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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대시를 대표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첫 구절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시일 것이다.


그리고 이 <황무지>의 첫 장엔 다음과 같은 엘리엇의 헌사가 적혀있다.


[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대체 이 에즈라 파운드는 누구이기에, 오늘날까지 현대시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T.S. 엘리엇이 자신 '보다 나은 예술가'라고 치켜세워준 것일까?




여기엔 모더니즘을 둘러싼 거대한 친목질과 한 유교 탈레반의 무너진 꿈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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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오늘날 미국에서 감자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깡촌 중의 깡촌 아이다호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장하다, 김히틀러... 아, 아니, 에즈라 파운드. 얼른 커서 미국을 멸망시키렴."



오늘날에도 겨우 인구 100만을 채우는 촌 중의 촌이 바로 아이다호다.

이런 곳에서 태어난 까닭에, 어쩌면 어릴 적부터 '야만적인 깡촌 미국'을 향한 본능적인 증오가 깃든 것은 아닐까?


다행히 파운드의 부모는 곧바로 어린 에즈라와 함께 동부로 이사를 가 그곳에서 에즈라 파운드는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15살 때, 펜실베니아 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학을 공부하던 도중, 미래부터 이어질 친목질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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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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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이미지즘의 대표 시인이자 이 당시 파운드의 대학교 동창)


"파운드? 왜 그래, 정신차려!"


"윌리엄스, 우리는 유럽 가야해! 유럽으로 가즈아! 유럽코인 타즈아!"


"애 또 정신 나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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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다 두리틀. 미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 이 당시 파운드와 사귀던 중)


"원래 가끔 이러잖아, 이해해줘."


"알면서도 잘도 안 헤어지는구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와 힐다 두리틀 (필명: H.D.).

이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시작된 파운드의 친목 라인의 시작으로, 오늘날에도 20세기 대표적인 미국 시인으로 추앙된다.



아무튼간에 미국인 파운드는 왜 유럽뽕에 빠진 것일까? 물론 이 시기엔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파운드는 괴짜답게 특이했다.


그는 중세 음유시인들과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면서, 단테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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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붐은....온다! 내가 새로운 단테가 된다...!"



새로운 단테를 꿈꾸며 방황하며, 대학 졸업 후 교사를 하던 도중, 파운드는 엄격한 교칙에 위반되어 직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는 때가 왔다고 느낀 모양인지, 23살이 되던 해, 홀로 유럽으로 건너가, 베니스에 도착하여 자비 출판으로 시집을 내며 시인으로서 본격적인 삶을 시작한다.



"미국은 망할 예정이라, 빛나는 예술을 찾아 유럽 왔지만, 정작 망한 것은 내 인생이었어."




물론 아무 것도 없는 미국 촌뜨기가 잘 될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파리를 거쳐 런던으로 오고 만다.

그러나 친목질 재주 하나 만큼은 타고 난 파운드는 서점 주인들을 설득하여 자신의 자비 출간 시집들을 전시하고, 점차 영국 작가들과 교류를 시작하며,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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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문학 살롱을 운영하던 올리비아 셰익스피어와 연이 닿게 된 것이다. 참고로 올리비아의 딸 도로시 셰익스피어는 이 인연으로 에즈라 파운드와 결혼한다.


올리비아가 볼 때, 자신의 미래의 사위는 장래가 있는 작가였고, 이에 올리비아는 자신의 친구이자 엣 연인이었던 예이츠에게 파운드를 소개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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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그러니까 미국에서 왔다고?"


"정말 위대하십니다, 선생님! 선생님을 알기 전까지, 저는 시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으..응?"


"선생님께선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십니다, 선생님! 제 글도 좀 봐주십쇼!"


"어...어? 그, 그래."


"아, 그리고 선생님! 앞으로는 이렇게 쓰셔야합니다, 스타일을 고치셔야 더욱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


"그...그런가? 젊은이가 잘 알겠지?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뭐."



공교롭게도 파운드는 이미 유명한 예이츠를 실제로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며 좋아하고 있었고, 그에게 자신의 시집들을 보여준다.


예이츠는 여기에서 재능을 보았고, 파운드를 비서로 삼으며 20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친구가 된다.


여기에서부터 파운드의 편집자적 조교 능력이 발휘되는데, 그는 예이츠를 설득하여 그의 스타일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예이츠의 중기 시가 시작된다.



이를 기반으로 파운드는 점차 젊은 시인이자 편집자, 그리고 친목질의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는 시적 재능으로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고, 문학적 안목으로 편집자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으며, 중세 로망스어, 고대 영어, 프랑스어 등 10여 개의 언어에 능통하였기에 파격적인 번역을 선보이는 번역가이자 잊혀진 옛 시인들을 발굴하는 이로도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의 앞엔 앞길 창창한 후배들을 조교하는 길만이 남아있는 듯 했다.




"저기, 파운드? 내가 이번에 꽤 재능 있는 아일랜드 젊은이를 만났어. 성격이 더럽지만, 좋은 시인이 될 거 같은데, 한 번 만나봐."


