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B. 프레시아도의 천왕서에 집 한 채를 읽는중이다. 매기 넬슨의 아르고호의 선원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 같다.
포궁 같은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나는 먹고 살기 바쁘고 머리가 좋지도 않아서 명명과 관련된 논쟁에 참여하고 싶진 않다. 여력도 안되고 다른 훌륭한 친구들이 자궁이든 포궁이든 둘다든 컨센서스를 어떤식으로든 만들어내길 바란다) 어쨋든 읽어볼만한 책이다. 다루는 내용들이 급진적이라는 의미에서 불경하다고 제목에 그냥 적어봤다. 사실 난 아무런 생각이 없다.
레즈성향으로 태어나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며 남자도 여자도 아닌 트랜스섹슈얼의 상태로 사는 사상가라는데 고작 이정도 행위로 (비유적으로 말해 그렇다는 것이다) 지리적 언어적 신체적 갈등이라는 세 가지 전선을 마주하고 싸우는 인생이 되었다는 사실은 21세기 현실이 얼마만큼 이전세기로부터 멀어지긴 커녕 그 과거에 묶여있는지 묻게 만든다. 마르크스가 오늘날 혁명을 부르짖어도 최소한 신체적 갈등에 얽매이진 않았을거다. 국가전복 혁명가들의 언어와 이동에 족쇄를 채울지언정 그가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문제 삼진 않을테니.
나는 페.미니즘도 트랜스섹슈얼도 트랜스 휴머니즘도 포스트 휴머니즘도 잘 모른다. 어쨋든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는 기분으로 읽는중이다. 이런 사람도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면서.
프레시아도의 글은 좀 난해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재생산, 가부장등의 단어들은 개념어이고, 이건 배경지식이 없으면 해괴한 소리로 들리기 쉽다. 궁금한 사람은 좀 다른 결이지만 매기 넬슨의 글을 추천한다. 나랑 1도 관련없고 앞으로도 평생 마주칠 일도 없을 사람의 인생인데 잘 읽히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건 글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글쓰기가 아니겠냐? 매기 넬슨은 그걸 해낸다.
독서에 장점이라는게 있다면 시공간을 넘어서 마주하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물리법칙을 넘어서는 경험. 괜시리 폼잡고 말해보자면 왜 책 읽으시나요 묻는다면 물리법칙을 넘어서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독서모임 나가서 써먹어봐라. 왜 다음부터는 안오셔도 된다고 하면 이 멘트 때문인지 얼굴 때문인지도 물어보고. 대신 실험해줄 독붕이 구한다).
불경일줄 알았는데 아니네
물리법칙을 넘어서고 싶어서라… 멋있는 답변이네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