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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세상의 부자유와 갑갑함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다가, 모래의 절대적인 단절과 폭력으로 복종과 수용의 태도를 배우고, 마침내 세상에 속해있지만 언제든 저항할 수 있다는 희망(유수 장치)을 발견하고 안주한다. 그는 자신의 삶에 일종의 만족스러운 자세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벌이 없다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는 도입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동경하는 존재다. 그러나 동경은 만족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라 자기 상태에 장기적으로 만족할 수 없게 만든다. 세상은 그런 우리를 억압과 폭력으로 반항하지 못하게 길들이려 한다. 사람은 이에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거나 낑낑대지만, 결국 세상을 이기지 못하고 복종과 수용의 태도를 학습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복종과 수용의 태도를 가져도 그 상태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딘가 마음 한 켠에 불만족이 존재한다. 욕망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만약 운이 좋다면 주인공처럼 꽤나 만족스러운 도구(유수 장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지키려는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증과 세상에 대한 반항의 의미를 내포한 작은 무언가. 그것은 일상 속의 사소한 놀라움이나 강렬함 또는, 사실상 인간이 예술이라 부르는 모든 것들과 맞닿아 있다.
예술에서 유수 장치와 같은 작은 일탈 기능을 발견한 사람은 모래와도 같은 압박 속에서도 쉽게 실종될 수 있기에, 어딘가에 속박당해도 도주 수단은 그 다음 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모래의 여자는 나에게 훌륭한 인생론이자 예술 찬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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