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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자연의 신비를 들추려는 자의 몰락을 보았다.


고래는 세계의 한 부분이며 그 속에 신비를 품고 있다. 포경선은 고래를 잡아 배에 매달고 해체하여 속에 있는 온갖 것들을 들어낸다. 이는 자연에 대한 도전이고 신에 대한 불경이다.

에이해브의 죽음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필연이었을 것이다. 그는 모비 딕을 쫓았고, 결국 자신과 선원들이 던진 작살 밧줄에 휘감겨 저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신의 올가미에 걸려 지옥 밑바닥에 처박힌 것이다. 피쿼드호의 선원들도 마찬가지다.

모비 딕에게 낚아채인 에이해브는 아무래도 쥬데카의 루키페르 입에 물려 있을 듯하다. 다른 선원들도 소용돌이를 돌아 바닷속으로 내려갔듯이 지옥을 돌며 자기 죄에 걸맞는 곳에 갔을 것이다.

배화교도 페들러의 최후는 생각해 보면 포경선에 매달린 고래 같다. 포경선 옆에 죽은 고래를 매달듯 모비 딕은 페들러를 매단 것이다. 모비 딕은 다바에서 뛰어올라 죽은 페들러를 에이해브에게 보였는데, 이것은 에이해브를 위시한 모든 포경선에 대한 일종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곰곰이 내용을 곱씹다 보면 각 장면이 어느 이야기들과 맞물려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아니면 소설 속 장면과 장면이 서로 구성적으로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사실 모비 딕을 읽는데는 무척 긴 시간이 걸렸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마지막뿐이다. 그래서 이 감상도 마지막 장면만 이야기하고 있다.

언젠가 모비 딕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그때는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싶다... 그게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