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오늘의 세계 뉴스를 보고 있었다. 어떤 날이건 그녀가 보고 싶은 것은 주로 이미지였으므로 볼륨을 죽이고 보는 건 개의치 않았다.영상에만 집중해서 보는 동안 뉴스를 꾸며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처음에 그녀는 사내들과 소년들, 무리지은 남성성, 함께 짓눌린 육신들의 덩어리를 본다. 그다음엔 군중, 화면을 가득 채운 수천의 군중. 그건 슬로우모션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그건 실시간으로 포개져 쌓이는 육신들, 대양의 물결처럼 밀려드는 육신들이었고 몇개의 팔들이 군중 위로 뻗어 있다. 그들은 육신들을 묘한 각도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주변 언저리 어디쯤에 떨어져서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펜스 쪽으로 몰려 앞쪽으로 무리지어 밀려드는 엄청나게 빽빽한 사람들의 무리를 본다. 그들은 철제 펜스와 그 펜스에 짓눌려 팔을 허둥대는 육신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참혹한 긴장과 출렁임을 보여준다. 저걸 무어라 부를까, 버둥거림? 카메라가 펜스 바깥 바로 앞에서 육중한 규모의 강철 철조망을 통해 정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저 뒤쪽에서 육신들의 무리를 실제로 기어오르는 사내들, 사람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기어오르는 두 사내를 본다. 그녀는 군중이 펜스를 향해 밀려들고 펜스에서 서로 짓눌려 참혹하게 뒤틀리는 것을 본다. 저건 치켜들리고 뒤틀린 팔들의 몸부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의 몸서리이다. 그들은 조용히 바라보는 사내들을 보여준다. 짧은 바지와 운동용 상의를 입은 사내들, 축구선수들이 착용하는 긴 양말을 신고 잔디구장에 서 있는 축구선수들을 보여준다. 화면을 가득 채운 육신들이 있고 펜스에서 똑같이 뒤틀린 자세로 짓눌리고 압박되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빨간 꼭지가 달린 하얀 모자를 쓴 남자아이를 보는데 그 아이의 얼굴은 날씨가 참 좋다 또는 난 지금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온통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저들은 버둥대며 뒤틀린 채 입을 벌리고 부풀어진 혀를 내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축구를 풋볼이라고 부른다지. 그녀는 펜스를 바로 가까이서 바라보고 그들은 그 영상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데 그건 마치 성화 같아서 그 장면은 꼭 여행자들이 찾는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처럼 차분하고 균형잡혀 있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한 여인과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그들 뒤로 한 사내의 큰 손을 본다. 그 여인의 땀에 찌든 땋은 머리, 펜스의 철망에 대고 뒤틀려 있는 그녀의 두 팔, 누군가의 팔꿈치 아래 짓눌리고 뒤틀어진 그 여자아이, 빨간 꼭지가 달린 흰 모자를 쓰고 가운데 서 있는 그 남자아이, 짓눌려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감겨진 그 아이의 두 눈, 그 아이는 자신이 갇혔음을 알고 얼굴에는 자포자기가 비친다. 그녀는 의도되지 않은 목조르기에 빠져든 사람들, 팔을 치켜든 채 얼굴을 그녀 쪽으로 들이밀며 손을 뻗어 펜스에 기대려고 애쓰지만 허공만 휘젓는 손들을 본다. 한 사내의 큰 손, 등을 펜스에 맞댄 데님 셔츠를 입은 긴머리 소년, 자신의 뒤틀린 팔 뒤에 묻혀 있는 땋은 머리 여인의 얼굴, 반짝이는 핑크빛 손톱, 눈을 감고 혀를 내민 채 죽어가는 또는 이미 죽은 아이 같기도 하고 어른 같기도 한 여자.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녀는 앎의 희망없음을 본다. 그들은 멍한 눈길의 사내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펜스를 멀리서 보여주고 그 뒤에 질식한 채 가끔씩 손가락만 움직이는 쌓여가는 육신들을 보여준다. 저건 오래된 어두운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 같다. 당대의 대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혼잡하고 뒤틀린 장면.
읽으면서 감탄함… 군중의 무의식적 폭력과 미디어의 이미지화를 이렇게 묘사해낸다는게 정말…
드릴로는 내년 중순 쯤 읽을 것 같군
전 내년쯤에 언더월드랑 초기작 좀 파볼듯?
@Lain 언더월드 번역 좀(보상은 개추)
@책은도끼다 원서로 사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