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3. 역사 관련 지식의 아쉬움



<신풍련사화> 번역 몇 군데에서 역사 관련 지식의 아쉬움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었다. 




- p.118



가야 하루카타는 장검과 단검에 모두 능했다. 이미 수십 번을 베어 피가 미끌거리는 검을 치켜들고 적진을 노려본다.



加屋霽堅は、二刀の達人である。すでに奮戦数十合、刃こぼれのした、膏血に滑る大小を提げて、敵陣をきっと睨んでいる。



가야 하루카타는 이도류의 달인이다. 이미 수십 합(合)의 분전으로 이가 빠진 칼날 아래 적의 피와 지방으로 번들거리는 장단(長短)의 두 칼을 들고 적진을 험악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① 장검과 단검 → 이도류



번역은 二刀の達人(이도의 달인)을 ‘장검과 단검에 능했다’라고 번역했다. 번역을 보면 가야 하루카타가 장검도 잘 쓰고, 따로 단검도 잘 쓰는 검객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도(二刀)는 다른 길이의 두 칼을 사용하는 것도 맞지만, 핵심은 두 칼을 활용하는 검술이라는 뜻이다. 즉 여기서 二刀の達人은 우리가 잘 아는 ‘이도류의 달인’이라는 의미다.


가야 하루카타는 구마모토 사천류 검술의 달인으로, 사천류 검술의 특징이 이도류라 한다. 번역은 二刀를 장검과 단검으로 번역해 놓고도 뒤에 ‘장검과 단검을 들고(大小を提げて)’를 번역하지 않아 더욱 더 이도류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지 않고 있다.


(정확히는 이도류가 아니라 이도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사천‘류’의 이도가 옳다는 뜻), 야구선수 오타니의 경우도 그렇고 이도류가 워낙 굳어진 표현이라 이도는 어색하게 들린다.)



② 수십 번을 베어 → 수십 합(合)의 분전으로



수십 번을 베어의 원문은 奮戦数十合(분전수십합). 적을 수십 번 벤 것이라기보다는, 적과 칼을 맞부딪히며(合) 치열하게 싸우기(奮戦)를 수십 번(数十)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칼날에 이가 빠졌다는 것.



③ 피가 미끌거리는 → 이가 빠진 칼날 아래 적의 피와 지방으로 번들거리는



번역은 칼날에 이가 빠졌다는 것(刃こぼれ)을 누락하였다. 그리고 피의 원문은 膏血(고혈). 사람의 기름(지방)과 피. 사람을 칼로 베면 피만 묻는 것이 아니라, 이가 빠진 칼에 피하지방, 뼛조각 등도 함께 붙어 나올 것이다.



④ 검을 치켜 들고 → 장단(長短)의 두 칼을 들고



‘검을 치켜 들고’에서 검의 원문은 大小. 큰 것(大) 작은 것(小)인데 바로 장도와 단도를 의미한다. 즉 이도류의 두 칼을 들었다는 뜻이다. 번역은 두 칼을 든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⑤ 적진을 노려본다 → 적진을 험악하게 노려보고 있다



번역은 험악하게(きっと)라는 표현을 누락하였다. 번역은 문장에서 부사나 형용사를 누락한 경우가 다른 곳에서도 꽤 있었다.




- p.118 (이어지는 문장)



군이 길게 늘어선 황궁을 습격하다가 패해서 덴오산에서 할복한 동생 시로의 얼굴이 심목에 비친다.



長軍禁闕への討入に従い、戦敗れて天王山で割腹して果てた、弟四郎の顔が心目に映る。



금문의 변(禁門の変)에서 조슈군(長軍)을 따르다가, 패퇴하여 덴노산에서 할복하여 죽은 동생 시로의 얼굴이 심목에 비친다.




① 군이 길게 늘어선 → 금문의 변(禁門の変)에서 조슈군(長軍)



번역문은 원문 長軍(장군)을 ‘군이 길게 늘어선’이라고 번역하였다. 길 장(長)에 군사 군(軍)이란 한자를 그대로 풀어 번역한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니라 長軍은 조슈번(長州藩)의 군사(軍)를 의미하는 것 같다. 조슈번의 군사(長軍)가 금궐(禁闕)=황거(皇居)를 습격한 것(討入). 즉, 이 부분은 1864년 교토에서 일어난 금문의 변(禁門の変)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역사에서 가야 하루카타의 동생 시로는 금문의 변에서 조슈군이 패주하여 덴노산에 주둔했을 때 할복하여 죽었다. 이 부분이야 말로 각주를 달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금문의 변(禁門の変)

1864년 조슈번이 교토에 출병하여, 아이즈번, 사츠마번 등의 병사들과 하마구리어문(蛤御門) 부근에서 싸우다 패한 사건. 1863년 8월 18일의 정변(사쓰마 번이 아이즈 번과 협력하여 존황양이 세력과 조슈 번 세력을 교토 정치권에서 추방한 사건)으로 실각한 조슈번의 세력회복을 꾀한 것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에도 막부의 제1차 조슈 정벌이 행해졌다. 하마구리어문의 변(蛤御門の変)이라고도 함.



