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할 때 일이야

성산대교를 건너는데 넓게 보이는 해 지기 직전의 저녁 하늘이 유난히 시려운거야 눈 온 뒤라 맑아서 더 그랬나봐

때 마침, TTS로 듣고 있던 볼라뇨 <먼 별>에서 카를로스 비더가 처음 비행기로 하늘에 시를 쓰는 장면 있잖아 그게 딱 나오는거 있지 화자가 수용소 하늘에서 보는 주황색과 푸른색의 하늘 위로 상업적 광고같기도 하고 불길한 예언같기도 한 퍼포먼스가 처음 나오는 충격적인 장면 말이야 

나는 요즘 급감한 일조량에 시무룩하기도 했고 일신상의 일들로 여러가지 실망감에 사로잡혀있기고 했고… 그리고 많이들 공유하는 이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답답함이랑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던지를 깨달을 때 충격에서 덜 회복된 거, 그리고 믿었던 가치들이 순식간에 우스꽝스러워지는 경험 그게 지나치게 자주 발생하는 느낌, 디디고 있는 지면에 여진이 잠복해있는 느낌, 왜 사람들은 다 멍청하지 왜 나는 이렇게 멍청하지 왜 조금만 힘이 있어도 그걸 다 우리를 속이는데 쓰려고 하지 피와 위액을 뒤집어 쓰지 않는 미래같은건 원래 없는건가 미래는 왜 다 칼을 든 싸이코패스의 모습이지 이런 생각들로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갑자기 이 공교롭고 절묘한 경험이 너무 버거웠엉

그리고 집으로 가는 서쪽으로 계속 차를 모는데 이번엔 별안간 막 뜬 달이 보이는거야 

12월 4일이 엄청난 수퍼문일거라고 떠들어댔잖아

하루 지난 날이었지만 금요일의 달도 정말 미친것처럼 크더라 날이 맑아서 지나치게 선명하고 너무 크고… 원래 막 떴을 때 달은 진짜 이상할 정도로 크잖아 근데 이 달은 정말 무슨 터지기 직전의 물집이나 낭종처럼 너무 징그럽게 큰거야 당장 터져서 머리위로 다 쏟아질 것 처럼 물컹하고 큰거야 대체 뭘 어떡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고 ㅠ

원래 주말에 일정이 많았는데 되는대로 다 취소해버리고 이불속에서 아이스크림 퍼 먹고 있어 안죽으려고 ㅠ 책이나 마저 읽고 개 많이 자야지

독후감이라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얘기를 했네 근데 나한텐 너무 큰 일인데 어디다 얘기할 데가 없었어 미안 뻘 글 읽게 해서 미야내…

아무튼 다들 볼라뇨 읽어주라 요즘 읽으니까 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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