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베르길리우스와 단테, 보카치오 등을 배출한 문학 강국처럼 보이지만, 사실 생각 외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탈리아 문학가를 묻는다면, 베르길리우스나 단테가 나오고, 칼비노와 에코 등이 나올 텐데, 척 봐도 굉장히 그 시간 간격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조금 더 관심이 많다면, 단테 이후의 시의 거장 자코모 레오파르디, 중세 서사시의 희망 타소나 아리오스토, 만초니 등이 나오겠지만, 이렇게 시간 순으로 열거하다보면, 텅빈 것처럼 보이는 시간대가 있다. 20세기 초, 즉 영-프-미-러 등 유럽에서 모더니즘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대체 문학 강국 이탈리아는 이때 뭘 하고 있었기에 떠오르는 작가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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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씌이벌,,,,박물관을,,,,때려부수고,,,,,힘을 숭배하자,,,,,,,, 자동차가,,,,더 꼴린~드아,,,"


자신들을 미래주의자라고 칭하던 자동차성애자들이 있었다고 하진 말자.

애네는 러시아 후발주자들에게도 밀리고, 선언문 밖에 남기지 못한 찐짜 파시스트들이다.




스베보가 나올 지도 모르지만, 오늘 주목할 작가는 바로 현대 희곡의 아버지---까진 아니고,

대충 삼촌 정도 되는 이탈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가 20세기의 공백을 채우는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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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델로는 시칠리아 광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주 잘 먹고 잘 컸다.


아버지가 광산을 운영하며 고향에선 힘도 주던 집안이라서 미래도 창창했고,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는지, 이것저것 써보며 즐거운 청춘을 보낸다.


첫 시집이 실패하지만, 먹고 살려고 쓴 것도 아니라 신경도 안 썼고, 무엇보다 피란델로에겐 재능이 있었다.


젊은 피란델로는 여러 문예잡지로부터 글을 청탁받아 산문이나 단편소설을 써주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을 '무료'로 재능기부했다.


앞서 말했듯, 광산업을 하는 집안이었고, 피란델로 본인도 아버지로부터 광산을 물려받을 예정이었기에 돈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피란델로에게 있어 완벽한 인생 계획이었지만,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투자에 실패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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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뎃? 파파? 와따시의 광산은 어디있는데스?"



어느 날, 피란델로가 물려받을 광산들이 사라진다.

아버지가 거하게 광산 투자를 말아먹는 바람에,


그 당시 갓 결혼한 피란델로의 와이프가 가져왔던 지참금마저 모조리 꼴아박곤, 집안이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투자 말아먹은 아버지는 그대로 쓰러져선 정신이 나가버렸고 , 피란델로는 갑작스레 집안의 모든 빚을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 이상 무상의 글은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광산이나 운영하며 취미로 글을 쓰려던 피란델로는 그대로 자신이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교사일과 작가일을 동시에 해야했다.

다행히 잡지사들은 그에게 고료를 주었고, 그대로 피란델로는 닥치는대로 쓰며, 나중엔 연극에까지 손을 대며 말 그대로 하루하루 글 쓰는 기계가 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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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그래서 이번엔 단편 몇 편 주실 거에요?"


"1...."


"1편요?"


"1일에.....1편씩....1년."


"예?"



피란델로가 얼마나 글 쓰는 기계였는지는, 그의 전설적인 신문 연재 일화에서 알 수 있다.


하루에 단편 1편씩을 1년 동안 연재한다는 미친 계획을 피란델로는 시작했고,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수개월 동안은 정말로 하루 1편을 써서 신문사에 보냈다.

물론 그것만 쓴 것도 아니다. 장편도 쓰고, 희곡도 쓰고, 쓸 수 있는 것은 다 썼다.




이렇게 피란델로 살기 위해서 글 쓰는 기계가 된 것은 문학적으론 매우 큰 축복이었다.


그는 소설들도 잘 썼고, 시궁창을 갑작스럽게 겪은 모양인지 오늘날까지도 높게 평가받는 심리소설들을 써내려간다.


거기에 더하여, 오늘날까지 피란델로를 불멸로 만들어준 것은 그의 연극들이었다.

돈을 위해 연극에까지 기웃거리던 피란델로는 놀랍게도 여기에 더 한 재능이 있었다.

오늘날 부조리극의 효시로 불리는 기묘한 그의 연극들은 대표적으로 <작가를 찾는 6명의 등장인물들>과 <엔리코 4세>가 있고, 후발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체호프와 입센, 스트린드베리보다 먼저 태어났다면, 피란델로는 현대희곡의 아버지라는 영광까지 누렸겠지만, 안타깝게도 피란델로는 태어나는 게 조금 늦었다.



아무튼 극단까지 운영하며 피란델로는 다행히 성공한 작가의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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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단독샷도 가능할 정도로 유럽의 유명인사가 되었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아버지의 망한 투자에서 말 그대로 자수성가를 하게 되었다.

거기에 오늘날까지 망각된 수많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 달리, 공연되고, 사람들에게 읽히니 참으로 성공한 삶일 것이다.



물론 이런 피란델로에게도 조금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는 1936년까지 살았는데, 이 당시 이탈리아엔 하나의 암덩어리가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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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눈치오나 미래주의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이 파시즘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피란델로도 이 과정에서 파시즘에 협력하여 무솔리니와 악수도 나누고, 도움도 받는등, 당시 이탈리아 유명 문화인사로서 파시즘 활동을 하게 된다.


사실 이 당시 이탈리아에서 온전하게 살고 싶으면 협력은 필수였고, 피란델로 본인도 원래 정치와 거리를 두고, 딱히 파시즘에 열렬하게 참여한 것도 애매하였기에 정말 열렬하게 파시즘에 협력한 악질들과 달리, 그렇게까지 큰 논란이 되진 않는다.


다만,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피란델로가 왜 굳이 무솔리니와 같이 악수도 나누고, 파시스트들의 악행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가?

이에 대한 오늘날의 연구자들의 주된 해명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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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선생님! 저 파시스트 놈들 대낮에 사람들 두들켜패는 깡패 새끼들인데, 어울려도 괜찮은 겁니까!"


"깡패들이 나돌아다니는게 이상한 거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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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선 흔한 일인데."






피란델로의 고향은 마피아의 고장, 시칠리아다.


피란델로가 보기엔 동네에서 깽판치는 마피아들이나 파시스트들이나 똑같았고,

파시스트들이 깽판치는 이탈리아는 그냥 흔한 일상이라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솔리니와 악수를 나누었다는 것이 오늘날 연구자들의 추측이다.







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강한 작가 피란델로의 책들은 국내에도 다양하게 번역되어있다.


그의 소설 <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나 단편집, 그리고 희곡집을 읽어보며 시칠리아 마피아가 된 기분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