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심리학의 오해>는 11판까지 나온 (한국어판은 10판이 최신판..)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심리학 명저다. 


저자인 스타노비치는, 인용 횟수만 수만 건에 달하는, 인간 합리성 연구 및 인지 과학 분야의 리빙 레전드다.


<심리학의 오해>는 심리학 이론들을 줄줄 나열하는 개론서는 아니다.


대중들의 심리학 및 과학에 대한 통념을, 생생하고 재미있는 예시들을 곁들여, 논리정연하게 박살 내면서,


'진짜 심리학'이 무엇인지, 나아가 '진짜 과학'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다.


아쉬운 건, 


대중들은 심리학 하면 대부분 프로이트를 떠올릴 텐데


프로이트는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에 아예 끼지도 못한다고 개패고 시작하는 1장이


일반적으로 가장 지루하게 느껴져서


1장만 보다 중간에 던져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1장이 지루하면, 과감하게 스킵하고 다른 장부터 읽어도 좋다.


나는 생동감 넘치는 사례를 들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는 5장이 제일 재밌었다.


두 가지 예.


(1) 집에 토스터가 있는 사람들이 피임을 더 잘한다.


오래전 대만에서 피임 기구 사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기 위해 대규모 조사를 했다.


수많은 변수를 분석한 결과, 피임 여부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단일 지표는 '가정에 있는 가전제품(토스터, 선풍기 등)의 수'였다!


그럼 10대 임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지금 당장 청소년들에게 토스터를 보급해야 할까?


당연히 미친 소리다.


토스터로 토스트를 구워먹으면 정자 활동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진짜 원인은 '사회경제적 지위(SES)'라는 제3의 변수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높은 SES)은 토스터 같은 가전제품도 많이 사고, 동시에 교육 수준이나 생활환경도 좋아 피임도 더 철저히 할 뿐이다.


즉, 토스터와 피임은 서로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그저 '부유함'이라는 공통 원인 때문에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나타날 뿐이다.


(2)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불규칙한 안구 운동을 보인다.


100년도 더 전부터 연구자들은 읽기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글을 읽을 때 스무스하게 눈이 움직이고,


읽기 능력이 나쁜 아이들은 눈의 움직임이 불규칙하고 시선이 자꾸 뒤로 돌아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 '상관관계'를 보고 불규칙한 안구 운동이 읽기 능력 부족의 '원인'이다! 라고 생각했다.


한때 미국의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비싼 돈을 들여 '안구 운동 훈련 기계'를 도입하기도 했다.  


사실은,

 

구글 스칼라 인용횟수 1만회를 상회하는, 위 책 저자 스타노비치가 명성을 얻게 된,


(Stanovich, Keith E. "Matthew effects in reading: Some consequences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the acquisition of literacy." Reading Research Quarterly (1986): 360-407.)


에 따르면, 


어휘력 및 독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글을 읽을 때,


우짜든지 모르는 단어와 내용을 이해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온갖 단서를 찾아보느라 불규칙한 안구 운동을 하게 된 것이었다.


즉, 인과관계의 방향이 반대였다. 


아이들에게 단어들을 학습시키고 내용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안구 운동은 저절로 매끄러워졌다.


현재 미국의 수많은 초등학교에는


그 비싼 '안구 운동 훈련기'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창고에 박혀있다.







2.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 간에 관련이 없다! 는 뉴스가 화제였던 적이 있다. 


세브란스병원팀에서 14만명을 상대로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라고 했다.


아, 이제 맘 놓고 짠 음식 먹어도 되는 거냐고 신난 댓글들이 즐비했다.

 

싱겁게 먹으라고 잔소리했던 의사들을 비아냥 대는 댓글들도 줄을 이었다.


그 문제의 논문이 바로 이건데


Kwon, Yu-Jin, et al. "Association between dietary sodium, potassium, and the sodium-to-potassium ratio and mortality: A 10-year analysis." Frontiers in nutrition 9 (2022): 1053585.


이 연구는 식품섭취빈도조사(FFQ)라고


조사원이 참가자를 직접 만나서,


"지난 1년 동안 김치찌개 얼마나 드셨어요?" 따위의 질문을 하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수행된 것이다.


이 방법은 당연히


(1) 기억의 오류 (2) 레시피 차이 (저 집 김치찌개보다 우리집 김치찌개가 훨씬 짤 수 있는데 김치찌개는 다 ex. 2000mg으로 퉁침)

(3) 식탁에 따로 놓은 소금이나 새우젓 넣는 건 고려 못함.


등의 이유로 부정확하다.


또한 이 연구는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 딱 한 번 조사를 하고 그 데이터로 10년 뒤 사망률을 계산했다.


10년 사이에 고혈압에 걸려서 싱겁게 먹는 케이스 같은 건 고려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 연구는 고혈압, 당뇨, 만성 신장 질환 등의 기저 질환이 있는 참가자들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상 저염식 집단의 사망률이 높게 나왔다면,


그건 저염식 때문에 그들의 건강이 나빠진 게 아니라,


이미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열심히 저염식을 실천했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역인과관계(Reverse Causality)일 수 있다.


이상의 한계점들은, 해당 논문의 저자들 스스로 밝히고 있는 '본 논문의 한계점'이다.


섭취한 나트륨의 대부분이 24시간 이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나트륨 섭취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24시간 동안 소변을 수집하여 측정하는 게 가장 좋다. (물론 귀찮고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이러한 '정확한 방법'으로 수행된 연구들의 압도적 다수가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건강에 매우 매우 해롭다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그렇다고 상기 설문조사 방식의 관찰연구가 무가치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현실적으로 매번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소변 검사만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관찰연구는 그러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우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후속 연구를 촉발하는 단초 정도로 여기면 된다는 말이다.


그 뉴스를 보고 안심하고 짜게 먹으며 살아온 분들은


<심리학의 오해>를 읽자. 두 번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