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도만 서너 번은 했던가
내가 추구하는 독서 경험과는 정반대의 경험만을 제공하는 책인지라
'책은 도끼다'를 속으로 읊조리며 시도하기를 몇 차례
드디어 완독을 했는데
솔직히 읽었다기보다 타이포그라피를 눈으로 옮겼다고 하는 게 적절한 묘사일 듯 싶고
누군가 나한테 중력의 무지개를 읽었냐고 물어봐도 읽었다고 대답하진 않을 듯
나의 부족한 지성으로는 이게 위대한 책인지는 전혀 모르겠고
그저 어렵고 남는 거 없는 책이라는 인상만 남아 있다
율리시스만 해도 꽤나 재밌게 읽었고 2666은 인생 책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풍성한 독서 경험이었는데
흔히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게으르게 요약되는 책들의 일부는
적어도 나에겐 그저 실험을 위한 실험으로 읽히는 게 적지 않고
읽고 나면 '그래 너 얼마나 똑똑한지 잘 알겠어'라고 냉소만 하게 되는구만
읽으면서 원어 독자들도 어려워 하는 걸 불완전한 번역본으로 꾸역꾸역 읽어야 하냐는 회의감만 불쑥불쑥 올라오고
여튼 <중력의 무지개> 독서는 회의와 불신과 피로와의 끊임없는 투쟁이었다.
이로써 어떤 의미에서는 내 독서력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