서서
《승상의 분부시니 남쪽배는 수중진으로 가까이 들지 말고 강
심에다 닻을 던져라.》 하고 큰소리로 웨쳤다.
수하군사들이 또 일제히
《빨리 돛을 내려라.》 하고 부르는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 전
에 시위소리 울리는 곳에 문빙은 왼편 팔에 화살을 맞고 배가운데
쓰러졌다. 배안이 벌컥 뒤집혀서 각자 도망해 돌아온다.
남쪽 배는 조조의 수중진에서 겨우 둬마장 떨어진 곳까지 들어
오자 황개가 칼을 한번 휘두르니 앞의 배에 일제히 불이 일어나서
불은 바람의 위엄을 좇고 바람은 불의 형세를 도우며 배는 쏜살처
럼 내닫고 연기와 불꽃은 하늘을 덮는다.
이십척 화선이 수중진안으로 몰려들어오자 조조병영안의 배들
에 일시에 불이 붙는데 쇠고리로 모든 배가 련쇄되여있어서 어디로
피할 곳이 없다.
이때 강 건너서 포성이 크게 울리며 사면에서 화선들이 일제히
몰려들어 삼강구 물우에 불길은 뒤를 쫓고 바람은 몰아쳐서 온 천
지가 시뻘거니 모두 불빛이다.
조조가 언덕우의 병영을 돌아보니 여러곳에서 연기가 나고 불
길이 오르는데 이때 황개는 작은 배로 뛰여내려 배후에 사오명으로
배를 젓게 하고 연기를 무릅쓰고 불속을 뚫고서 조조를 잡으러 왔다.
조조가 시세 위급한것을 보고 바야흐로 언덕을 뛰여오르려 할
때 홀연 장료가 작은 배를 타고와서 조조를 붙들어내렸다. 이때 아
슬아슬하게 큰 배에는 이미 불이 붙었다. 장료는 십여인과 더불어
조조를 보호해서 언덕을 향해 배를 몰았다.
황개는 강홍포를 입은자가 작은 배로 옮겨타는것을 바라보자
그가 곧 조조임을 짐작하고 즉시 배를 재촉하여 급히 나오며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목청을 높여
《조조는 달아나지 말아. 황개가 예 있다.》 하고 크게 웨쳤다.
조조가 련달아 비명을 올릴 때 장료는 활에 살을 먹여들고 황
개가 좀 더 가까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서 깍지손을 뚝 떼였다. 이때
바람소리가 대단하니 황개가 화광속에서 무슨 수로 시위소리를 가
려들을것이랴. 그는 바로 어깨죽지에 살을 맞자 뒤재주쳐서 물속에
떨어지고말았다.
불의 재앙 성한 때에
물의 재앙을 또 만나고
나무로 당한 상처 겨우 낫자
쇠로 당한 상처 또 앓는구나
황개의 목숨이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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