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우스꽝스럽게 죽기는 했지만

보다보면 이 사람은 문학이나 관념이 세상을 개혁시킬 수 있다고 믿고 싶었고, 오히려 그게 정치색보다 앞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음

천인오쇠의 결말을 봐도 느껴지고, 중편 “오후의 예항” 이나 “짐승들의 유희” 에서도 느껴짐

애시당초 이 사람 자기가 보기에 “정말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문학이라면 정치색이 달라도 좋아함

오에 좋아했던 건 유명하니 넘어가고 예컨대 다니자키가 있음

그 사람은 서구에 패배해버린 시대의 감각이나 죽어버린 세대를 예민하게 포착했고, 자조했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으니까

죽어가도, 어딘가 미치광이 같고 이해받지 못해도, 그럼에도 “끝까지 가려는” 의지가 있어

슌킨 이야기, 열쇠, 미친 노인의 일기 다 똑같음


다자이를 자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좆같다고 깐 이유도, 작품에서 변화한 세상을 보고 포기해버린 인간을 느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할복쇼도 문학과 관념의 세상이 이미 현실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난 뒤, 거기에 저항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생각함


아님 말고

적어도 저작을 읽어보면 개미친파시스트개그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느끼고 싶어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