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가 붉은 해는 동쪽 바다에 둥실 높이 뜨니, 해가 돋는 골짜기의 잠든 안개 월봉 月峯으로 돌아든다. 예장촌 豫章村에서 개가 짖고 회안봉 回雁峯에 구름 떴다. 갈대꽃은 눈처럼 희고, 부평초는 물위에 떴다. 어룡은 잠이 들고, 두견새는 날아든다. 하늘처럼 넓은 동정호에 물결이 가을을 알1리니 금관성 가을 물결이 여기로다. 앞발로 푸른 파도를 찍어 당기고 뒷발로 푸른 물결을 아주 탕탕 차니 은어 같은 저 물결이 점점이 흩어진다. 이러저리 앙금앙금 덩실 솟아올라 동정호 칠백 리를 사면으로 바라보니, 악양루 높은 집에는 두보가 지은 글귀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남쪽으로 갈라졌고, 하늘과 땅의 그림자는 밤낮없이 떠 있노라”가 새겨져 있다. 글로 자웅을 다투고, 창오산 倉梧山 검은 구름으로 소상강이 침침하고, 낙포 洛浦로 가는 배는 조각달 떠 있는 무관 武關에 갇힌 초나라 회왕 懷王의 원혼이라. 강산도 수려하고 경치도 장하다. 구름 속에 나는 새는 한무제의 편지 물고 요지연으로 돌아가는 서왕모의 청조로다. 강기슭에 귤빛이 짙으니 황금이 천 조각이요, 갈대꽃은 바람이 일어나니 백설이 일만 점이라. 안개 걷힌 회계산 會稽山에 아득히 높은 산은 겹겹이 솟아 있고, 바람 없는 맑은 호수에는 물결이 절로 일어나니 물은 출렁 깊다. 만산은 첩첩, 국화는 점점, 벽수는 잔잔, 낙화는 낙락, 산새는 편편, 다래 열매, 칡넝쿨, 넓적 떡갈나무 얼크러져 뒤틀어졌고, 천리 시내는 천상에 뒤덮여 바다 가운데로 출렁 울렁 퀄퀄 주르렁청 소리 나고, 어기야 지국총 어선 돌아들고, 갈매기 해오라기 한가히 잠이 들고, 이슬 내리고 맑은 바람 부는 가을 경치를 송옥의 부 賦와 굴원의 글에 부쳤도다.

큰 바다 경치를 다 본 후에 원근의 산천을 바라보니, 화락한 산새 소리는 시냇가 물소리와 섞여 울고, 기암괴석은 곳곳에서 절로 봉우리를 이루고, 높은 산 폭포동 瀑布洞 폭포 소리는 허공에 솟아 있고, 누각에 깃들인 새는 석양에 오락가락 솔밭 사이로 날아드니, 산림을 날아다니는 새들만 보일 뿐이다. 지는 저녁노을은 고니와 나란히 날아가고, 가을 호수는 넓은 하늘과 같은 빛깔이라. 왕자는 어디 가고, 그가 지은 「등왕각서」를 읊을 줄 모르는고. 선명한 저 붉은 꽃은 두견새 소리로 붉어 있고, 기묘한 저 푸른 풀은 강어귀에 난새·봉황·공작이 깃들고, 청학·백학 노니는 곳에 온갖 잡새 날아든다.

금천강 金千江 구경하던 온몸을 꾸민 봉황이며, 구만리 먼 하늘을 다 뒤졌다 남명 南溟까지 날던 붕새,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 돌아온 영위새, 창해를 메우려다 못 이뤄 애만 쓴 정위새, 둥지를 지은 높은 나무에 자기 집에서처럼 사는 비둘기, 가을 물은 넓은 하늘과 한 색인데 지는 노을과 나란히 나는 따오기, 화락하게 짝지어 황하 모래톱에서 부부유별하는 진경새, 먹이 물어다가 부모 은혜 갚던 까마귀, 살양자치 시월장깃 1)  저 까투리, 꽃 진 푸른 산 비 갠 날에 울고 가는 자규새, 백성 집에 날아들어 지지배배 울던 제비로다. 삼월 봄바람에 짝을 지어 높이 떴다 고니새, 점점이 나는 백구 백로 쌍오리, 목 짧은 원앙새, 느시 2)  물수리, 강 위의 두루미, 끼룩끼룩 기러기, 소리 큰 왜가리, 아래 말쑥한 피호새, 난작 鸞雀 자작 雌雀 산지니 수지니, 검고 젊은 굴뚝새, 수금새, 때 많은 갈까마귀, 깔꼭깔꼭 지리지리 종달새, 아주 펄펄 날아든다.

한참 이리할 때, 건넛산 수풀 속에서 한 짐승 내려온다. 머리 위에 뿔을 이고 지고, 고리눈에 털빛은 황금 같고, 신체 장대한 것이 흐늘 뒤뚱거리며 서뿐서뿐 걸어내려온다. 별주부 깜짝 놀라 토끼 화상 내어놓고 마음속으로 대략 견줘보니 토끼는 아니로다. 성명은 모르나 대장부가 왕명을 받들고 이곳에 나왔으니 무슨 두려움이 있으리오. 아무렇게나 한번 불러 통성명을 해보리라 하고, (...) “호생원 虎生員!”

불러놓으니, 토끼는 안 오고 호랑이가 내려온다. 작은 놈 중간 놈 아닌 큰 놈이 내려오는데 매우 야단스럽게 내려오는 것이었다.

솔숲 깊은 골짜기로 한 짐승 내려오되, 기암괴석이 구름 안개 가운데 솟아난 듯, 팔십 먹은 늙은 중이 송낙을 쓰고 고개 숙여 조는 듯, 귀는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주홍빛 같은 아가리는 가로로 한 발 찢어지고, 정신도 위엄이 있고 위풍도 맹렬하다. 경쇠 같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기둥 같은 앞다리, 동개 같은 뒷다리, 쇠 날 같은 발톱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를 엄동설한 흰 눈처럼 아주 솰솰 흩뿌리며 엉금엉금 어흥 걸어,

“게 누가 날 찾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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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인데 나는 필력 개좋다고 생각함...
뒤에 실린 장끼전도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