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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한국 남자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주제다. 그래서 더 비극적으로 와닿았다. 주인공 파울 보이머는 작중에서는 스무살이며 최전방을 많이 경험한 베테랑이다. 같은 연대에서 몇명이 죽든간에 그건 일상적인 일이라서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막상 같이 입대한 친구들이 죽어갈때면 괴로워하고 전쟁의 참상, 전쟁의 무의미를 느낀다.
이런 파울 보이머에게는 적이 둘 있다. 하나는 바로 정면에 있는 참호의 영국군과 미국군, 프랑스군이며, 하나는 후방에 있는 무지한 전쟁주의자들(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모른다)과 고위층이다. 한 번은, 보이머가 휴가를 받아서 고향을 갔는데 자신을 자원입대하게 만들었던 고등학교 선생을 만난다. 그 선생은 보이머에게 여러가지 전쟁 훈수를 둔다. 먼저 벨기에, 네덜란드 쪽을 점령한 뒤 위에서 아래로 치고 내려가야한다는게 선생의 주장이다.
보이머는 그런 그에게 맞장구를 쳐준다. 병신같은 선생은 전쟁을 전혀 모른다. 보이머는 치욕을 받는다. 반면에, 전장에서 만난 프랑스군인에게는 동질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보이머는 프랑스군을 칼로 찔러 죽이고 숨이 끊어지지 않고 헐떡이는 프랑스군과 같은 참호에 하루동안 함께한다. 보이머는 그에게 물을 먹이고 전쟁이 끝나면 그의 가족을 부양하리라 다짐한다. 보이머는 그 다짐이 부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후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들보다 적군인 프랑스군인에게 더 많은 동질감을 느낀다.
보이머는 전쟁에 지쳤다. 군인의 생활에도, 군대의 규율에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그는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그는 한창 배울 나이의 17살에 입대해서 20살이 됐다. 3년을 군인으로 살았고,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그는 지금의 17살들에게 배움의 자리를 뺏길 것이며, 그렇다고 배운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는 말 그대로 버려진 세대의 버려진 인간이 될 것이다. 직장은 기술을 배운 기성세대가 차지할 것이다.
그런 독일에 보이머의 자리는 없다. 보이머는 전쟁터가 자신의 자리이다. 그래서 보이머는 결국 전쟁터에서 전사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전투 보고서에는 < 서부 전선 이상 없음 >이 보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