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단장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조 대고 나직히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이 피어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낙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잔잔한 목가성이 좋은 박목월이랑 왠지 모를 묵연함이 강한 박두진이랑 다르게


유려한 표현에서 튀어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랑


정지용이 생각나는 자연물 관련 표현 방식 덕분에


일본쪽 문학 읽을때처럼 시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하게 느껴져서 좋음


사실 청록파는 다 잘써서 다 좋지만 아무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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