"카악, 퉷! 꼰대새끼, 너 같은 늙은이 데려오면, 죽여버린다?"


"자네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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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작가다. 넌 좀 젊네."


"예이츠 씨, 이 친구 시만 잘 쓰는 게 아닌데요? 소설가로서 천재인데요? 너, 나랑 소설 써보자."


"술 사주면."



예이츠는 조이스를 단순히 시인으로 봤지만, 예이츠의 소개로 조이스와 만난 파운드는 그에게 산문의 재능이 있음을 꿰뚫었고,

그가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훗날 <율리시스>를 쓰는데 누구보다도 큰 공헌을 하게 된다.


조이스의 원고를 봐주고, 편집하고, 또 돈을 벌 줄 모르는 조이스를 위하여 여러 후원자들까지 손수 알아봐준 것이다.

심지어 출판사와 조이스의 눈병을 치료할 의사까지.



어느 날 파운드는 한 기묘한 원고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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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재밌는 투고 없어?"


"재밌는 건 모르겠고, 이번에 프루프록인가? 왠 쓰레기 같은 글이 하나 왔네요. 다른 출판사도 죄다 거절했던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쓰레기 같은 걸 보내왔는지, 쯧."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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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어서, 런던까지 왔는데....망한데스."


"야, 이거 네가 쓴 거야?"


"데프픗, 니...닝겐상? 무슨 일인테찌?"


"작가로 데뷔시켜줄 테니까, 나랑 가자."


"그..그럼 콘페이토도 주는 데스?"


"일자리까지 알아봐줄 테니까, 너 나랑 꼭 작가 하자."



당시 모든 이들에게 관심도 받지 못하던 한 시를 출판시켜주며, 에즈라 파운드는 T.S. 엘리엇을 등단시키며, 후배로서 계속 키워준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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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이도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삼류 잡지에서도 내 시는 안 받아주고, 이대로 가족을 위해서 시인을 포기해야할까?"


"로버트 프로스트 아재, 글 한 번 봤는데, 시 잘 쓰네요? 내가 평론 하나 써주고, 친구들도 소개시켜줄 테니까, 계속 작가합시다, 콜?"


"???"


오늘날 미국의 국민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에게 처음으로 호의적인 평론을 써주고, 자신이 아는 잡지에 시를 연재할 수 있게 도와주며, 프로스트를 계속 시인으로 남기기도 하였다.



물론 이런 친목질로 인한 새로운 뉴비 발굴이 한둘이 아니기에, 전부 언급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H.D., 조이스, 예이츠, 엘리엇, 프로스트, 헤밍웨이 등등등-----



한 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영미 모더니즘에 속하는 거의 모든 작가는 파운드에게 연결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다리 하나둘 건너면 이어질 정도로 중심을 차지하던 인물이었다,


오늘날 그의 시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평론가와 연구자들조차 모더니즘에서 그의 역할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모더니즘 연구가 휴 케너는 이러한 시기를 <파운드의 시대>라 칭할 정도로, 파운드는 중심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그는 이미지즘 등 여러 사조를 주관하기도 하였으며, 한시와 하이쿠를 번역하고 소개하는데 참여하며


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고 자신의 친목라인을 이용하여, 부유한 후원자와 잡지 편집장, 그리고 재능 있지만 가난한 작가와 이어주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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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하라 MAKE IT NEW'


그가 만든 이 표어는 오늘날 모더니즘의 상징처럼 인용된다.


그는 낡은 기존의 예술가들을 부수고, 새로운 피를 찾아 새로운 문학을 만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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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작가이자 여러 문학잡지의 편집장이던 포드 매덕스 포드,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 부유한 변호사이자 모더니즘의 후원자 중 하나인 존 퀸)


"퀸 씨, 저번에 피카소 그림을 사셨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아주 마음에 들지. 그런데 자네가 소개시켜준 저 조이스란 친구, 너무 성격이 개 같던데...."


"너 지금 뭐라고 씨부렸냐?"


"진정해, 조이스. 물론 성격은 개 같지만, 퀸 씨께서 후원해주는 우리 개새끼 아닙니까? 적어도 퀸 씨께선 저 친구 덕분에 예술 역사에 이름이 남을 겁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다.


에즈라 파운드는 친목의 중심이자 성공한 시인, 편집자로 생을 마감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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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미국 감자랜드에서 태어난 촌뜨기에게 동양의 한 오래된 마도서가 손을 뻗치려 하고 있었다.


"씌이뿔,,,,,공자가 살아야,,,,,나라가 살지,,,,,"


"파운드? 지금 뭐라고 했나?"


"예? 아닙니다, 피곤해서 그런지 헛소리가 튀어나왔나 보네요."




- 께속.



에즈라 파운드의 <칸토스>를 제외하면 대표작은 민음사 세계문학시인선이나 창비세계문학 전집의 미국 시인선을 보면 왠만한 건 다 볼 수 있다.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프루스트와 조이스의 자존심 강한 제자 대결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냉혹한 이탈리아의 마피아 작가


- 폴란드식 기묘한 모더니즘 작명법


- 조이스의 기묘한 유언


-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