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재 클래식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나왔고, 여러 출판사에서 새로운 <잃어버린 시간>의 번역을 내놓기 위하여 번역가들이 갈려나가고 있다.
그 과도한 분량 때문에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이 이 걸작에 대하여 여러 악의 섞인 소문을 퍼뜨리지만, 우리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한 작가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때, 이 거대한 작품을 쓴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걸 쓰기 위하여 얼마나 큰 일을 해야했는지를 종종 잊곤 한다.
죽은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그의 처절한 과거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프루스트 씨! 이 걸작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신 건가요?"
"일....?"
"예!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이런 걸작이 나온 거죠?"
"어이어이, 서민! [일]이란 게 대체 무엇이지?"
"아아--- 그건 [노동]이란 거다. 먹고 살기 위해서 누구나 해야하는 것이지."
"오옷! 서민들은 대단하군! 어떻게 그런 걸 하고 살지?"
정정하자.
부유한 부르주아지로 태어난 마르셀 프루스트는 죽을 때까지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말 그대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프루스트가 얼마나 돈을 물 쓰듯 살아왔는지는 많은 일화가 있고, 파리 사교계를 휩쓸었는지에 대한 많은 증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두 개만 거론해도 충분할 듯하다.
젊을 적부터, 일을 할 필요가 없던 프루스트는 자연스럽게 예술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 시절부터 훗날을 위하여 습작을 시작한다.
그러던 도중, 그는 자비로 호화스럽게 <단편집>을 내게 되는데, 오늘날에야 연구자들에게 재평가를 받지만, 그 당시엔 말 그대로 혹평을 들으며 쫄딱 망햇다.
다만, 이 <단편집>의 '서문'을 써준 이가 중요하다.
"아이고, 우리 마르셀, 돈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글에도 관심 가지고, 참으로 기특해! 이 할배가 도와줄게!"
말 그대로 문학계에서 이름도 없는 한 한량이 자비로 내놓은 단편집의 서문을 써준 이가 바로 '아나톨 프랑스'였던 것이다.
오늘날, 아나톨 프랑스는 잊혀진 작가에 가깝지만, 20세기 초반 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많이 들어봤을 작가일 거다.
그 시절 소설 속에서 자주 언급될 만큼, 당시엔 유명인사였으니까.
아나톨 프랑스는 살아있을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전 유럽에서 문학의 신처럼 취급받았고, 수많은 작가들이 좋아하던 우상이었다.
노벨문학상도 받고, 프랑스 아카데미에도 회원으로 있고, 무엇보다 이 인간이 죽었을 때, 국장급으로 장례가 치뤄졌는데, 빅토르 위고가 죽은 이후로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정도로 거물이, 왠 한량의 실패한 단편집에 왜 서문을 써주게 되었는가?
간단하다. 프루스트가 워낙 돈을 뿌리며 온갖 파리 사교 클럽에 단골처럼 들락날락하며 아나톨 프랑스 같은 거물과도 친했으니까.
돈으로 만든 인맥의 힘으로도 단편집은 실패했지만, 프루스트가 얼마나 호화롭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예시다.
또 다른 프루스트의 전설적인 일화는 그의 비서였던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와 얽힌 기행이었다.
아고스티넬리는 사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도 등장한다.
소설 속 프루스트의 사랑, 알베르틴을 혹시 아는가? 알베르틴의 실제 모델이 바로 이 비서다.
알베르틴은 여자인데, 왜 실제 모델은 남자냐고? 응, 프루스트가 게이였어~
아무튼, 프루스트는 이 젊은 비서에게 연심 비스무리한 감정을 품은 것은 거의 확실해보이는데, 여러모로 이 비서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
사교계의 큰손으로서 최신 유행인 자동차를 구입하여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 정도는 당연히 기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프루스트는 슬피 우는 알프레드를 발견한다.
"테에엥! 프루스트상! 슬픈 테치!"
"알프레드! 무슨 일이야, 날 못알아보는 거야, 알베르틴?"