② 덴오산 → 덴노산(天王山, てんのうざん)




- p.98



15사(*72) 신직을 함께 이끌게 되었고,


(*72) 기후현에 있는 신사로 826년에 건립됐으며~


15개 신사의 신직을



* 신풍련의 난은 구마모토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신가이 황대신궁(新開皇大神宮), 니시키야마 신사(錦山神社, 현 가토신사(加藤神社))는 구마모토 현에 위치한 신사들인데, 갑자기 번역은 오타구로 도모오의 동지들이 기후현에 있는 15사 신직을 함께 이끌게 되었다고 하고 있다. 잘못된 번역인 듯하다. 구마모토 지도에서 원문 십오사(十五社)를 검색하면 주로 구마모토의 아마쿠사 지역의 신사들이 나오긴 하는데, 신풍련 동지들이 함께 신직을 이끌었다는 표현을 보면 원문의 십오사(十五社)는 신가이 황대신궁, 니시키야마 신사를 포함하여 당시 시라카와현(현재 구마모토현)에 있던 크고 작은 15개의 신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 p.115



배달상인 → 어용상인(用達商人)



* 원문의 용달상인(用達商人)은 에도시대에 막부 또는 번에 출입을 허가 받아 용품 납입, 금은 조달 등을 했던 특권상인을 말한다. 즉 어용상인. 그래서 군에 출입하는 어용상인이 때마침 모자랐던 탄환을 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냥 지나가던 배달상인이라면 너무 뜬금없다. 번역자는 한자 용달(用達)을 보고 그냥 배달 상인으로 번역한 것 같다.




4. 군대 관련 번역의 아쉬움



군대 관련하여 몇 가지 아쉬운 자잘한 번역들을 지적해 본다.



- p.105



다섯 명의 인선도 하나하나



部伍の人選も、悉く



* 다섯 명 → 부대


원문 部伍(ぶご)는 조직된 병사 집단을 의미한다. 伍를 다섯 사람으로 생각하고 착각한 듯. 뒤에 보면 참모 등을 포함하여 부대의 인선이 5명을 훨씬 넘어선다. 伍에는 군대, 대오라는 뜻도 있다.



- p.105



다섯 명이 신성한 제비뽑기에 따라



部伍の人選も神鬮によって



* 다섯 명이 → 부대의 인선도




- p.105



구마모토 진대 사령관 → 사령장관(司令長官)



* 일본은 사령관하고 사령장관을 구분하는 경우(사령장관>사령관)가 있어서, 원문대로 사령장관으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




- p.106


모두 합치면 삼천 명 남짓



* 삼천 명 남짓 → 삼십 명 남짓(三十余人)



삼천 명이면 국군 여단 급인데...... 신풍련 전체 전력은 170명 정도로 추산된다.




- p.108



검, 창, 미늘창 / 수류탄



* 미늘창 → 나기나타(薙刀, 왜장도)

* 수류탄 → 소옥(焼玉)



참고로 원서에서는 여러 군데에서 도(刀)과 검(劍)을 구분하고 있는데, 번역은 엄밀히 구분해서 번역하지 않았다. 여기서 검의 원문도 타치(太刀)다. 이런 건 밀덕들이 빠삭하니 궁금한 사람은 나기나타(薙刀)나 타치(太刀)를 검색해 보자.




- p.110



그들을 발견한 보초병을 → 수하하는 초병을(誰何する番兵を) 순식간에(たちまち)



* 수하의 한자는 誰何. “누구냐?(誰)(용무는?(何))”하고 묻는 초병의 모습이 떠오른다. 


** ‘순식간에’(たちまち) 누락.




- p.110


주번 장교 → 당직사관


2층 사무실 → 2층 당직실(週番室)


- p.113


연대 본부 주번인 대위 → 당직인 대위


- p.116 


주번 스즈키 소위 → 당직 스즈키 소위



* 원문의 주번사관(週番士官)을 우리는 당직사관이라 한다.




- p.110


수비대 진료소 → 위수병원(衛戍病院)




- p.115~116


원문의 습격(襲撃), 야습(夜襲), 적습(敵襲)을 그냥 공격으로 번역한 부분도 아쉽다.




- p.116


고다마 겐타로 소령 → 고다마 겐타로 참모과 소령(参謀少佐)


* 예전에 일본은 군대 병과에 참모과도 있었다. 참고로 신풍련의 난 진압에 공을 세운 고다마 겐타로는 후에 대만 총독, 육군 대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신풍련의 난 당시 도쿄에 구마모토 진대가 공격받았다는 보고가 올라가자 육군성에서 고다마 소령은 무사한지 전보가 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었던 듯하다.  



탄환고 → 탄약고(弾薬庫)


번역에서는 원문의 탄환, 탄약을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 탄환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이 부분은 보통 원문처럼 탄약고라고 하는 듯하다.



- p.121


우물쭈물하고 있다간 적이


적 → 추격대(追手)


- p.124 


적을 피해 긴포산 정상에서


적 → 추격대(追手)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