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불편해 하지만,
디시를 오래 한 사람들에게는 뭐 크게 놀라울 것도 없는 내용들이야.
신규 유입 회원님들이 많이 활동하는 마이너 갤러리들과 달리
디시의 큰 갤러리는 대체적으로 조선 위정자들을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조정의 무능을 뒷받침하는 여러가지 근거자료들이 역사갤러리를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퍼져 나왔기 때문이지. 무능한 조정 위정자들을 단지 조선의 국왕 혹은 왕비이라고 해서
실드쳐 줄 생각이 아예 없는 곳이 디시야.

내 개인적으로도 역갤 출처의 조선무능 자료들을 보아오다
이 책을 보니
불닭볶음면만 맨날 입 속에 넣다가 진라면 순한맛의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정도의 느낌이었어.

서울대 교수가 쓴 책이라기에 내심 역갤보다 더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거자료들의
분량이나 강도는 역갤러들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더 약했어.
만약 디씨 하는 갤럼이 이 책을 보고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얘기한다면,
걔는 유입이거나, 선동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교과서로만 역사를 배운 사람들에게는 불편할만한 내용들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이완용은 지 할 일을 했을 뿐, 나라를 팔아먹은 건 고종이다.
일본이 쌀을 수탈해 간 것이 아니라 조선이 일본으로 쌀을 수출한 것이다.
강제징용이라는 군함도도 조선인들이 선택해서 간 곳이고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인과
비슷한 조건으로 노동을 했고 월급 또한 정확히 받았다.
일본이 땅을 몰수해 간 것처럼 교육 받았지만 사실 한국인들은 토지측량사업을 반겼다.


여기까지 보고, 이 자식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어떻게 한국사람이 일본이 악행을 저질렀다는 자료도 많은데,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지? 라고 생각할거야.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게 바로 반일 종족주의인 게 아닐까?
그런 부분을 이영훈 교수가 걱정하며 이 책을 쓴 것 같았어. 독갤럼들이 다른 글에서 이미
얘기한대로 이 책의 역사적 근거자료들 중 몇몇 부분은 틀린 것일 수도 있어.

그렇다치더라도 내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되었다는
이영훈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어. 각론에서는 일부 틀린 것이 있겠지만
총론에서 이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어.

이 책을 읽으면서 군함도 생존자들의 증언이 진짜 이영훈 교수의 주장과 같은지 궁금하여
군함도 다큐를 유튜브를 통해 몇 개 찾아 보았어. 그랬더니, 그 전에는 놓쳤을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더라. .

거기서 같이 일했던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는 없네?
일본인과 한국인이 어떻게 다른 노동을 강요 받았는지,
어떻게 다른 월급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
심지어 갱도에서 개고생하고 있는 조선인이라고 나오는 사진조차
사실은 일본인의 사진이었던 거였어.

인터뷰는 중간 중간 편집되어서, 그 생존자를 누가 어떻게 힘들게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주어 없이 ‘그곳에서 매우 힘들었다.’ 식의 장면이 나오는 거야.

주어를 자꾸 빼먹으니깐 일본인을 인터뷰 했어도 똑같이 힘들었다는 증언을 딸 수 있을 것
같았어. 다큐는 분명 한국인이 강제징용의 피해자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전쟁으로 그곳에서 사는 일본인도 힘들었던 것 똑같았다는 내용은 고의로 숨기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거지.
물론 군함도에 대한 재반론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알아.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편집을 해서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는 것과
군함도에 대한 일본측 주장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은 재반론이 나와도 변하지 않는
것이지.

누군가는 또 나에게 되묻겠지.
한국 다큐에 왜 일본측 주장을 담아야 하냐.
어짜피 일본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어짜피 거짓진술 할 것이 뻔한데.


그래, 나는 그게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인 것 같아.

적어도 나는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싶어. 그리고 내가 판단하고 싶어.
난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셔서 그 때 당시의 일을 직접 물어볼 사람이 없어.
책을 통해, 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어.

반일 종족주의가 뭐 그리 나쁘냐? 다 나라 잘 되라고 하는 건데.
라고 말하면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이  교수도 나라걱정하더라.

그냥 나는 뭐가 더 팩트에 가까운지가 궁금할 뿐이야.
역갤럼들 같은 아마추어들이 보여주는 자료말고 조금 더 학술적인 자료가 보고 싶어.
이 책을 통해 이영훈 교수가 폭탄을 던져놨어.
그 폭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이제 주류 사학자들의 몫이야.
난 이 책에 대한 반론책이 나온다면 그것 또한 재밌게 읽을 생각이야.


생각해 보니, 그렇게 반론과 재반론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이영훈 교수의 집필 의도를
충족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책 후기 질러놨으니, 이 글 밑에 댓글 수가 더 안 늘어나면 탈갤할게.

모스크바의 신사 추천해 준 독갤럼에게 마지막으로 고마움의 뜻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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