"와따시, 세레브한 비행기에 관심있는데스."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는 그 당시 막 등장한 비행기에 관심을 보이며 비행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프루스트에게 직접적인 부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를 지켜보던 프루스트는 '선물'을 주기로 결심한다.
"내가 비행기를 선물로 주면, 우리 예쁜이가 좋아 죽겠지?"
프루스트는 비행기가 발명된지 10년이 지났을, 초창기에 자기 애인이자 비서에게 비행기를 선물한다는 어마무시한 돈지랄을 결심한다.
실제로 비행기도 샀고, 거기에 비행에 관련된 말라르메의 시까지 새겨넣으며 선물을 준비하려고 준비를 막 마쳤을 때였다.
프루스트의 알베르틴이 그만 비행기를 타던 도중, 비행기 사고로 죽고 만 것이다.
"하...시바...존나 사랑했다.... 알베르틴."
이 당시 이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출판하고, 쓰던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사랑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데에만 몰두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돈을 물 쓰듯 쓰며 겪은 파리 사교계의 추억과 자신의 삶을 그대로 원고 속에 승화시키며,
다락방에만 틀혀박혀, 젊을 적과 대비되는, 말 그대로 수도사로서의 삶을 프루스트는 시작한다.
프루스트가 젊은 시절을 그대로 간직했다면, 그는 그저 역사 속에 사라진 수많은 한량 중 하나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하여 순례를 시작하였고, 비록 불완전하게 끝났지만, 오늘날 누구나 그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대신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시간 남아서 하나 더 썼다.
즐겁게 프루스트 읽으쉴?
와 쉬질 않으시네 개추
이쯤되면 책을 읽게 하려는 음모다
인생 재밌게 사셨네 ㅋㅋ
아나톨 프랑스가 오늘날 별 언급이 안되는게 사후 얼마 뒤 초현실주의 선언이 등장하고 하면서 그런 운동에 주축이던 작가들이 이전 작가들(특히 소설가)에 대한 재평가를 많이 했고 그런 과정에서 아나톨이 상당히 많이 까였다고 하더라. 아마 그때 까이면서 위상이 많이 떨어진게 아닌가 싶음.
쿤데라도 아나톨에 대해 에세이 하나 썼었지. 아나톨 프랑스에게 바치는 디베르티멘토였나. 디베르티멘토가 작은 유희, 위로 이런 뜻을 가진 좀 가벼운 음악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라는데 제목도 참 쿤데라스럽게 지은 듯
모리 오가이도 그렇고 찾아보면 한 명씩은 그런 대우 받는 작가들 있을 거임 생전에는 문학계를 대표하는 문호였는데 이후에는 쭉 내리막인. 딱히 반등도 없이 그저그런 취급 받더라
덕분에 아나톨 소설 하나 살라니까 다 품절이라 중고로 구해야함 ㅂㄷㅂㄷ
힛갤각?ㅋ - dc App
항상재밌게잘보고있습니다 - dc App
프루스트다 ㅋ 왠지 그래서 아나톨 프랑스 존 러스킨이 자주 등장 했던거군 ㅋ
근데 아나톨 프랑스는 생전 명성에 비해 왜 지금은 이렇게 덜 알려진 거임?
아 댓글 쓰니까 위에 달렸네
그렇구나.. 본인은 자기가 평생 기억될 대문호로 남을 줄 알고 죽었겠네
존경스럽다.
담책은 잃시찾이다~~~
와 씨 존나 재미써 ㅋㅋ 그리고 부럽다. 나도 태생이 한량인데 프루스트랑 달리 주머니가 그걸 용납 못하네 시발... - dc App
나도 그래...싯팔ㅜㅜ - dc App
아조시 20세기에서 살다왔어요? 뒷얘기를 어찌 이리도 많이 알고있어요?
위 언급된 마르셀 프루스트 초기 단편집은 [사랑의 기쁨]이라는 표제로 민희식 교수 번역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나름 괜찮은 책입니다
ㄴㄷㅉ
글 존나 맛있게 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